2014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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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불자가 되자

갑오년 입춘立春입니다. 불자 여러분과 함께 팥죽을 나누어 먹었던 동지冬至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소한小寒, 대한大寒이 지나 입춘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시간은 강물처럼 흐르면서 우수雨水와 경칩驚蟄이 지나면 또 춘분春分이 올 것입니다. 우리네 인생도 이와 같습니다. 1년 24절기를 나눠보면 춘하추동春夏秋冬, 사계절이 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입니다. 우리의 인생도 사계절로 나누어 보면, 세상에 태어나 이십대까지를 봄이라 하고, 삼사십 대를 여름이라 할 것이며, 오육십 대는 가을을 맞이합니다, 그 이후의 인생을 겨울철이라 할 것입니다.
우리네 오늘은 어느 계절, 어디쯤에 와 있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오늘은 날씨가 춥다고 하여, 도리어 반팔 티셔츠를 입고 길을 나서 보았습니다.
어느 불자가 묻습니다. 춥지 않느냐고요. 지금이 겨울인데 춥긴 추웠지요.
그러나 겨울철에 밖에서 일하는 분들을 생각해 보세요. 따뜻한 방에 있으면 바깥 날씨를 잘
모릅니다. 그래서 스스로 추운 날씨에 노출해보면, 밖에서 수고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알 것이고 더 많은 관심과 배려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오늘도 거사림에서는 주차장에서 교통정리를 하고, 봉사자들은 불자님을 법당으로 안내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추운 날씨에 밖에서 봉사하는 거사님들과 보살님들을 보고 있자니, 불현 듯 가섭존자迦葉尊者님이 떠올랐습니다.
부처님 10대 제자 중 가섭존자는 부처님보다 연세가 많은 분 중에 한 스님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찾아서 애쓰는 두타제일 가섭존자에게 부처님께서는 법을 전하셨습니다.
삼처전심三處傳心 입니다.


첫 번째는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원정사에서 대중들을 위하여 설법을 하고 계실 때, 가섭존자는 대중들을 설법장소로 안내하다가 늦게 설법전에 돌아왔습니다.
불자님들이 법당에 늦게 들어와 앉을 자리가 없었던 것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서 있는 가섭존자에게 부처님은 앉으신 자리의 반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이것이 부처님께서 첫 번째 마음을 전하신 모습입니다.


두 번째는 부처님께서 영산회상에서 설법을 하시다가 대중들에게 연꽃을 들어 보이셨습니다.
그런데 대중들이 모두 그 뜻을 몰라 망연히 앉아있는데 가섭존자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나에게 정법안장正法眼藏과 열반묘심涅槃妙心이 있으니, 실상은 모양이 없는 미묘한 법문이라 하시면서 마하가섭에게 부촉하노라.” 말씀하시니 두 번째 법을 전하신 것입니다.


세 번째는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실 무렵 가섭존자는 먼 곳에서 전법傳法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뒤늦게 소식을 전해 듣고 열반 하신 구시나가라에 왔을 때, 이미 입관까지 마친 뒤였습니다. 가섭존자가 관곽 앞에서 슬피 울자 부처님께서 두 발을 관곽 밖으로 내 보이시며 광명을 놓으셨는데, 이것이 세
번째 법을 전하시는 모습입니다. 이처럼 삼처전심은 부처님과 가섭존자가 언설言說을 넘어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마음을 주고받으신 것입니다.


