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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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Ⅰ)

장길석
여래사 불자, 법무법인 대호
송무실장·jang-kswi@hanmail.net


《사례 1》 갑은 2006. 5. 1.에 을에게 금 1,000만 원을 빌려 주었으나 을은 그 지급기한에 돈을 갚지 않았습니다. 그 후 갑은 을에 대한 아무런 법적 조치도 하지 않은 채 10년이 지났는데, 을의 형편이 나아졌으므로 갑은 10년 6개월 전에 빌려갔던 원금 1,000만 원과 약간의 이자를 청구하였습니다. 그런데, 을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으니 줄 수 없다고 합니다. 갑은 을로부터 돈을 돌려받을 수 없나요?
《사례 1》 갑은 을의 하숙집에서 3개월간 숙박하기로 하고 숙박료를 매월 말일에 지급하기로 하였습니다. 그 후 갑은 숙박료 3개월분 약 100만 원을 지급하지 못하고 계속 미루어 왔으나 을은 갑에 대한 아무런 법적 조치를 하지 않은 채 1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다가 을은 갑을 상대로 위 숙박료를 받기 위하여 소를 제기하였으나 갑은 소멸시효의 완성을 이유로 숙박료를 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을은 갑으로부터 숙박료를 받을 수 없나요?


1. 소멸시효란


가. 의의
소멸시효라 함은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함으로써 일정한 기간의 경과로 권리가 소멸하는 것을 말합니다. 위 사례 1의 경우 갑은 을에게 돈을 달라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10년이 넘도록 돈을 달라고 하지 않았거나, 위 사례 2의 경우 을이 갑에게 1년이 넘도록 숙박료를 받지 못한 경우, 권리자는 빌려준 돈이나 숙박료를 받을 수 없도록 한 제도가 소멸시효입니다.


나. 소멸시효를 인정하는 이유
첫째, 구체적인 소송사건에서 증거보전의 곤란을 구제하려는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채무자 을은 채권자 갑으로부터 금 1,000만 원을 빌렸으나 몇 개월 후 이를 변제하면서 당시에 채권자로부터 영수증을 받지 않은 경우가 있고, 또 영수증을 설령 받았다 하더라도 이사 등의 이유로 그 영수증을 분실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갑은 그 후로부터 10년이 지났는데 과거의 차용증서를 제시하면서 을에게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때 증거보전의 곤란을 구제하기 위하여 소멸시효가 필요합니다.
둘째, 권리행사의 태만에 대한 제재로 오랫동안 자기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고 방치한 자는 보호받을 가치가 없다는 취지에서 소멸시효가 필요합니다(즉,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법률상 이를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위 사례 1과 2의 경우입니다.


2. 소멸시효의 요건


가. 소유권을 제외한 재산권에 한하며(민법 제162조), 가족권(신분권)·인격권과 같은 비재산권은 소멸시효의 목적이 되지 않습니다. 그 밖에도 성질상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 일정한 권리(점유권·상린권·담보물권 등)가 있습니다.


나.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어야 합니다. 즉, 소멸시효기간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됩니다(민법 제166조 제1항). 시기始期 또는 조건이 붙은 채권은 시기가 도래하거나 조건이 성취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됩니다. 그리고, 부작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은 그 위반행위가 있은 때로부터 진행됩니다(민법 제166조 제2항). 요컨대, 일반적으로 소멸시효는 소구할 수 있는 권리가 성립한 때로부터 진행됩니다.


다. 위의 권리불행사의 상태가 일정기간(소멸시효기간) 동안 계속되어야 하는데, 각 권리별 소멸시효는 아래에서 보겠습니다.
라. 중단 없이 소멸시효가 만료되어야 합니다.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에 관하여는 아래에서 추가로 설명하겠습니다.


3. 권리별 소멸시효기간


가. 일반채권의 소멸시효기간
(1) 일반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10년입니다(민법 제162조 제1항). 위 사례 1의 경우 갑이 을에게 금 1,000만 원을 빌려 주고 아무런 법적 조치도 하지 않은 채 10년이 경과하였다면 갑은 을로부터 빌려 준 돈을 받을 수 없습니다.
(2) 회사의 이사 등 임원의 임금채권 및 퇴직금 청구의 소멸시효는 10년입니다. 회사의 규정에 의하여 이사 등 임원에게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또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소정의 임금이나 퇴직금이 아니라 재직 중의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의 일종이라 할 것이므로 이사 등 임원의 임금 및 퇴직금청구권에는 근로기준법 제49조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10조 소정의 시효에 관한 규정이 적용(3년)되지 아니하고 일반채권의 시효 규정이 적용(대법원 1988. 6. 14. 선고 87다카2268 판결)되므로 민법 제162조 제1항의 규정이 적용됩니다.


