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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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마무리할 지혜와 슬기 발휘해야

양세훈
한국정책분석평가원장


지난 11월 15일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 했다. 규모로는 지난해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 규모 5.8보다는 작았지만 이번에는 진앙지가 그 때보다 낮은 곳에서 발생하여 전국에서 지진의 위력과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사상 처음으로 수능이 1주일 연기 되는 등 그 파장이 우리사회에 만만치 않게 퍼져나가고 있다.


대자연의 재앙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실감하고 한편으로는 살아간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을 것이다.


특히 이 달 12월은 정유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달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달 12월이 더욱 중요한 달이기도 하다.


어떤 일에 있어서나 그 성패를 결정짓는 중대한 시점이 있기 마련인데 어떤 결과를 목전에 둔 시점이 바로 그러한 시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시기에 결정적인 실수를 하게 되면 그 동안의 모든 일은 허사가 되고 그간의 노력 또한 헛수고에 그치고 말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원인을 살펴보면 대개 인간의 감정과 시비, 시기와 질투에 의한 다분히 의도적인 행동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고사가 있다.


중국 전국시대 조趙나라 혜문왕惠文王 때에 인상여藺相如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재주가 뛰어나서 대국大國인 진秦나라 소양왕昭襄王에게 빼앗길 뻔했던 화씨지벽和氏之璧을 되돌려가지고 온 사람이다. 그는 그 공으로 당시 명장이었던 염파廉頗장군보다도 그 지위가 높아졌다. 이에 염파는 몹시 분개하여 인상여를 죽일 계획을 세웠다. 이 사실을 안 인상여는 병을 핑계하고 어전회의에도 나가지 않고 문밖출입까지도 삼갈 정도로 염파를 피했다.


이러한 인상여의 행동을 비겁하다고 생각한 부하 한 사람이 실망하여 그의 곁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작별인사를 하러 갔다. 그러자 인상여가 그를 만류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보다 강국인 진나라가 우리나라를 감히 쳐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저 용장인 염파장군이 버티고 있고 또 내가 있기 때문인데 우리 두 사람이 감정과 시기와 질투심에 다투기라도 한다면 나랏일이 어떻게 되겠는가. 또 우리는 오늘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힘을 쏟고 노력을 해왔는가. 어떤 일이 있어도 이것들이 허사가 되어서는 안 되네. 우리에게는 지금이 바로 아주 중요한 시기일세.”
인상여의 이 말은 곧 염파의 귀에도 들어갔다. 이 말을 전해들은 염파는 부끄러워 태형笞
刑에 쓰이는 형장荊杖을 짊어지고 인상여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인상여에게 그동안의
잘못을 빌며 형벌을 청했다.


여기에서 저 유명한 문경지교刎頸之交라는 고사가 생겼다고 한다. 문경지교는 목을 베어줄
정도로 절친하게 사귀는 사이를 의미한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기에 이 고사가 시사하는 바를 명심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개인사든 가정사든, 그리고 사찰의 일이든 국가적인 일이든 이 12월은 씨 뿌리고 가꿔왔던 지난 일을 갈무리하여 내일의 풍요로운 결실과 또 보다 나은 내일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내일을 위해서는 인상여와 염파장군처럼 고집과 아상과 감정을 죽일 줄도 알아야 하고 시기·질투와 다툼을 버리고 힘을 합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것이 곧 내일을 살 수 있는 지혜이고 슬기이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이달 12월에 우리 모두 조용히 자신의 지난 일들을 되돌아보고
겸손한 마음으로 올 한 해 남은 1개월을 준비해야 하겠다.


한 해 마무리할 지혜와 슬기 발휘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