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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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21세기 문명의 대안 될 것

전봉준
자유기고가


경기도 양평 용문산 중턱에 앉아 세상을 살펴보는 상원사. 하안거 결제를 하루 앞둔 5월 16일, 상원사 용문선원에서 화두와 한바탕 대결을 펼칠 납자들이 하나 둘 선원으로 들어온다. 선객들이 몰고 온 것인지 봄바람도 요란을 떨며 절 마당을 쓸고 지나간다. 
안거(安居)는 인도에서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부터 시작된 수행 전통이다. 수행자들이 우기(雨期)에 돌아다니며 초목과 벌레를 상하게 하지 말라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시작됐다.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불교가 전해지면서 여름(음력 4월 보름∼7월 보름)과 겨울(음력 10월 보름∼이듬해 정월 보름)에 3개월씩 스님들이 외부 출입을 삼가고 정진하는 것이 바로 안거다.
조계종은 안거 때마다 전국 100개가 넘는 선원에서 2200여 명의 스님이 수행에 들어간다. 재가자들도 20여개 선원에서 함께 정진하기도 한다.
조계종 종정 법전 대종사는 5월 17일 하안거 결제를 앞두고 16일 ‘세상에서 가장 비싼 것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법전 대종사는 법어를 통해 “(중국의 선승) 조산본적(曹山本寂) 선사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건을 ‘죽은 고양이 두개골(死猫兒頭)’이라고 했다”며 “더럽고 쓸모없는 흉물을 어째서 가장 비싸다고 하는 것인지, 구순(九旬) 하안거 동안 죽음을 각오하고 궁구하면서 이 의심을 해결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화두를 참구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상원사(주지 재현스님)에는 ‘차세대 수좌’로 꼽히는 의정스님이 선객들을 이끌고 있는 용문선원(龍門禪院)이 있다. 이번 하안거에는 영국 출신의 외국인 스님 등 14명의 납자가 방부를 들였다. 매일 새벽 3시부터 밤 10시까지 빡빡하게 짜진 일정 속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펼쳐간다. 용문선원에서는 또 전강스님과 송담스님의 법문을 5일 듣고 5일은 듣지 않는 시스템으로 화두 공부를 채찍질하기도 한다.
선원장실에서 의정스님을 만났다. 의정스님은 봉선사 운경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뒤, 40여 년간 선방에서 정진해 온 스님이다. 지난해 편찬위원장을 맡아 <선원청규>를 발간해 내기도 한 뚝심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상원사는 고려시대 태고보우스님과 나옹혜근스님, 무학대사 등이 정진한 도량이며, 근래 들어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연이어 소실됐다가 의정스님이 선원장을 맡은 이후 2000년 선원을 복원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의정스님에게 수행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물었다.
의정스님은 “생사의 미망에서 벗어나서 대각(大覺)을 이루는 것이 안거”라면서 “북방불교에서는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안거 문화가 있으며 문화혁명 이후 안거 문화가 사라진 중국의 스님들도 송광사, 해인사, 통도사 등에 와서 배워간다”고 전했다.
스님은 또 “불교의 선(禪)이 21세기 문명의 유일한 대안 사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산중에까지 와서 선을 배우려는 사람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의정스님은 “영원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수행의 목적”이라며 “미숙한 인격을 갖고 있으면 외적인 행복을 느낄 뿐 내면에서 나오는 마음의 행복을 느낄 수 없으며 인격을 완성하려면 반드시 수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간화선이 결코 어려운 수행법이 아니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스님들이 다 산에 들어가 나오지도 않고 오랫동안 수행을 하니, 수행이라고 하면 겁부터 먹는데 간화선의 내용을 잘 알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간화선은 일상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생활선’입니다. 육조혜능 스님은 일상생활이 선이라고 했고 마조스님도 평상심이 도라고 했습니다. 또 짧은 기간에 즐겁게 수행하자는 것이 간화선의 특징입니다.
초등학교도 안 나온 92세 시골 할머니도 수행을 열심히 해 희로애락을 초월하는 경지에 오른 것을 봤습니다. 수행하겠다는 간절한 마음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가능한 것이 바로 간화선입니다.”
스님은 일반인이 수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스승을 만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수행은 절대 독학으로 할 수 없습니다. 보고 들어서 하는 수행은 외도로 빠집니다. 마음 길은 수억만 가지가 있는데 그 길을 가본 사람이 아니면 절대로 제대로 안내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반드시 안내해주는 스승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스님은 달마스님의 말씀을 전했다. “달마스님도 수행의 3가지 조건을 얘기했습니다. 첫째는 선지식이고 둘째는 도반, 그리고 세 번째는 환경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있어야 재가자들도 수행을 잘 할 수 있습니다.”
의정스님은 인천 용화사 선원장 송담스님에게서 받은 ‘판치생모(板齒生毛)’ 화두를 들고 있다고 한다. 판치생모 화두는 어떤 학인이 조주스님에게 “조사(祖師)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조주스님이 “판치생모”라고 답변했다는 것에서 유래했다. ‘판자에 이빨이 있을 리가 없는데, 더구나 그 이빨에 털이 났다’는 말이다.
스님은 화두 공부에 진전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공부를 하면서 몇 차례 경험도 있어서 송담스님에게 점검도 받았다”고 짧게 답했다. 
의정스님은 <선원청규>와 관련해 “온고지신(溫故知新),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에 기반해 21세기에 맞는 청규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생명 나눔을 위해 장기 기증을 해야 한다는 내용도 청규에 넣었으며 청규 편찬위원들과 우리 문도들도 다 장기 기증을 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스님은 승려노후복지에 대한 관심도 호소했다. 스님은 “얼마 전 92세 된 노스님과 83세 된 스님이 자신의 토굴에서 아무런 보살핌 없이 입적했다”며 “승려노후복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스님은 선원수좌회에서 복지특별위원장을 맡아 구체적인 승려복지 방안 마련에 착수한 상황이다.
의정스님은 “용문선원은 청규를 철저하게 지키는 도량이 될 것”이라며 “청규를 잘 지키는 가운데 조사선과 간화선의 수행전통을 제대로 계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제 하루 전, 신록을 더해가는 용문산만큼이나 용문선원의 공부열기도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다. 


상원사에는 ‘차세대 수좌’로 꼽히는 의정스님이 선객들을 이끌고 있는 용문선원(龍門禪院)이 있다. 이번 하안거에는 영국 출신의 외국인 스님 등 14명의 납자가 방부를 들였다. 매일 새벽 3시부터 밤 10시까지 빡빡하게 짜진 일정 속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펼쳐간다. 용문선원에서는 또 전강스님과 송담스님의 법문을 5일 듣고 5일은 듣지 않는 시스템으로 화두 공부를 채찍질하기도 한다.


“수행은 절대 독학으로 할 수 없습니다. 보고 들어서 하는 수행은 외도로 빠집니다. 마음 길은 수억만 가지가 있는데 그 길을 가본 사람이 아니면 절대로 제대로 안내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반드시 안내해주는 스승이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