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9월호

    다시듣는 큰스님 법문
    이달의 법문
    화보
    다람살라소식
    생활 속의 불교
    생활법률상식
    자연과 시
    자연과 시
    자연과 시
    불서
    선지식을 찾아서
    산사카페
    인간불교
    건강한 생활

과월호보기

답답하고 화 잘 나는 사람…연뿌리 드세요

문상돈
한의학 박사 | 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 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남편의 잦은 바람기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산다는 40대 여성이 왔다.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대인관계가 불편하다는 이 여성의 주증상은, 가슴이 항상 체한 것처럼 답답하고 울화가 치밀어 별 일도 아닌데 주체할 수 없이 화가 난다. 입이 자주 마르고 밤에 잠도 안 오는데 그마저 눈을 잠깐 붙이고 나면 뜬눈으로 날을 샌다고 한다. 수 천 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한방요법에는 여성의 울화병에 쓸 수 있는 처방이 다양하고 효과 또한 탁월한데, 문제는 돈이었다. 여성의 말로는 알량한 남편이 재산마저 다 말아먹었기 때문에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비싼 한약은 지어먹을 수 없다며 하소연했다.
우선 연뿌리를 갈아서 하루 3차례 꾸준히 마시도록 권유했다. 한참 지나 내원한 그 여성의 표정은 전보다 완연하게 편안해 보였다. 얼굴에 보였던 붉은 기운이 많이 내렸고 무엇보다 답답했던 가슴이 후련해져서 숙면을 취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율곡 이이 선생과 연뿌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효성이 지극하기로 소문난 이이 선생은 어머니 신사임당을 여의고 너무 큰 실의에 빠져 음식을 먹지 못할 정도로 몸이 쇠약해졌다. 이런 상태가 꽤 여러 날 지속되자 원기가 많이 축났는데, 이때 선생의 기운을 회복시킨 음식이 바로 연근이었다. 연근으로 죽을 쑤어 먹음으로써, 비위기능을 개선시키고 모친의 사망으로 인한 근심병을 다스리는 약재 역할까지 가능케 된 것이다. 연근을 잘 활용한 지혜로 건강회복에 덕을 크게 본 것이다.
연뿌리의 한약재 이름은 우藕 또는 연근蓮根이라고 한다. 맛이 달고 찬 성질이 있으며 몸 안에서 진액을 생기게 하여 갈증을 해소시켜준다. 비위기능을 개선해주고 기운을 북돋아준다. 이러한 효능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얼굴에 열이 후끈후끈 오르고 가슴이 답답할 때, 불안하고 초조할 때 연뿌리를 장기간 섭취하면 사람이 유해져서 화를 덜 내게 된다. 찬 성질이 있어 이유 없이 코피 나는 사람이 연뿌리를 갈아서 먹으면 출혈을 멎게 하기도 한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옛날 송나라 고관이 연뿌리 껍질을 벗기다가 실수로 양의 피를 받아놓은 그릇에 떨어뜨렸는데 그 피가 엉기지 않음을 보고 연뿌리가 뭉친 피를 흩뜨리는 성질이 있다는 기록도 있다. 실제로 연근은 여러 가지 출혈을 멈추는 지혈작용과 열독을 풀고 어혈을 삭히며 토혈을 멎게 한다. 아름다운 피부와 기미 여드름 개선에도 효과적인데, 왕성한 말초혈액순환으로 피부신진대사를 촉진하고 내장 전체의 활동을 부드럽게 하기 때문에 피부를 맑게 하고 여드름 기미 등에 좋다. 특히 울화가 많아 피부가 뒤집어지는 여성들에게 아주 효과만점이면서 가격까지 착한 연근이므로 잘 활용해 보면 여러 모로 많은 도움이 된다.
연뿌리 생것은 토하거나 설사를 한 뒤에 허해서 나는 갈증을 멎게 해준다. 연뿌리를 쪄서 먹으면 오장을 아주 잘 보하며 하초를 든든하게 해준다. 쇠해진 기력을 금세 회복시키며 꾸준히 섭취하면 몸이 거뜬해지고 배고픔도 잊을 수 있는 좋은 음식 중의 하나이다. 연근을 자르면 가는 실과 같은 것이 엉겨서 끈끈한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뮤신(mucin)이란 물질이다. 뮤신은 당질과 결합된 복합단백질로, 이 뮤신엔 세포의 주성분인 단백질의 소화를 촉진하여 체내에서 헛되지 않게 활용하는 작용이 있다. 연근의 강장작용은 뮤신의 이 작용 덕택이 크다. 또 진정작용이 있기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는 것을 안정시키고 신경의 피로도 없애는 효능이 있어 잠을 잘 자도록 하고 노이로제 등에 좋다. 평소에 잠이 잘 오지 않을 때 연뿌리 달인 물을 마시게 되면 숙면에 많은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