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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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통성기도를 보고
이성수
불교신문 기자

한국사회는 해방 이후 여러 가지 사회적 갈등을 겪어왔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지출했다. 가장 대표적인 갈등이 해방 후 지속된 좌우간의 이념 갈등이며, 지역감정을 비롯해 세대 간·계층 간 갈등은 국론통합의 장애물이 됐다. 지금까지 이념, 지역, 세대, 계층 간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상호간의 치열한 토론을 통해 이제는 완충지대를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종교간 갈등이다. 오히려 최근 들어 갈등이 더 깊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향후 한국사회의 통합을 가로 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종교간 갈등을 방지하고, 소통을 이끌어 국민의 화합을 도모해야 할 정치지도자들이 오히려 조장하고 있는 것이 한국 사회의 현주소이다. 
지난 3월 3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무릎 꿇은 통성(通聲)기도는 종교간 화합을 깨트리고 나아가 국론 분열의 단초를 제공한 대표적 사례이다. ‘예고되지 않은 진행’에 따라 어쩔 수 없었다는 청와대 대변인의 해명이 있었지만 변명에 불과하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합심기도의 형태가 서서 하든지, 앉아서 하든지 그걸 인도하는 목사에게 전적으로 달려있는 것”이라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상식적으로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는 사전에 그 내용과 순서 그리고 VIP를 비롯한 참석자들의 동선(動線)을 세밀하게 점검한다.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서 만약에 발생할지 모르는 돌발 상황에 대비한 당연한 조치이다. 그럼에도 국가원수가 무릎을 꿇고 통성기도 하는 것을 사전에 몰랐다면 의전과 경호에 큰 허점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그 후 그 누구도 책임을 졌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백보를 양보해 대통령과 참모들에게 사전에 전달하지 않고, 단순히 인도하는 목사가 ‘현장에서 판단’한 것이라면 대통령에 대한 ‘엄청난 결례’를 넘어 ‘헌법 정신을 훼손한 대사건’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968년 이후 매년 거행되는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 꿇고 기도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유일하다. 개신교 전통의 미국에서 열리는 국가조찬기도회에서도 대통령이 무릎 꿇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을 비교하면 ‘있어서는 안 될 특수한 일’인 것이다. 대통령은 국가의 통합을 위해 국민들의 다양한 생각과 입장, 그리고 종교간 차이가 존재하는 현실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자칫 한쪽의 입장에 서고, 더구나 그것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표출할 경우 사회적 갈등을 유발시키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무릎 꿇은 통성기도는 다종교가 존재하는 한국사회에서 갈등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지난 3월 17일 부산에서 불교계가 개최한 민족문화수호대법회에서는 “특정종교가 여야 지도자는 물론 대통령까지 무릎을 꿇리고 다른 종교보다 우위에 있다고 과시하는 것은 오만함의 발로”라면서 “대통령과 정치지도자들이 자신의 행동이 다른 종교를 믿는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하지 않고 표와 인기를 위해 그 어떤 것에도 영합할 수 있는 천박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
이에 앞서 3월 10일 속리산 법주사에서 열린 민족전통문화수호 및 자성과 쇄신을 위한 결의대회에서도  “대통령이 목사를 따라 무릎 꿇고 통성기도를 하고, 하나님 앞에 줄 세우기 하는 것이 이 나라의 국격(國格)이냐”며 “장로 대통령님은 하야해 목회자의 길을 걸으라”는 발원문이 낭독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통성기도에 대한 비판은 단지 불교계만의 상황은 아니다. 천주교와 개신교의 상식 있는 성직자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인터넷,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서도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의 통성기도 후 <중앙일보>에는 다음과 같은 보도가 실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홍보실장 김창현 목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통성기도를 인도한) 길자연 목사가 좀 더 (대통령 입장을) 살폈어야 했다. 무릎 꿇고 기도하자는 제안까지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서울 새맘교회 박득훈 목사는 ‘대통령과 장로는 공적으로 분리되는 자리다. 이번 기회에 국가조찬기도회의 필요성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헌법 7조에는 공무원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7조 ①항이다.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헌법에서는 공무원에 대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헌법 20조에는 종교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명문화하고 있다. “①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②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헌법에서 대한민국은 특정종교를 국교로 하고 있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되어 있다.
헌법 7조와 20조에 따르면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의 통성기도는 헌법정신을 위배한 것이다. 더구나 공무원 신분에 있는 대통령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여야 함을 망각한 것은 헌법을 수호해야할 대통령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하겠다”고 해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또한 1992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에는 3년 동안 일요일마다 소망교회에서 주차봉사를 하고 장로가 됐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로 취임 이후에 종교편향에 대한 우려가 높게 제기됐다. 첫 조각(組閣)을 하면서 이른바 ‘고소영 내각’이란 비판을 받았다. 고려대 출신이거나, 소망교회에 다니거나, 영남 출신이어야 우대했기에 나온 말이다. 그런데 통성기도 후에 새로운 조어가 나왔다. 그것은 ‘장동건’이다. 장로이거나, 동지상고를 나오거나, 건설업에 종사하는 인사를 우선한다는 풍자이다. 한국 최고의 배우인 장동건씨와 고소영씨의 이름까지 불명예스럽게 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가장 최근에 정부 기관이 실시한 ‘공식통계(통계청에서 2005년 실시)’에 따르면  인구 4천704만1434명 가운데, 종교 인구는 2천497만766명, 무종교 인구는 2천186만5160명으로 조사됐다. 또한 종교인구 가운데 불교는 1천72만6463명, 개신교는 861만6438명, 천주교는 514만6147명, 원불교는 12만9907명, 유교는 10만4575명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공식통계를 보면 한국사회는 종교를 지닌 국민과 무종교 국민이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종교인구도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유교 등 다양하다. 이 사실을 대통령은 명심해야 한다. 개신교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대통령임을 깊이 인식하고 행동할 때 국민통합과 공정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가 다시 한 번 힘을 모으면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면서 “교회가 국민통합의 가교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통성기도로 대통령의 당부는 무색해졌다. 특정 종교에 치우친 모습을 보임으로써 스스로 국민통합의 가교를 끊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66조에는 대통령에 대해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해 국가를 대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대통령이 개인적으로는 종교를 갖고 신앙생활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의 입장’에 한해서다. 대통령이라는 ‘가장 높은 공적인 자리’에서는 그 어느 종교에도 치우치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보여서는 안 된다.
<불교신문>은 3월 9일자 사설에서 “지금 우리 사회는 이념·지역·계층·빈부간 갈등에 이어 종교간 갈등이 위험수위에 점차 도달하고 있다. 대통령은 갈등을 방지하고 해결해 국민통합을 이뤄야 할 책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이 선출한 이명박 대통령이 특정 종교에 치우치지 않은 ‘국민의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남은 임기만이라도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