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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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우주가 균형 이룰 때 행복의 만다라 피어”

칼라차크라, 세계평화 기원한 20만 불자의 축제

달라이라마
티베트 승왕


인도 다람살라 = 가연숙


인도 비하르 보드가야.
2600년 전 석가모니 붓다께서 깨달음을 얻은 성스러운 보리수나무의 흔적을 따라 마하보디사원 안은 순례객과 오체투지 수행자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이미 10월부터 보드가야행 기차표와 숙소는 매진되기에 이르렀다. 오직 승려들을 위한 천막 숙소만이 일부 자리가 남아있을 뿐이었다. 급기야 델리 출발 가야행 에어인디아 비행기 운항편이 증설되기에 이르렀다. 이 모든 난장의 원인은 전 세계 티베트불교도들의 14대 달라이라마(텐진갸초, 76)의 칼라차크라 법회를 향한 관심을 반증했다.
올해의 칼라차크라 법회는 2006년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아마라와띠(Amaravati)에서 개최된 이후 6년 만에 열린 행사여서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지난해 7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칼라차크라는 미국이라는 국가적 특성상 많은 대중의 참여를 불허했고, 고액의 입장료와 보안문제를 이유로 미국 내부만의 행사로 끝나 많은 이들이 인도 보드가야의 칼라차크라 법회가 열리기를 기다려왔다. 더욱이 14대 달라이라마께서 직접 집도하는 칼라차크라 법회가 건강상의 이유로 이번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염려의 목소리가 확산되면서 더욱 많은 참가자를 불러 모았다.
특별히 이번 법회에서 눈에 띄는 참가자들은 인도 히말라야 지역에서 온 불자들이었다. 이유인 즉, 아루나찰프라데시 주지사 도제칸두(Dorjee Khandu)가 이번 칼라차크라 행사의 설판제자로 자원하면서 행사 경비의 전액을 지원했고 히말라야 불자들의 여행경비까지 무상 제공된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도제칸두는 지난해 인도와 티베트, 중국의 국경 부근에서 업무 중 불의의 헬리콥터 사고로 사망했다. 이후 형의 뜻을 이어 친동생이자 인도 정부 관광부장관인 빼마칸두(Pema Khandu)가 바통을 넘겨받아 후원을 진행하면서 2011년도 칼라차크라 법회는 여법하게 봉행됐다.
1954년 티베트 라싸 노블링카에서 처음 열린 이후 32회째 개최된 14대 달라이라마의 칼라차크라 법회는 1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전 세계 불자와 관련 관계자 20만 명이 참여했으며 티베트 본토에서 8천명의 티베트인이 동참했다. 행사 하루 전날인 12월 31일에 보드가야에 입성한 달라이라마를 영접키 위한 순백의 카타 행렬은 가야 공항에서부터 시작해 마하보디사원까지 이어지는 장관을 연출했다.
마하보디사원 법당 앞 대리석 마당에서 온 몸을 낮추어 삼배를 올린 달라이라마는 스리랑카 승려들의 인례를 받아 19세기 영국 고고학자들에 의해 발굴된 석가모니붓다의 황금상이 안치된 법당 안으로 향했다. 비하르 경찰과 경호원들의 호위 속에 언론인들과 종교인들로 뒤덮여 정작 달라이라마의 모습을 좇기란 여간 어렵지 않았다. 이내 호탕하고 명쾌한 달라이라마의 목소리가 모든 현장의 분주함을 정돈시켰다. 달라이라마는 “우리는 성스러운 종교의 땅에 함께 서 있습니다. 2600여 년 전 사성제를 통해 붓다께서 밝히신 진리의 등불을 우리는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아로새기고자 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이어서 “공과 지혜 그리고 자비심이 균형을 이루어 조화를 이룬 만다라를 발현시킬 수 있도록 이번 칼라차크라 법회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이로서 우리는 인류애를 품은 21세기 불자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세계 곳곳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는 티베트인들이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진실이 가진 강력한 힘을 보여줘야 합니다”라고 전했다.
법회 기간 중 마하보디사원을 중심으로 한 칼라차크라 광장에서는 크고 작은 이벤트가 진행됐다. 뿐만 아니라 달라이라마의 법회 내용은 한국어를 비롯해서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 총 16개 국어로 현장에서 통역됐다. 또한 보드가야는 때 아닌 비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칼라차크라 광장이 온통 진흙탕이 되는 통에 법회에 참석한 이들의 불만이 한 때 고조되기도 했지만 달라이라마와 법회를 향한 관심과 열기는 더해갔다. 매년 12월에서 1월의 보드가야 날씨는 큰 일교차와 안개로 매우 건조하고 추운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올해는 기상 이변으로 때 아닌 비가 온 것이다. 달라이라마는 불편한 일기임에도 불구하고 법회에 동참한 불자들을 독려하며 감로수로 깃들기를 축원했다.
