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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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불교의 청사진(15)

성운星雲 스님
대만 불광산사 개산조


<지난호에 이어서>


12. 종교관宗敎觀 : 신앙지도信仰之道


인간은 종교적 동물이다. 종교는 밝은 빛과 같으며, 인간에게 밝은 빛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종교는 물과 같다. 인간은 물은 떠나서 생활할 수 없다. 인류는 이미 지식이 없던 상고시대上古時代부터 대자연에 대한 신앙을 가지고 있었다. 신앙을 통해 신권神權, 군권君權이 생겨나고 그것은 다시 현재의 민권民權, 인권人權으로 이어졌으며, 그리고 곧 도래할 생권生權 등으로 계속 이어진다. 그러므로 인류는 스스로 문명을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다. 물질적 생활 외에도 정신생활의 승화, 신앙생활의 추구 역시 하루도 없어서는 안 된다.


신앙은 자연의 발로이며, 본래 지닌 자신의 정신력에서 나온다. 신앙이 반드시 종교적 신앙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하나의 사상이나 학설을 신앙으로 삼고, 또 누군가는 어떤 주장을 신앙으로 삼는다. 심지어 어떤 사람을 숭배한다면 그가 신앙의 대장이 될 수도 있다.


말은 그렇지만, 인간에게 삶과 죽음의 문제가 있는 한 종교 신앙은 꼭 필요하다. 신앙과 종교는 반드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일단 사이비 종교를 잘못 선택하면 독약을 먹는 것과 같다. 일단 약효가 나타나면 생명까지도 위험해진다. 사이비를 믿는 것은 차라리 믿지 않는 것만 못하다. 믿지 않는 것은 미신迷信하는 것만 못하다. 미신은 이해하지 못했을 뿐, 선악의 인과 관념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악을 선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불신하는 사람은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기만 하면 되는데, 그런 생각조차 안 한다. 그러면 영원히 이 세상을 볼 기회가 없다. 신앙에는 ‘바른 믿음’이 가장 좋다.


바른 믿음의 종교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① 역사적 증거자료 구비 : 예를 들어 불교 교주이신 석가모니 부처님은 역사에 부모, 가족, 출생지, 출생일자, 그리고 출가, 수행, 성도의 과정까지 명확히 기록되어 있다.


② 세계 대중의 인정 : 예를 들어 불교는 세계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4대 종교의 하나이다.


③ 인격·도덕적 완벽 : 예를 들어 부처님은 지덕智德, 단덕斷德, 은덕恩德의 공덕을 두루 갖춘 깨달은 분이다.


④ 대중을 굴복시키는 힘 : 예를 들어 불교의 삼법인三法印, 사성제四聖諦, 팔정도八正道
등의 교의敎義와 인과因果, 업력業力, 연기緣起 등의 논리 모두 정연하고 명확한 진리이다. 어리석음에서 헤매는 우리를 깨달음에 이르게 해주고 고난을 벗어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신앙은 인생의 궁극적 목적이다. 또한 신앙은 생명이 의지할 곳을 찾아준다. 어떤 종교를 믿든 이성적 판단으로 선택해야 한다. 자신이 믿는 가르침이 진리에 부합되는지도 따져봐야 하고, 보편성과 필연성, 평등함과 영구함을 지녔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경전에서는 사람이 살면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네 가지가 있다고 했다. 항상 젊을 수 없고, 항상 건강할 수 없으며, 천년만년 살 수 없고, 죽지 않을 수 없다는 것(『불설사불가득경佛說四不可得經』이다. 이것은 사해의 어디에서든 모두 통하는 보편적 진리이다. 중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이와 같으며,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도 마찬가지이다. 옛날 사람도 벗어날 수 없었지만. 현재와 미래의 사람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이것은 보편적으로
이러하고, 필연적으로 이러하며, 본래 이러하고, 영원토록 이러할 진리이다.


불교는 진리에 딱 들어맞는 종교이다. 고금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양무제는 도교를 버리고 부처님께 귀의하였으며, 아쇼카 왕은 불교를 국교로 삼았다. 송나라 때 재상 여몽정呂蒙正은 “삼보를 믿지 않으면 내 집에 태어나지 말지니, 자손만대 조정의 녹을 먹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외호하길 바라노라” 하고 외쳤다. 철학자 니체는 목사의 아들이지만 “불교가 기독교보다 숭고하고 진실되다”며 찬탄하였다. 쇼팬하우어는 불교신자를 자처하며 불교가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종교임을 인정했다. 한유漢愈도 「간영불골諫迎佛骨」이라는 상소까지 올리면서 불교를 반대했지만, 후에 자신도 불교에 귀의했다. 구양수歐陽修도 불법을 반대했지만, 나중에는 불법을 행하고 선행을 쌓길 권했다고 한다. 불교의 5대 논사(論師: 논장 論藏에 정통한 자)인 아슈바고샤(A.vagho, 馬嗚), 나가르주나(N.g.rjuna, 龍樹), 아리야데바(.ryadeva, 提婆), 아상가(Asa.ga, 無着), 바수반두(Vasubandhu, 世親) 등 누구 하나 외도에서 불교로 개종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불교를 신앙함에 있어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사람을 따르는 사람, 교리를 따르지 않고 사찰을 따르는 사람, 이치를 따르지 않고 감정을 따르는 사람, 부처님을 따르지 않고 신을 따르는 사람’ 등 사람마다 신앙의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불교의 교의를 믿는 본신本身 또한 천양지차다. 진리를 꿰뚫어보는 지혜가 반야인데, 범부의 반야는 정견正見이고, 이승인二乘人의 반야는 연기緣起이며, 보살의 반야는 공空이다. 오직 부처만이 올바른 지혜로 진리를 증득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반야는 부처의 경계이자, 최상승最上乘의 참된 법계法界이다.


