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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보물 상자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


나에게는 무척 오래된 귀중한 보물 상자가 있다. 30여 년이 지난 낡은 액세서리 보관 상자로 그 안에는 나의 지난 시간의 역사가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다. 바로 편지 보관함이다. 지금은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일도 받는 경우도 별로 없지만, 아날로그 시대인 80~90년대에는 서로 편지로 의사소통을 하고 사랑의 감정 표현도 많이 했다. 그래서 감정 표현이 신속하게 핸드폰 메시지로 전달되는 지금보다 훨씬 마음이 절절하고 깊게 전달되었던 것 같다. 문득 방 한 켠에 고개를 쭉 내밀고 있는 편지 보관함인 보물 상자를 보게 되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상자 뚜껑을 열었다.
마치 연애편지라도 보듯 가슴이 설레고 두근거렸다. 봉투 한 부분이 찢겨나간 편지도 있고, 누군가 발신인 이름이 없는 편지부터 오랜 친구의 편지까지 수북이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을 보면서 알 수 없는 눈물이 핑 돌았다. 30여년이 지난 과거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지금은 만나지 않는 학창시절 친구의 옛 편지들을 보면서 그리움과 함께 너무 바쁘게 살아온 현실에 안타까움이 밀려드는 순간이었다. 다들 건강한지 소식이 무척 궁금해지면서 내 마음은 어느덧 타임머신을 타고 그리운 과거로 돌아가 있었다.
결혼할 때도 이 편지 보관함을 버리지 않고 가지고 왔고, 이사할 때도 버리지 않고 계속 가지고 다닌 것이 무척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십 년 추억을 버리지 않고 간직할 수 있게 된 것에 진한 안도감이 밀려드는 순간 이었다. 어떤 재산의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추억이라는 소중한 보물을 보니 “난 부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아쉬운 점은 굳이 버리지 않아도 될 편지들을 버리고 태운 것도 있음을 알고 작은 후회가 밀려들었다. 버린다고 해서 없어지는 지난 시간이 아닐 텐데 뭔가 나의 불편한 마음을 없애고자 추억의 흔적을 지우려 했던 과거 행동이 조금은 후회스럽게 다가온다.
추억은 지우려 노력한다고 지워지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단지 기억이 흐려지고 무뎌지는 것일 뿐이다. ‘추억이 없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라는데 보물 상자 안에 쌓인 편지를 보면서 “나름대로 인간관계에 있어서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생각에 작은 행복감이 밀려드는 순간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미래에 대한 도전과 새로운 계획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살아온 시간에 대한 재정립과 마무리도 매우 의미 있는 행동으로 생각된다. 어차피 재물은 우리가 인생이라는 소풍을 마치고 떠나갈 때 가져갈 수도 없고 필요한 것은 아니니, 각자 소중한 그 어떤 것을 우리 가슴에 안고 가게 될지 우리 모두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 잊히는 것”이라고 한다. 시간이 많이 흘러 가족의 뇌리 속에 또는 친구와 연인의 뇌리 속에서 지워지는 그 날이 정말로 이 세상과 영원히 하직하는 날일 것이다. 우리는 오래도록 아니 어쩌면 영원히, 가족과 지인 등 주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아름답고 멋진 사람으로 기억의 저장고에 남겨지기를 원한다. 그러려면 각자가 생각하는 소중한 것들을 서로 함께 나누고 실천하고 마음껏 사랑해야 한다. 정성을 기울이고 나무에 물을 주듯 공을 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우리가 서로 나눈 추억들이 쉽게 잊히는 하찮은 것이 아닌 보물처럼 느껴지도록 귀중하게 남아있다면,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뇌리 속에 오래도록 그리운 존재로 남게 될 것이다. 빛나는 보석을 선물 받은 거 이상의 진한 감동과 함께 추억의 보물 상자 속에 당신은 영원히 오래도록 소중하게 보관되어 질 것이다.
최근 친정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내면서 진정한 그리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법이라는 진리를 알게 됐다. 어머니도 곧 추억의 보물 상자에 자연스레 보관되어질 것이다. 살면서 당신이 누군가 소중한 사람들의 진정한 그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보물처럼 매우 귀중한 존재로 열심히 최선을 다한 사람으로 평가되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