칼라차크라 법회 입문식이 열린 12월 31일은 남걀사원 소속 승려들이 기도를 봉행하며 오색 창현한 모래만다라 의식을 펼쳤다. 달라이라마가 몸소 만다라의 정 중앙에 핵심 자리를 표시하는 것으로 만다라 의식은 시작됐다. 법회 기간 내내 진행된 만다라 의식은 칼라차크라 의식 종료 후 일반인들에게 공개됐다.
가슴 아픈 사연들과 감동도 연일 이어졌다. 칼라차크라 법회가 한참 진행 중인 보드가야 곳곳에서는 잃어버린 가족 혹은 미아를 찾는 방송이 시시각각으로 울려 퍼졌다. 티베트어를 이해할 수 없어 소음으로만 여기던 외국인들은 인상을 찡그릴 정도였다. 그러나 이 방송은 티베트 본토에서 칼라차크라 법회를 참석한 티베트인들이 인도로 망명한 가족을 찾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티베트청년의회(Tibetan Youth Congress)가 봉사활동가를 조직해 이번 법회 기간 동안 불철주야로 이산가족 상봉을 주선한 것이다. 또한 법회 기간 동안 발생한 13명의 사망자에 대한 응급 처치와 장례 절차를 책임지는 등 순조로운 법회 진행을 위해 헌신했다.
4일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더반에 본부를 둔 간디발전재단에서 달라이라마가 세계 평화와 화해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해 ‘마하트마간디 국제상’을 수여했다. 이 날에는 마하트마간디의 손녀 ‘엘라간디(Ela Gandi)’가 참석해 직접 상을 전달해 더욱 뜻 깊었다.
사실 이 상은 남아공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투투대주교의 생일을 기념해 남아공을 방문 예정이었던 지난해 10월에 수상하기로 예정된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중국과의 외교문제로 남아공 정부로부터 비자를 발급받지 못한 달라이라마는 적절한 수상 시기의 여부를 두고 미루어 오다 마침내 이날 수여된 것이다. 이 상은 남아공의 지도자 넬슨만델라와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가 아웅산수치가 이미 수상한 바 있다.
달라이라마는 수상 소감으로 “우리 모두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비록 지금 마하트마 간디는 더 이상 우리와 함께 없지만 그의 비폭력 철학은 인류애의 공통 가치가 되었습니다. 그의 검소한 삶이 보여준 인도주의 사상은 현대인이 최선으로 존중하는 미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5일까지 달라이라마는 까말라쉴라의 중사도의 수행법(The Middling States of Meditation-gomrim barpa), 걀세톡메상뽀의 37보리도분법(37 Practices of A Boddhisattva-laklen sodunma), 계쉬 랑리땅빠의 마음을 다스리는 여덟 편의 시(Eight verses of Training the Mind-lojong tsik gyema), 용수보살의 열반계 찬탄(The Praise to the World Transcendent-jigten ley deypar toepa)을 주제로 한 법문이 진행됐다.
이어서 10일에는 인도의 공중파 방송 NDTV 소속의 기자 바르꾸아두뜨(Barkua Dutt)가 칼라차크라 법회 기간 중에 달라이라마와 함께한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 “티베트 내부와 어떠한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건네기도 해 외신의 관심을 사기도 했다. 당시 자리에 함께한 배우 리차드기어가 이와 관련해 대변한 것이 국제 언론의 관심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 내용인 즉, “중국 정부는 티베트인들이 일방적인 사상교육으로 공산화 될 수 있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1400여년 이어져 온 티베트불교 신앙은 그들의 삶의 근간이며 이를 쉽게 바꿀 수 없습니다. 또한 무분별한 서부지역 개발로 이미 자연생태환경이 큰 위험에 처했습니다. 이는 인도와 방글라데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머지않아 지구의 문제로 대두될 것입니다”라는 것이 골자다. 실제로 중국의 서북부 티베트자치구와 위구르자치구가 보유한 대량의 수자원과 광물 에너지에 중국이 무분별한 개발에 착수한지 오래다. 각 자치구가 보유한 자원인 천연 가스를 중국의 베이징까지 전용 파이프 관으로 연결시켜 놓은 것도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한족 이주 정책으로 대도시의 상권을 장악해 티베트인들은 외각으로 내몰리는 처지에 놓였다.