불교는 각기 다른 중생의 근기에 따라 불법을 5가지의 법문으로 나눴다. 이것을 ‘오승불법五乘佛法’이라고 한다. 그중에 인승人乘과 천승千乘의 가르침은 세간에서 복행福行을 쌓는 증상심增上心과 현세나 후세의 모든 세상에서 즐거움을 누리는 데 중점을 둔 불교의 공통된 세간법이다.


유교가 인승에 가깝고, 기독교와 회교가 천승天乘과 가깝다. 성문승과 연각승의 가르침은 해탈하고자 하는 출리심(出離心 : 삼계를 벗어나서 열반을 희구하는 마음)에 중점을 두며, 열반과 해탈의 즐거움을 최종 목적으로 삼는다. 도교에서 말하는 세간을 떠난 자연 그대로의 청정한 해탈이 여기에 속한다. 보살승의 가르침은 다른 사람까지도 깨달음으로 인도하고 세간을 제도하는 보리심에 중점을 둔 자. 자비와 지혜가 궁극에 도달함을 수행의 최고 경지로 삼으며, 이타利他와 제세濟世를 위한 구체적 실천 덕목이 육바라밀이다.


불교 교의는 심오하면서도 포용력이 있다. 불교에서는 삼보에 귀의한 불교신자라고 해도 신을 공경하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도 된다고 말한다. 귀의는 한평생에 걸친 것이며, 일종의 신앙이다. 그러나 절은 일시적이며, 존경의 표현인 셈이다.


삼보에 귀의한 불자 역시 신령에게 예배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신앙은 한 마음(一心)으로 매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문품普門品」에서 말하는 ‘일심으로 명호를 일컫는다’ 또는 ‘일심으로 공양한다’와 『아미타경』에서 말하는 ‘한마음으로 흐트러짐이 없다’ 또는 ‘한마음으로 극락왕생을 기원한다’ 등이 모두 한마음으로 염원하고 정성을 다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종교 신자는 자신이 선택한 종교 신앙에 충실하고 매진해야 한다. 감정, 금전, 사업, 앞날 등의 선택이 신앙과 충돌하면 신앙에 대한 일심의 정도를 시험하는 것이다.


사실 어느 종교를 믿든지 자성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지도론』은 “너 자신에 의지하고 법에 의지하라. 너 자신 밖에 다른 것에 의지하지 말라”고 설하였다. 바른 견해로 신앙을 지닌 사람은 마음에 의지할 바를 얻는 것은 물론, 전신적으로 의탁할 곳이 생긴다. 또한 널리 선연을 맺을 수 있어 많은 도반과 친구를 사귈 수 있다.


남전南傳 대장경에서는 “신앙이 있는 가정은 생활에 성실, 진리, 견고, 보시 등 네 가지 도덕이 있다” 하였다. 네 가지의 도덕을 갖추면 현재와 미래에 대한 근심과 두려움이 사라진다. 생사에 대해 근심과 두려움이 없는 사람은 불법에 이미 바른 신심을 가진 것이다.
이는 『금강경』에서 이야기하는 “만약 누군가 한 마음으로 맑은 믿음을 낸다면, 이 사람은 아뇩다라샴막삼보리阿.多羅三.三菩提를 얻는다”와 일맥상통한다.


결국 종교적인 믿음은 자신의 미래에 당당히 맞설 용기와 힘을 북돋아주고, 세상의 불공평을 감싸 안을 넓은 마음을 갖게 하고, 더 나아가 또 다른 운명을 개척해나갈 수 있게 한다. 특히 불교의 중도 사상과 연기, 인과와 업보, 생사와 열반 등의 교의는 인생의 미혹에서 벗어나 사람이 저마다 가진 진여불성眞如佛性을 이끌어내도록 도와준다. 신앙으로서의 불교는 부처님에게 구하고, 부처님을 믿고, 부처님에게 절하고, 더 나아가 부처님에게서 배우고, 부처님처럼 수행하고, 부처님이 되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신앙의 최고 단계는 스스로 부처님이 되는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