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옹혜근 선사懶翁惠勤 禪師의 고루가枯髏歌 설강(Ⅰ)

這枯髏幾千生   저고루기천생
橫形竪像妄勞形 횡형수상망로형
如今落在泥坑裏 여금락재니갱리
必是前生錯用情 필시전생착용정


이 마른 해골이여, 몇 천 생애 동안이나
갖가지 몸을 받으며 헛되이 허덕였는고
지금 흙구덩이 속에 떨어져 있음을 보아
틀림없이 전생에 마음을 잘못 썼으리라


無量劫昧性王   무량겁매성왕
六根馳散走靑黃 륙근치산주청황
只知食愛爲親侶 지지식애위친려
那得廻頭護正光 나득회두호정광


한량없는 세월 동안 마음자리에 어두워
六根은 대상 찾아 각기 흩어져 치달리고
탐욕과 애욕만을 가까이 할 줄 알았으니
어떻게 머리를 돌려 바른 빛을 지킬 건가


這枯髏甚癡頑   저고루심치완
因他造惡萬般般 인타조악만반반
一朝徹見空無有 일조철견공무유
寸步不離脫體寒 촌보불리탈체한


이 마른 해골은 매우 미련하고 답답하구나
그 때문에 수만 가지 악을 짓고 말았으나
하루 아침에 無도 有도 空임을 꿰뚫어 보면
한 걸음도 떼지 않고 시원하게 이 몸 벗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