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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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와 나의 다름 인정하는 풍토 조성되길

최승천
조계종출판사 편집부장

한 평생 민족을 위해 사셨던 백범 김구 선생은 부강한 나라가 아니라“문화 민족이 되길 바란다”고 하셨다. 요즈음은 거의 모든 국민들이 심지어 어린아이들까지도 “부자가 되고 싶다”는 소원을 드러내놓고 말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범 선생처럼 훌륭한 분이 아니라 그야말로 보통 사람들도 그처럼 속물적인 바람을 갖지는 않았었다.

배고프고 추위에 떨던 시절에 비하여, 이제 웬만큼 살만해진 오늘날 왜 이렇게 사람들이 물신(物神)을 더욱 숭배하고 물신이 가진 힘에 굴복하게 될까?
‘부처님오신날’이 있는 5월이다. 해마다 이때가 되면 불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절에 가서 연등을 달
고 등표에 가족 이름을 쓰면서 소원을 빈다. 사람의 관심사나 사랑은 본래 가까운 곳에서부터 먼 곳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세상 이치이니, 연등을 달면서 맨 먼저 가족의 건강과 사업 성공을 기원하고 자녀의 성적이 좋기
를 바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런 것을 보고“기복적이다!”며 비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인간의 본성
과 종교의 본질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사람임에 틀림 없다.

나 또한 해마다 연등을 달면서 나와 온 가족의 행복을 간절히 바란다. 그렇지만 여기에 머물지는 않는다.
“이웃집의 아이도 공부를 잘 했으면!”,“ 경제가 안정되고 실업자 문제가 해결되어 길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이 제 보금자리를 찾아가게 되었으면!”, “부처님 가르침이 더 멀리 퍼져 나가 세상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었으면!”하면서, 나 말고 세상 사람들의 행복을 기원하기도 한다.

그런데 올해는 좀 더 다른 바람을 갖게 되었다.
맨 먼저“고등학생인 큰 아이가 건강하고, 친구들과 잘 지내며, 자신이 바라는 대로 그리고 자신의 능력이 맞는 학교에 진학할 수 있기를!”간절히 바란다. 또한 “연로하신 부모님들이 건강을 잘 지켜내시며 즐거운 노년을 즐기시기를!”소원한다.
이렇게 시작한 올해‘부처님 오신 날’내 소원은 두서없이 계속 이어진다.
삼천리금수강산을 마구 파헤쳐 푸른 산, 맑은 강을 송두리째 사라지게 할 한반도 대운하 계획이 완전 철폐되기를, 이민족의 압제를 받아 고통을 겪고 있는 티베트 인들이 하루 빨리 자립하여 자신들의 미래를 스스로 가꾸어나갈 수 있도록 자비하신 관세음보살님의 보살핌이 티베트 인들과 중국 당국자들에게 전해지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지난해 유혈사태를 빚었던 버마에서 군부 독재가 사라지고, 그들이 아름다운 불교 전통을 평화롭고 바르게
지켜낼 수 있게 되기를, 계속 불안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중동지역이 안정되어 치솟는 석유 값 불안에서 벗
어나게 되기를, 폭력과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바뀌어, 그들의 얼굴에 웃음이 넘쳐나고 그것이 퍼
져나가 온 세상 사람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평화롭게 살아가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 인간의 과도한 욕망과 그에 따른 과소비 때문에 환경이 급변하여 히말라야 설산과 극(極) 지방의 빙하
가 녹아내리고 지구상에 새로운 질병이 퍼져나가는 일이 없기를, 부자와 가난한 사람·좋은 직장을 가진 사람과 직장을 잃은 사람·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갈등과 불화가 완화되어 서로가 인정해주고 등을 두드리며 격려해주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이 땅의 정치·경제 지도자들이 거짓을 멈추고 자기 직분을 바르게 수행하여 국민들에게서 신뢰를 얻게 되기를, 그리고 나아가 종교 지도자들이 국민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일 없이 국민들의 정신적 스승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여 그들에게 희망을 주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과도한 경쟁 체제 속으로 끌려들어가 고통을 겪고 있는 이 땅의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며 예술과 인생을 음미하고 민족의 미래를 설계하는 멋진 젊은이로 자라 나게 되기 또한 소원한다.
그리고 이 땅의 교육이 제 자리를 잡아 부모와 자식이 생이별하여 고통을 겪는 일이 사라지고, 선생님들이 제대로 예우를 받으며 진정한 스승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갈등과 불화보다는 화해와 조정이 결국 나 자신을 위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사람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져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녹아들고 그래서 세상이 평화롭게 되기를 소원 한다.
또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 진리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 듣고, 그 가르침을 따라 생활 방식이 바뀌고 성격이 바뀌게 되며, 함께 어울려 멋진 세상을 만들어가는 도반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상대와 나의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과 집단의 사상과 신념을 존중해주는 사회 풍토가 조성되기를 소원한다.
이상 여러 소원을 빌어보았지만 1 순위는 나와 내 가족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나의 일터인‘조계종출판사’에서 불자들에게 삶의 양식이 되는 좋은 책을 더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필자는 아직 대승의 경지에 이르지 못하고 나부터 살고자하는 소승에 머물러 있다. 독자 여러분들은 어
떠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