나. 상사채권의 소멸시효
상행위(영업활동에 관한 재산상의 행위)로 생긴 채권(상사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원칙적으로 5년입니다(상법 제64조). 이렇게 상사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을 민사채권보다 단기로 규정한 것은 상거래의 신속한 해결을 위한 목적입니다.
예를 들어, 1만 원 미만의 예금자로 1년 이상 입출금 거래가 없는 경우, 은행에서는 휴면예금으로 보아 5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은행은 그 예금을 잡수익으로 처리합니다{다만, 관행적으로 또는 금융감독원의 행정지도로 잡수익 처리된 예금을 은행(채무자)이 고객(채권자)에게 지급하는 것은 별론으로 합니다.}.
이같은 상사채권의 소멸시효에 관하여는 별도로 상세히 설명하겠습니다.


다. 3년의 단기소멸시효에 걸리는 채권(민법 제163조)
(1) 이자, 부양료, 급료, 사용료, 기타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 또는 물건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채권. 여기서,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 또는 물건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채권이라 함은 1년 이내의 정기에 지급하는 채권을 의미하는 것이고, 변제기가 1년 이내의 채권이라는 의미가 아니므로 1회의 변제로서 소멸되는 소비대차의 이자 채권은 이에 포함되지 않습니다(대법원 1977. 1. 25. 선고 76다2224 판결, 1980. 2. 12. 선고 79다2969 판결, 대법원 1996. 7. 12. 선고 96다19017 판결).


(2) 의사, 조산사, 간호사 및 약사의 치료, 근로 및 조제에 관한 채권


(3) 도급받은 자, 기사 기타 공사의 설계 또는 감독에 종사하는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


(4)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및 법무사에 대한 직무상 보관한 서류의 반환을 청구하는 채권


(5)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및 법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


(6) 생산자 및 상인이 판매한 생산물 및 상품의 대가
(가) 전기요금도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즉, 우리 법원은 “전기는 한국전력(주)(구 한국전력공사)이 생산한 생산물이라 할 것이고, 전기요금은 그 생산물의 대가라 할 것이니, 전기요금채권은 민법 제163조 제6호 소정의 3년의 단기소멸시효에 해당되는 채권이라 할 것이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인천지방법원 1985. 10. 17. 선고 85가합311 판결).
(나) 상인이 판매한 상품의 대가의 의미 : 상품의 매매로 인한 대금 그 자체의 채권만을 말하는 것으로서, 상품의 공급 자체와 등가성있는 청구권에 한합니다(대법원 1996. 1. 23. 95다39854 판결). 즉, 물품대금은 상품공급과 서로 대가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다) 주의할 물품대금 소멸시효 : 계속적 물품공급계약에 기하여 발생한 외상대금채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발생한 때로부터 3년이 경과함으로써 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볼 것이지, 거래 종료일로부터 기산하여야 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태도입니다(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다10152 판결). 예를 들어, 갑은 2001. 3. 1.부터 을에게 상품을 계속적으로 공급하고 대금을 받아 왔으나, 2001. 5. 2.자 공급한 상품대금을 을로부터 받지 아니하고도 그 후 계속적으로 을에게 외상으로 물품을 공급하고, 2001. 5. 2.자 이후 물품대금은 항상 1개월 후에 외상대금을 받고 2001. 5. 2.자 외상대금만 받지 못하고, 갑과 을의 계속적 물품공급계약은 2005. 3. 1. 종료하였다면 갑을 을에게 2001. 5. 2.자 물품대금을 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즉, 물품대금채권이 발생한 때가 2001. 5. 2.자이고, 이미 3년이 경과하였기 때문입니다.


(7) 수공업자 및 제조자의 업무에 관한 채권


라. 1년의 단기소멸시효에 걸리는 채권(민법 제164조)
(1) 여관, 음식점, 대석對席, 오락장의 숙박료, 음식료, 대석료對席料, 입장료, 소비물의 대가 및 체당금의 채권
(2) 의복, 침구, 장구 기타 동산의 사용료의 채권
(3) 노역인, 예술인의 임금 및 그에 공급한 물건의 대금채권
(4) 학생 및 수업자의 교육, 의식 및 유숙에 관한 교주, 숙주, 교사의 채권


마. 기타 소멸시효기간
(1) 채권 및 소유권 이외의 기타 재산권의 소멸시효기간은 20년(민법 제162조 제2항)
(2)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각종 재해보상청구권은 3년(근로기준법 제49조, 제92조)


☞ 임금채권의 시효기간은 그 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날로부터 진행되므로, 상여금채권은 그 상여금에 관한 권리가 발생하는 때부터, 월차 및 연차 휴가에 관한 권리는 근로자가 근로를 개시한 날에서 1일 또는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날로부터 진행된다(대법원 1980. 5. 13. 선고 79다2322 판결).