리차드기어는 가톨릭 집안에서 성장했으나 달라이라마를 만나 불교도가 된 이후 미국 뉴욕에 지부를 두고 30년간 티베트불교도로써 티베트인의 인권 회복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시작도 끝도 알 수 없이 영원히 윤회하는 시간의 수레바퀴를 뜻하는 칼라차크라. 인간의 소우주 주기인 호흡의 흐름과 우주의 성주괴공 주기 경로를 분석하고 관찰하여 에너지의 순환을 조화롭게 조정하는 티베트불교의 진수다. 그 내부에는 인도 나란다 승원의 철학과 점성학이 녹아들어 있다. 우주의 성주괴공은 인간의 생로병사의 또 다른 이름이다. 공성의 지혜를 바로 알고 보리심을 일으켜, 일체 존재하는 모든 것에 자비심 내는 근간을 키우는 것이 칼라차크라 법회의 목적이다. 이로서 이루어진 깊은 사색과 명상을 사다리로 삼아 만다라를 완성하고자 하는 자량심을 키울 수 있다. 만다라는 최종적으로 형상화된 우주적 에너지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고난위도의 의식을 일반인 혹은 초발심자가 전수 받아도 문제될 일이 없을까?
달라이라마는 말한다.
“현교는 밀교로 가는 사다리입니다. 정진의 길 위에서 수행하는 제자는 스승과 붓다의 경전 그리고 선지식의 논서를 통해 자신이 처한 의심을 수시로 풀어가야 합니다. 모든 이들은 각각의 근기가 있습니다. 오직 자신이 지닌 그릇만큼만 담을 수 있습니다. 칼라차크라 역시 그렇습니다. 정진하지 않고 이론으로만 담으려 의도했다면 그것만큼이 자신의 칼라차크라입니다. 누가 대신 받을 수도 없고, 자신이 품을 것 이상으로 누릴 수도 없습니다. 오직 현재 근기만큼 자신의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달라이라마는 거대화 되고 비대화된 불교의 현실에 비판과 염려를 보이기도 했다.
“석가모니 붓다의 말씀에는 더욱 많은 불상을 보다 크게 조성하자는 말씀이 한 줄도 없습니다. 사원은 불자를 포용하고도 남을 만큼 남아돌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괴로움에 시달리는 중생이 많습니다. 왜일까요. 삶의 궁극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을 제시해야 할 책임을 지닌 승가와 우바새 그리고 우바이들이 뭔가 핵심에서 벗어난 딴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의 크고 작은 문제와 갈등은 무지와 탐욕을 통해 만들어 집니다. 인간의 지능이 증오와 폭력이라는 헛된 도구로서 이상의 그 무엇을 달성하고자 한다면 그로서 야기된 고통의 업을 회복하는데 기약할 수 없는 시간을 다시 허비해야 합니다. 우리가 잘못내린 결정으로 인해 다음 세대가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이기적인 생각입니다.”
달라이라마는 중국정부가 부디 티베트인들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기도 했다. 현재 13번째 소신공양으로 이어지고 있는 티베트 동부의 사태를 두고 한 발언이다. 이미 미국 국무부에서는 대변인을 통해 중국정부의 티베트 인권 유린을 경고한 바 있다. 잇따른 소신공양자들의 요구는 무모하면서도 일관적이었다. 티베트 종교의 자유와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의 장수를 기원하는 내용이 전부다. 이는 중국정부가 티베트인의 자치권 보장에 실패한 것을 역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는 달라이라마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라는 지위를 앞세워 서양인들에게 불교와 비폭력 그리고 인권존중으로 포장해 중국을 비하하고 계속 분신을 부추기고 있다고 중국 공산당신문 ‘글로벌타임즈’를 통해 보도했다. 중국에게 달라이라마는 사상분리주의자이며 중앙티베트행정부는 반역집단일 뿐이었다.  
6일에는 칼라챠크라 의식무가 남걀사원 소속 승려들의 주관으로 칼라차크라 광장을 장엄했다. 이어서 7~10일 4일간은 달라이라마의 장수를 기원하는 의식과 회향으로 이어지면서 칼라차크라 법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더욱이 공개 석상에서 네충과 가동의 꾸뗀라가 오라클을 통해 달라이라마에게 전언을 전하는 귀한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다. 이번 32회 칼라차크라 법회가 원만히 회향되면서 11일 각 종교계 연합과 아루나찰프라데쉬 그리고 비하르 주지사가 대동한 자리에서 달라이라마에게 ‘석가모니 설법의 완성자’라는 영예로운 직위를 수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