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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은 진실함의 향기

박상준
고전과 호흡운동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 대정 고을에 유배중이던 1844년에 제자인 이상적李尙迪이 변함없이 자신을 따르면서 귀한 책을 보내준 것에 감동하여 그려준 그림이다.
세한도 그림 속에는 추사가 직접 고마움을 표현한 제법 긴 글이 한문문장으로 쓰여져 있다.


去年
거년


以晩學大雲二書寄來
이만학대운이서기래


今年
금년


又以藕耕文編寄來
우이우경문편기래


此皆非世之常有
차개비세지상유


積有年而得之
적유년이득지


非一時之事也 
비일시지사야


지난해에
만학과 대운 두 책을 보내주었고
금년에 또
우경과 문편을 부쳐서 보내주니
이것은 모두 세상에서
일상적으로 흔하게 있는 일이 아니며
몇해에 걸쳐 얻은 것이니
일시적으로 행하는 일도 아니다.


지금이야 비행기를 타면 기내식으로 나누어주는 사탕이 입에서 녹기도 전에 한 시간도 안 돼서 제주상공이라는 기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조선시대 뱃길로 오가던 때로 가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실 제주도로 유배를 보낼 때는 가다가 풍랑을 만나서 어떻게 되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 시대에 제주도 가다가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풍랑의 파도를 만나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일 뿐이다. 필자도 어린 시절 제주에서 목포까지 평상시에는 8시간 걸리는 배를 탔다가 폭풍을 만나는 바람에 15시간 걸려서 목포에 도착한 경험이 있다. 배 밑바닥쪽 침실에서 사과박스짐짝처럼 이쪽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쏠렸다가 앞뒤로 전후좌우로 흘러다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그 험한 뱃길로 책을 보내주었으니 보내주는 사람의 정성도 정성이고 받아보는 사람의 감동은 그야말로 무한증폭 될 수밖에 없다. 추사가 오늘날처럼 인터넷으로 정보를 흡수할 수 있는 시대에 활동했다면 후세에 그에 관해 논문 쓰는 사람들의 머릿속이 한참 복잡해졌을 것이다.
제자의 정성이 얼마나 고마웠던지 추사는 다음과 같이 글을 이어가고 있다.


且世之滔滔
차세지도도


爲權利之是趨
위권리지시추


爲之費心費力如此
위지비심비력여차


而不以歸之權利
이불이귀지권리


乃歸之海外蕉萃枯稿之人
내귀지해외초췌고고지인


如世之趨權利者
여세지추권리자
 
게다가 세상의 도도한 물결은
오직 권력과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으니
그것을 위해서
마음을 쏟고 힘을 쏟는 것이 이와 같다
그런데 권력과 이익이 있는 곳에
돌아가지 않고
바다 밖에서 초췌하게 말라 비틀어져가고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돌리고 있으니
마치 세상에서 권력과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처럼(나를 따라주고 있구나)


어느 대학 교수님은 정년퇴임 이후에도 제자들이 찾아와서 끊임없이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어야 강단에 선 보람이 있을텐데 자신의 정년퇴임 이후가 자못 궁금하다고 정년퇴임사에서 말씀하시기도 했다.
정승집 개와 정승이 세상을 떠났을 때 모이는 사람의 숫자가 차이가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유배를 당해서 그것도 제주도에 유배되어서 살아서 돌아올지말지 알 수 없는 추사의 입장에서 자신을 믿고 따르면서 중국에서도 구하기 힘든 책을 구해서 그것도 몇 년 동안 수소문 끝에 책을 구해 보내주는 제자의 마음이 어떻게 느껴졌을까.
스승과 제자의 마음과 마음이 만나 불멸의 명작 세한도가 나온 것이다.
추사는 태사공의 말을 인용해 권력과 이익에 부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이어서 유명한 논어 자한련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문장을 이어간다.


孔子曰
공자왈


歲寒然後 知松栢之後凋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


松栢是貫四時而不凋者
송백시관사시이부조자


歲寒以前一松栢也
세한이전일송백야


歲寒以後一松栢也
세한이후일송백야


聖人特稱之歲寒之後
성인특칭지세한지후


今君之於我
금군지어아


由前而無加焉
유전이무가언


由後而無損焉
유후이무손언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절기가 차가워진 연후에
송백이 늦게 시듦을 안다’고 하였다.
송백 사계절을 관통하면서 시들지 않으니
절기가 차가워지기 이전에도 하나의 송백이요
절기가 차가워진 후에도 하나의 송백이다
성인께서 특별히 절기가 차가워진 이후의
송백을 칭하였는데
지금 그대는 나에게
이전이라고 해서 더함도 없고
이후라고 해도 덜어냄이 없구나


참으로 세한도 그림보다도 더 아름다운 스승과 제자의 마음씀이다. 그 마음씀이 뿌리로 들어가 세한도의 소나무 줄기는 물론 솔가지 끝까지 싱싱하게 뻗어있는 기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저런 뾰족한 솔잎에는 찔려도 아픈 게 아니라 시원해질 것만 같다. 세한도 소나무에 솔방울이 매달려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만약에 있다면 솔방울 떨어지는 소리도 경쾌하게 울려퍼질 것이다. 진각혜심스님의 솔방울 시 한 수를 감상해본다.


嶺雲閑不徹
영운한불철


澗水走何忙
간수주하망


松下摘松子
송하적송자


烹茶茶愈香
팽다다유향


고갯마루의 구름도 한가로이
거두어들이지 않는데
석간수 시냇물은
무어그리 바삐 달리고 있나
소나무 아래서
솔방울 주워다가
차를 달이니
차가 더욱 향기롭구나


세한도에 등장하는 집 지붕의 눈을 퍼 담아서 세한도 소나무의 솔방울로 차라도 한 잔 달이면 추사의 마음이 세월을 훌쩍 거슬러 올라 진한 향기를 풍겨주진 않을까 앞산 소나무에 쌓인 눈을 바라보며 그저 생각을 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