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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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사람 좀 키워주세요

이서연 / 시인


불교계 어느 잡지를 보니 ‘연속 기획- 사람이 희망이다’ 편에 ‘불교 인재 양성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기사가 관심을 끌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계 각 분야에 걸쳐 불교 인물이 없다는 현황을 분석하고 이에 각 분야의 리더를 길러낼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찾아본다는 기사였다.
불교학생회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대학에서 신문기자로 활동한 후 문단에 등단하고, 불교 언론계에서 일해 본 경력이 있는 입장에서 이 기사는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공감이 갔다. 일반 사회에서 일하다 부모님의 권유로 불심 하나로 내딛은 불교계 기자와 출판사 편집자로의 활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퇴직금 보장은커녕 의료보험하나 되지 않는 열악한 조건도 조건이었지만 일단 주(住)는 아니더라도 의식(衣食)도 해결할 만큼의 보상이 없는 상태에서 재가불자로서의 신심과 보시를 연결하여 강요된 봉사적 차원의 활동여건과 주요 업무와 주변 업무 경계의 모호성, 업무에서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면서도 뒤따르지 않는 열악한 연구비와 시간, 발전성 없는 목표 등등이 일할 의욕을 떨어뜨렸다고 감히 핑계를 대고 싶다.

마지막으로 일했던 곳에서는 인재양성에 별도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더라도 엉뚱한 곳으로 흐르는 수익의 일부만이라도 장차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키우는데 사용해야 하지 않겠냐고 제의했다가 월급을 올려달라는 투정과 스님을 불경(不敬)하는 불자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주는 것만 불만 없이 받고, 하라는 것만 말없이 하는 것이 성실한 일꾼으로 인정받는 시대에서 윗분의 기분을 거스르는 말은 일하던 날개를 접기는커녕 다시 일하기 어려울 만큼 어깨가 부러져 나가는 일이 되고 만다. 

그러나 이것도 이미 15년 전의 일이다. 현실적으로는 지금도 만족한 여건이나 충분한 보상이 따르지 않겠지만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여건 속에서 나보다 훌륭한 신심과 전문성, 미래지향적 활동의욕을 가진 인재들이 불교를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다. 판이 달라졌다는 말이 이 말인가 보다. 재가불자들이 스님과 더불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것을 보면 부럽고 존경스럽고 흐뭇하다.
어느날 지인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훌륭한 신심을 가진 사람들이 불교계 곳곳에서 더욱 자부심을 갖고 불교계를 위해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자 한 후배가 이런 말을 했다. 만약 대기업체에 들어갈 실력이 있는 자식이 불교계에서 일하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라고 하겠느냐고.

난 똑부러지게 답하지 못했다. 10년 뒤의 일이므로 그때 가서 내 아이의 선택에 달렸다고만 했을 뿐.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지금부터 내 자식이 불교계에서 일하고 싶다고 할 선망의 분야가 되었으면 한다. 내 자식이 그곳에서 일할 재목이 될 수 있도록 누군가가 키워주셨으면 하는 바람까지 보테면 욕심일까?
아이들을 데리고 3년간 영국에서 공부를 한 적이 있다. 영국에 갈 때는 그곳서 한국아이들을 가르치고 장차 한글학교를 세우겠다는 커다란 포부를 갖고 갔다가 교인들의 방해로 정착도 하기 전에 돌아와야 할 곤경에 빠진 적이 있다. 다행스럽게 마침 한국서 프리랜서로 하고 있던 불교일이 있어서 영국에서도 계속 할 수 있게 부탁한 결과 그 원고료로 생활비는 겨우겨우 지탱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학비였다. 모 교회 목사가 세계 곳곳의 유학생들에게 유학비를 보내주는 대신에 설교에 필요한 자료를 얻고, 그 유학생들이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면 신자로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을 넓혀 준다는 걸 알았다. 또한 영국서 공부하는 목사들 대부분이 신학생일 때 교회의 협조로 유학을 시작했음을 들었다.

혹시 나도 사찰 장학금은 아니어도 불교계 일감이라도 더 구하면 학비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어 이곳저곳에 일감을 더 달라고 부탁했지만 하고 있던 일의 원고료도 삭감되거나 오히려 일이 줄어드는 지경이었다. 게다가 들려오는 소리는 그곳서 고생하지 말고 돌아오라는 것이다. 학비도 없는 가난한 형편에 뭔 유학이냐, 돈 없으면 얼른 돌아와야지 어린애에게 뭘 가르치겠다고 영국까지 가서 거지처럼 공부하냐는 소리까지. 
불교계에서 일하다 늦은 나이에 결혼해 사회의 ‘보살’이 될 수 있는 아이를 갖게 해 달라고 한 관음기도로 낳은 아이들을 데리고 유학와서 매일 보현행원품을 가르치고, 스님들께서 주시는 장학금으로 유학하는 것이니 부처님의 은덕이라 고맙게 여기라고 했던 내 입장에서는 그런 소리가 들릴 때마다 눈물이 아니라 눈에서 고춧물이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종교는 신의 세계로만 여기던 영국인들과 유일신 사상에 젖은 편협된 종교적 가치관을 생활화하면서 타종교인에게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는 이슬람교인들, 기독교인들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불교를 알리면서 깨달음의 종교가 있다는 걸 말할 때 불교인의 자부심과 긍지가 있었건만…. 가난한 유학은 뱁새가 황새 쫓아가는 격이요, 누에는 뽕잎이나 먹고 살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차가운 교인들의 시선만큼이나 따갑고 듣기 거북했다. 불사금이나 넉넉히 내고 유학하는 부유한 불자였다면 듣지 않았을 소리였겠지만.       
민족사 대표 윤창화씨는 불교 인재 양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설하였다. 대단한 리더쉽을 갖춘 인재만 양성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라 본다. 개신교처럼 종단 차원에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겠지만, 사찰 차원에서라도 공부하고 있는 불자들의 자손들을 그냥 귀엽다, 잘 자라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부잣집 자손이든, 그렇지 못한 집 자손이든 장차 불교계 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고 키울 필요가 있다.

그야말로 총무원장 선거 때 나오는 공약으로서의 인재양성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도량을 세우는 일만큼이나 내 신도의 자식부터 불교인재로 키우는 불사를 필수적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요즘 내 아이를 향한 기도가 바뀌고 있다. 장차 자라서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더라도 네 어린 시절 본인 학비와 용돈도 마련하기 어려운 스님이 가장 어려울 때마다 장학금을 보내주신 은덕이 있었음을 잊지 말고 반드시 불교의 미래가 될 수 있는 인재가 되라고. 



<발문>
불교 인재 양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선거 때 나오는 공약으로서의 인재양성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도량을 세우는 일만큼이나 내 신도의 자식부터 불교인재로 키우는 불사를 필수적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