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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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우울증

문상돈
한의학 박사|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사업하는 50대 후반의 사장님이 있는데, 여러 해 동안 숱한 고생을 하면서 회사를 꾸려왔다. 그간 각고의 노력 끝에 작년 말부터 회사가 바빠지기 시작했고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렇게 소망해 왔던 꿈이 현실로 이루어졌으나 정작 자신은 아무런 기쁨이나 성취감이 없고 만사가 귀찮고 짜증이 난다고 했다. 고생 끝에 찾아온 값진 결과에 대해 그저 무덤덤하고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쉬고 싶다는 것이다. 남성 갱년기 우울증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딸을 결혼시키고 아들은 군에 보낸 엄마가 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집은 적막강산으로 변했고 처음에는 쉽게 피곤해지고 잠을 설치는 일이 잦아지더니 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쓰이고 걱정거리가 많아졌다. 무기력감이 들면서 우울해서 밥맛을 잃었으며 뭔가를 하고 싶은 의욕이 떨어졌다. 친구들 모임에 나가기 싫고 이전에 즐거웠던 활동에 대한 흥미까지 상실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력이 약해지고 건망증까지 오는 것 같아 불안을 호소했다. 여성 갱년기 우울증이다.


기분이 가라앉는다, 만사가 귀찮다, 몸이 나른하다 등은 모두 우울증에서 느낄 수 있는 증상들이다. 갱년기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지기 쉬우며 실제로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도 많다. 중년기에 나타나는 우울증은 남성은 50~65세, 여성은 40~55세 시기에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년기는 가정에서 자녀의 학업이나 사회진출, 결혼 등으로 부모의 역할이 감소하는 시기다. 한편으로는 직장에서 퇴직, 여성호르몬 감소로 인한 폐경, 남성호르몬 감소로 인한 성욕저하 등을 경험하게 된다. 이에 따라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흰머리와 주름살이 늘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끼는 시기이다. 또 신체적 노화에 대해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과거의 젊음을 그리워하는 경향을 보인다.


갱년기 우울증하면 주로 여성을 연상하게 된다. 갱년기가 되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줄면서 노화속도가 빨라져 신체기능이 떨어지고 우울감이 더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세로토닌이라고 하는 행복호르몬이 뇌 내에서 작용하는 신경전단물질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때가 있다. 세로토닌 부족은 인지 기능저하나 우울증과도 관련이 깊으므로 갱년기에는 일시적인 건망증 기분저하 수면장애 등이 증가한다. 갱년기 우울증이 주로 여성에게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남성들 역시 증상을 많이 경험한다. 그러나 남성들은 여성들에 비하여 호르몬 수치가 천천히 감소하고 자각 증상이 없기 때문에 갱년기 우울증에 대한 대처가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남성 갱년기 우울증의 주요 증상은 성욕 저하, 인지기능 저하, 불안, 초조, 우울감 등이 있다.


갱년기 우울증을 그저 지나가는 소나기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 별 거 아닌 것으로 단정 짓고 참기만 하면 점점 악화되어 일상생활에까지 지장을 주고 최악의 경우에는 죽고 싶다는 극단적인 생각으로 치닫기도 한다. 자신이 우울증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평소에 자신의 몸 상태에 관심을 갖고 동료나 자녀 등 주위 사람들과 대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가족이나 지인이 우울증 증상을 보일 경우에는 즉시 치료를 받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막연히 의지가 박약하기 때문이라거나 어설픈 충고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기를 놓치면 병이 악화되어 자살 등의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우울증은 생명과 밀접하게 관계되는 만큼 증상이 심각할 경우에는 방치하지 말고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에게 갱년기 우울증 증상이 느껴지면 이에 대하여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표현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생활습관, 햇빛을 하루 30분 이상 쐬고 카페인이나 알코올의 지나친 섭취를 금하는 것이 좋다. 삶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좋은 관계를 형성하거나 취미를 발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갱년기의 우울감정에는 호르몬대체요법 한방요법 등이 효과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