오늘도 밖에서 주차를 도와주고 법당으로 안내를 하시던 불자님들께 이심전심으로 따스한 기운이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입춘 날입니다. 많은 불자들이 한마음으로 기도정진 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집에 가실 때 가져갈 입춘대길 첩에는 각자의 건강과 운수대통의 염원이 담겨져 있습니다. 건강은 병고액난病苦厄亂에서 벗어나는 염원입니다. 제 아무리 재산이 많으면 뭣 합니까. 병고액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운수대통은 병고액난을 비롯한 가정화합, 재수대통, 소원성취, 삼재팔난에서 벗어나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수재는 무엇이며, 화재는 무엇이고, 풍재는 무엇입니까? 우리 인생의 태어남과 늙음, 병듦과, 죽음은 무엇인가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같은 인생에서 이렇다 할 슬기로움을 찾아내야 합니다.
출가 수행자가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겠습니까. 우리는 불자이어야 합니다.
그 무엇에도 치우치거나 얽매이거나 빠지지 않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겠습니까.
사계절 같은 인생에서 보면,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이가 튼튼할 때 이빨에 대해서 누구도 마음 쓰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가족 중에 누군가 살아온 경험으로 살펴줬을 때 치과에 가서 교열도 보고 교정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충치 풍치가 생기면 치료를 받기도 합니다.


저 경험으로는 아프기 전에 미리 살피기도 합니다. 닦고 조이고 기름 치듯, 기도 정진이 잘될 때는 일념一念이 만년萬年입니다. 만년의 수행을 무념으로 정진 하는수행 덕목의 삼매에 들기도 합니다.
삼매三昧라는 것을 사람들은 정지된 시간으로 알고 있는데, 그 시간은 그대로 가고 있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인가 하면, 어떤 이에게는 십년을 하루처럼 살아가는 여의如意한 삶이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바세계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로 이어지는 열두 고개 길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웨인 다이어가 쓴 《서양이 동양에게 삶을 묻다》 중 내면의 외침이라는 글에,
‘내면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라. 당신의 내면 아주 깊은 곳에 있는 그것을 향해서 뻗어 나아갈 수 있도록 자신을 스스로 놓아주어라.’ 하였습니다.


서양의 철학자이자 시인이었던 칼린 지브란은 예언자에서 우리들의 아이들이라는 글에, 경계해야 할 우리네 삶이 녹녹히 묻어 있는 가르침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당신의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니다.
그들은 그 자체를 갈망하는 생명의 아들딸이다.
그들은 당신을 통해 왔지만, 당신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들은 당신과 함께 있지만, 당신의 소유물이 아니다.
당신은 그들에게 사랑을 주어도 좋지만, 당신의 생각을 주어서는 안 된다.
당신은 그들의 육체는 집에 두어도 좋지만, 정신을 가두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정신은 당신이 방문할 수 없는 내일의 집에 살지, 당신 속에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은 그들을 좋아하기 위해서 애써도 좋지만, 그들이 당신을 좋아 하도록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와 가까워지기 위해서 내가 다가갈 수는 있지만 그를 데려올 수는 없다는 가르침입니다. 끝도 없고 목마름도 없는 재능과 능력, 지혜의 저장소가 다 내면에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각자가 그 무엇인가 나름대로 특별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선사禪師의 가르침에 휴지休止라는 말이 있습니다. 쉬는 것까지도 쉴 줄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삼천갑자 동방삭은 삼년고개에서 넘어져 3년밖에 못 산다고 울고불고 근심걱정이 태산이였는데, 한 스님이 지나가다가 하는 말이 한번 넘어져 삼년이면, 두 번 세 번 … 넘어지면 얼마나 살겠느냐 하였더니 동방삭은 심심하면 지금도 그곳에 가서 넘어져 구르고 있는 모습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생깁니다. 그것은 대다수가 욕구 욕망 욕심에서 생기는 어리석음 입니다. 그런 세월의 깊이를 이기지 못하고 후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일들도 있습니다.
훗날, 몸을 지탱할 수 없으면 스스럼없이, 휠체어를 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지팡이를 의지해서라도 길을 걸을 수 있다면 걸어가야 합니다. 그게 우리네 인생의 춘하추동春夏秋冬입니다.


인생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우리에게 큰 문제가 없습니다.
우리가 인간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성공한 인생입니다.
이 세상에서 우리는 인간 세상에 다시 태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옷깃만 스쳐도 지중한 인연인데, 그 인연을 금생사로 끝내서야 되겠습니까?
깊고 깊은 인연의 꽃을 피우고 뿌리 내리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인연의 소중함을 간직하면, 사바세계도 지혜롭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