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신문의 종교담당 기자는 불교 이외에도 개신교, 가톨릭, 원불교, 천도교 등 여러 종교를 취재하고 기사화한다.

세계의 대표적인 다종교국가인 한국에서 종교 간에 세력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종교담당기자의 처신이 쉽지 않다. 뜻하지 않게 종교계의 시비와 맞닥뜨리는 경우도 있다.

최근엔 강원도 원주의 치악산에서 수도하며 살아가는 고진하 목사를 취재해 기사화했다. 그는 5권의 시집을 낸 영성 시인이자 숭실대 문예창작과와 모교 감신대에서 강의하는 교수이다. 그 뿐 아니라 틈나는 대로 인도를 여행하는 순례자이기도 하다. 지난 2002년부터 인도를 오가던 그가 최근 ‘고진하의 우파니샤드 기행’이란 부제가 붙은 <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을 내놓았다. 영성시인다운 감각과 적절한 비유들이 곁들여진 이 순례기는 일반 대중들이 우파니샤드에 다가서기에 적절하게 썼기에 그를 인터뷰한 것이다.

그는 감신대 학장시절 저명한 불교학자인 이기영 박사 등과 깊이있는 대화를 통해 ‘기독교 밖에도 구원이 있다’고 했다는 이유로 감리교교단으로부터 감신대 학장직과 교수직, 목사직, 신자자격까지 박탈당한 채 세상을 떠난 변선환 박사의 애제자다. 고 목사는 이번 책의 첫 페이지에서도 ‘종교 간의 경계를 넘어 광활한 영성의 바다에서 자유로운 영혼으로 유영하며 살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고 변선환 선생님께 바칩니다’고 썼다.

그만이 아니다. 그의 아내는 히말라야 요가를 해온 요기다. 또 그의 딸은 3년 전 타고르가 세운 인도의 산티니케탄의 비스바바라티대학으로 조각공부를 하러갔는데 일생의 반려자감으로 택한 남자친구는 이란에서 온 무슬림 화가다.

그에 대한 기사가 ‘하나님이 아니라 나를 찾아 떠난 목사’란 이름으로 신문과 인터넷 홈페이지인 ‘조현기자의 휴심정’(well.hani.co.kr)에 게재되자 난리가 났다. 무려 122명이 댓글을 달았는데, 대부분이 고 목사를 극렬하게 비난하는 글이었다. 휴심정에서 그 댓글들을 본 한 지인은 “그게 그렇게까지 기독교인들이 분개할 일이냐”면서 “고 목사도 고 목사지만 글을 쓴 기자가 위해를 당하지 않을지 걱정될 정도”라고 우려를 나타낼 정도였다.

신은 오직 여호와 하나님 한 분뿐이며, 진리는 오직 기독교만이 유일하다는 ‘유일성’을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은 기독교근본주의자들을 만날 때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종교전문기자임에도 할 말을 잃을 때가 많다.

그런 곤혹을 겪은 이들이 어디 ‘열린 목사들’이나 기자들뿐이겠는가. 지하철과 거리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며 선교하는 개신교인들로부터 스님들도 변을 당하는 수가 적지 않다. 이럴 때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하는 식으로 자리를 피해버리거나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스님도 있지만, 대차게 응수하는 스님들의 일화도 회자된다. 한 스님은 공용터미널에서 한 여전도사가 승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계속 따라다니며 “예수 믿고 구원받으라’고 하자 터미널 화장실로 도망치듯 들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한참을 있다가 나와 보니 그 때까지 전도사가 기다리고 있다가 다시 “예수 믿고 구원받으라”고 외치자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고 한다. 그 때 여전도사가 “왜 때리냐”고 대들자 “야, 이년아! 오른쪽 뺨을 맞으면 왼쪽 뺨까지 내놓아야지. 예수님한테 뭘 배웠느냐”고 큰소리를 쳤더니 주변 사람들이 박수를 치면서 환호작약하더라는 것이다.

또 욕을 밥 먹듯이 하는 괴각으로 유명한 춘성선사도 기차 안에서 그런 전도사에게 시달린 적이 있다고 한다. 전도사가 승복을 입은 춘성선사에게 다가와 “예수 믿고, 구원받으라”면서 “예수께선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셨다”고 말하자마자 춘성선사가 “저녁에 죽었다가 아침에 살아가는 것은 내 좆 밖에 못봤다”고 하자 전도사가 기겁을 하며 도망을 갔고 기차에 함께 탔던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는 얘기가 있다.

이런 얘기들은 무례한 이들을 혼내주어 불자들을 속시원하게 해주곤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그런 스님들처럼 응수하긴 어렵다. 그보다는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며 분을 삭이거나, 대응을 한다고 하더라도 말싸움이 될 뿐인 경우가 다반사다.

불교가 유일신을 강조하며 호전적인 기독교나 이슬람에 비해 포용적이고 관용적이긴 하지만, 타종교를 아는 정도에 있어선 가장 미진한 게 사실이다. 기독교인들은 선교를 위해서라도 타종교를 공부하는 경우가 많지만, 불교인들은 아예 기독교의 교리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저 일방적인 우월주의에만 빠져있다는 측면에선 기독교 근본주의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다보니 기독교인들과 마주쳤을 때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가족 내에서나 주위에서 ‘선교’하려드는 기독교인들과 만날 때 제대로 응수하지 못한 경우를 대부분의 불교인들이 가지고 있다. 그것은 어느 절에도, 불교대학에서도 타종교에 대해서 배워본 적이 없고, 타종교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그저 분노할 뿐 대화를 해볼 수조차 없는 것이다.

그처럼 타종교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시아권국가 불자들의 기독교화가 급속하게 진행돼왔다.

그런데도 서구 열강의 입김아래 들어갔던 스리랑카에서 전통 불교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파아나두라대논쟁 덕이었다. 대부분의 스님들이 다른 종교를 알지도 못한 채 관념적으로 불교의 우위만을 주장하는 것과 달리 당시 스리랑카의 스님들은 기독교 교리를 철저히 공부했고, 수많은 대중들을 모아놓고 공개적인 종교토론을 벌였다. 당시 성서와 유일신의 절대성을 추호도 의심치 않은 서양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스리랑카 스님들은 성경을 둘러싼 배경 지식으로 중무장해 철저히 응수했고, 결국 대중들은 불교 쪽의 손을 들어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독교를 망하지 않게 하는 것은 오직 기독교만의 절대성과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기계처럼 반복하는 근본주의자들이 아니라 타종교와 대화하고 열려있는 기독교인들이다. 그들은 근본주의기독교인들에게 뭇매를 맞지만 결국 그들이 기독교를 살리고 있는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오직 불교만의 우수성을 내세우며 타종교를 무시하고 아예 알려고도 하지 않는 불자가 불교를 살리는 게 아니고 타종교를 잘 알고, 그냥 표피적으로 분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잘 대화하고, 잘 포용하고, 잘 응수하는 불교인들이 결국 불교를 살리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교계가 아직까지 타종교인을 어떻게 만나야할지, 어떻게 대화해야할지,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제대로 배우는 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