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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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화선이 봉사의 눈 바로 뜨게 할 것

혜국스님, ‘간화선 제일주의’ 비판에 답하다


간화선(看話禪). 화두 참구를 통해 불성(佛性)을 바로 보는 수행법이다. 그런데 요즘 불교계 안팎을 보면, 간화선은 모두에게 비판하기 ‘가장 쉬운 상대’가 되어 버렸다. 한국 불교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수행법이라는 점과 ‘상근기가 아닌’ 사람들에게 다소 어렵다는 이유로 ‘씹을 거리’가 된 것이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특히 많은 불교계 안에서는 ‘조롱의 대상’으로까지 추락해 버린 것이 요즘 ‘간화선’이다. 

정법불교를 모색한다는 취지로 지난 8월 14일부터 5일간 지리산 실상사에서 열린 ‘지리산 야단법석’에서도 간화선은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공부 좀 했다”는 사람은 다들 한마디씩 했다. 물론 부정적인 지적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한 ‘간화선’의 현실을 보여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선원수좌회를 이끌고 있는 충주 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스님이 “간화선 제일주의에 빠져 있다는 지적에 대하여 한 말씀 드리겠다”며 법석에 올랐다. 혜국스님은 “간화선에 대한 여러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간화선이 최고의 수행법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운을 뗐다.


“간화선은 역대조사가 고증한 최상승법”
혜국스님은 먼저 자신의 수행담과 간화선의 역사를 살피며 설명을 시작했다.
수행 초기 시절 스님은 “화두가 반야공성(般若空性)을 바로 일러준 일구(一句)라는 걸 모르고 잘못 생각하여 소소영영(昭昭靈靈)한 주인공이 따로 있는 걸로 잘못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무언가를 구하는 마음이 앞서게 되고 깨달아야 할 실체가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성철스님에게서 간화선을 배우면서 “언어도단(言語道斷) 심행처멸(心行處滅)의 세계는 곧바로 참구로 들어가야지 화두란 생각으로 헤아려서는 깨달을 수 없는 세계임을 배웠다”고 회고했다. 즉, 한 생각 일어나기 이전 세계가 바로 간화선의 화두임을 알게 되었다는 말이다.

스님은 대혜종고에 의해 정립되었다고 알려진 간화선의 ‘시원(始原)’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대혜스님 대에 와서 간화선이 정형화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면 부처님의 가르침인 일체유정무정(一切有情無情) 개유불성(皆有佛性)으로 시작하여 초조달마에서 6조 이래로 내려오는 조사선(祖師禪) 그리고 간화선(看話禪)에 이르기까지 내용은 꼭 같다. 그 당시 사람들이 근기에 따라 가르치는 언어가 다를 뿐 그 뜻은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의 사상적인 변천사일 뿐 그 근본법은 오직 반야공성(般若空性)으로서 말길이 끊어진 도리, 생각의 길이 끊어진, 오직 마음이 부처임을 보여준 길임을 알 수 있다.”

초기불교 당시나 육조혜능 시대나 대혜종고 스님이 살던 때 모두 부처님의 가르침은 똑같으며 여래선과 조사선, 간화선이 불이(不二)라는 지적이다.
스님은 “간화선은 중도연기법을 깨달아 반야공성을 온전히 전해 내려오는 수행법이기에 요즈음처럼 논리적으로 또는 알음알이로 헤아리는 세상에서 볼 때 최상승법이요, 역대조사가 이미 고증하신 너무나 소중한 수행법”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결국 법(法)은 중도연기(中道緣起)-언어도단 심행처멸(言語道斷 心行處滅)의 도리-를 달리 표현 할뿐 그 근본 뜻은 달라진 게 없다. 결국 알음알이에 속지 않고 수행자로 하여금 정로(正路)를 걷게 하기위한 노파심으로 간화선을 주창하신 것”이라며 대혜스님이 간화선을 체계화하게 된 연유를 설명했다.
스님은 더불어 “이러한 간화선이 만약 우리나라에는 없고 다른 나라에만 전해 내려오고 있다면 그야말로 목숨 걸고 배워 와야 할 것”이라며 “간화선이 세계에서 우리나라에 올곧게 전해 내려온다는 것이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고 안도했다.  


“수행과 삶의 일치 계속 추구”
스님의 얘기는 간화선 자체보다는 간화선을 잘못 받아들이는 수행자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이어졌다.
혜국스님은 간화선 수행자들에게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전폭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스님은 “간화선이 갈수록 개인주의가 되어 자비심이 결여되고 대비원력이 모자라다보니 좌선 중에 졸음과 망상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일부이긴 하지만 중도연기(中道緣起) 즉 반야공성(般若空性)이 아닌 무언가 소소영영(昭昭靈靈)한 한 물건이 각자 따로 있는 걸로 착각하는 아트만 사상은 빨리 고쳐져야 할 시급한 일”이라고 꾸짖었다.

스님은 정화이후 당시 스님들이 마련한 선방이나 의식주 확보가 지금 사람들에게는 당연하게 주어지는 일상사가 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선방정진을 통해 활발발하게 신심과 생기가 도는 게 아니라 타성에 젖게 되면서 쉽게 졸음과 망상에 속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한 스님은 “간화선은 이론이나 지식으로 되는 게 아니고 살아 숨쉬는 행을 보고 직접 체험해야 되는데 보고 배울 노스님들이 적어지다보니 습의(習儀)가 안 되게 마련이다. 그 결과 지금은 존경받는 수행자상이 아니고 깨닫기만 하면 된다는 지극히 결과론적인 삶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질타했다.
스님은 또 청규정신의 부재 등을 덧붙이며 “종단 차원의 대대적인 인재불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혜국스님은 “지금의 간화선 전통을 올곧게 지키면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여법하게 풀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에 적극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혜국스님의 발언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도법스님은 “스님과 불자들이 간화선에 대한 이론적 확신을 갖는 것과 함께 종단이 이론적 체계를 시급하게 확립해야 한다. 또 주민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선원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 상임대표 진오스님은 “수좌스님들의 하심이 필요하고 봉사하는 모습도 중요하며 안거 해제비 등을 구체적으로 사회에 회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중과 좀 더 가까워져야 한다는 말이다.
혜국스님은 “인생관과 세계관이 바로 서야 하심 할 수 있다. 간화선은 수행과 삶의 일치를 추구해야하며 수행자로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동의를 표했다.

스님은 간화선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봉사가 눈뜨는 방법은 수 백 가지다. 그렇지만 가장 확실하게 뜰 수 있는 것이 간화선이다. 위빠사나, 염불도 물론 좋다. 그러나 생각이 끊어지는 자리에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것은 간화선뿐이다. 부족한 점이 있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대신심(大信心)과 대분심(大憤心), 대의심(大疑心)의 마음을 가지고 정진해 달라.”
선방 스님들의 만류에도 간화선에 제기되는 논란에 대해 한마디 하겠다고 나온 혜국스님의 얘기처럼 간화선이 다시 대중 속에서 활발발하게 꿈틀대기를 기대해본다.



<발문>
봉사가 눈뜨는 방법은 수 백 가지다. 그렇지만 가장 확실하게 뜰 수 있는 것이 간화선이다. 위빠사나, 염불도 물론 좋다. 그러나 생각이 끊어지는 자리에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것은 간화선뿐이다. 부족한 점이 있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대신심(大信心)과 대분심(大憤心), 대의심(大疑心)의 마음을 가지고 정진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