☞ 임금채권 소멸시효 기간(3년)이 단기인 점의 위헌 여부(헌법재판소 1998. 6. 25. 선고 96헌바27 전원재판부) : 임금 및 퇴직금채권에 대한 단기소멸시효의 설정은 기업거래의 안전과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며, 소멸시효기간을 3년으로 제한한 것은, 민법상 일반채권에 대한 소멸시효기간인 10년보다는 짧으나 민법상 급료채권 기타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 또는 물건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채권의 소멸시효기간 3년과 동일하고, 노역인·연예인의 임금 및 그에 공급한 물건의 대금채권의 소멸시효기간 1년보다 긴 점, 임금 내지 퇴직금채권에 대한 단기소멸시효기간이 1974. 12. 24. 개정으로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 점, 근로자명부 기타 근로계약에 관한 중요한 서류의 보존기간을 3년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민법 제165조가 단기소멸시효에 걸리는 채권이라도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10년으로 시효소멸되도록 규정하고 있어 필요한 경우 근로자가 소를 제기함으로써 그 소멸시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특별히 짧다거나 불합리하다고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입법재량의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였다거나 다른 일반채권들에 비하여 근로자에 대해서만 특별히 차별대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3)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시효기간은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사실을 안 때로부터 3년, 또는 가해자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민법 제766조)


(4) 퇴직금 청구권은 3년의 단기소멸시효(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10조)


☞ 퇴직금채권 소멸시효의 기산점 : 근로기준법 제36조에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 바, 퇴직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퇴직한 다음 날로부터 보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퇴직 후 14일이 지난 다음 날로 보아야 할 것인지 문제인데, 우리 법원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때’라 함은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서 이행기 미도래, 정지조건 미성취 등 법률상의 장애가 없는 경우를 말하는 것인데, 근로기준법 제36조 소정의 금품청산 제도는 근로관계가 종료된 후 사용자로 하여금 14일 내에 근로자에게 임금이나 퇴직금 등의 금품을 청산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이를 불이행하는 경우 형사상의 제재를 가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지, 사용자에게 위 기간동안 임금이나 퇴직금 지급의무의 이행을 유예하여 준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를 가리켜 퇴직금청구권의 행사에 대한 법률상의 장애라고 할 수는 없고, 따라서 퇴직금청구권은 퇴직한 다음 날부터 행사할 수 있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1. 10. 30. 선고 2001다24051 판결).


(6) 부동산매수인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 : 이는 채권적 청구권으로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리나(민법 제162조 제1항, 대법원 1980. 1. 15. 선고 79다1799 판결), 매수인이 목적 부동산을 인도받아 계속 점유하는 경우에는 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습니다(대법원 1976. 11. 6. 선고 76다148 판결).


바. 판결 등으로 확정된 채권(민법 제165조)
(1) 앞서 설명한 단기소멸시효(1년, 3년)에 해당되는 채권에 대하여 소를 제기하여 판결이 확정(또는 재판상의 화해, 조정, 지급명령, 파산절차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 등)된 채권의 소멸시효 기간은 10년입니다(민법 제165조 제1항 및 제2항). 위 사례 2의 경우에서 을이 갑으로부터 1년이 넘도록 숙박료를 받지 못했다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숙박료를 청구할 수 없다고 했는데, 만약 을이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았다면 그로부터 10년 동안 을은 갑에게 숙박료를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주채무자에 대한 채권만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 연대보증인의 연대보증채권에 대한 채권자의 소멸시효기간 문제


☞ 우리 법원의 태도는 “민법 제165조가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은 단기의 소멸시효에 해당한 것이라도 그 소멸시효는 10년으로 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당해 판결 등의 당사자 사이에 한하여 발생하는 효력에 관한 것이고, 채권자와 주채무자 사이의 판결 등에 의해 채권이 확정되어 그 소멸시효가 10년으로 되었다 할지라도, 위 당사자 이외의 채권자와 연대보증인 사이에 있어서는 위 확정판결 등은 그 시효기간에 대하여는 아무런 영향도 없고, 채권자의 연대보증인의 연대보증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여전히 종전의 소멸시효기간에 따른다.”라는 것입니다(대법원 1986. 11. 25. 선고 86다카1569 판결). 따라서, 채권자는 반드시 주채무자와 연대보증인을 당사자로 하여 소를 제기하여 판결을 받아야 합니다. 주채무자만 확정판결을 받고 연대보증인은 연대보증만 믿고 확정판결을 받아 놓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