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7월 해제일이라 해서 법회가 벌어진 것으로 압니다.
해제라 하면 글자 그대로 모든 목적하던 일을 마감해서 그만 둔다는 뜻이니 우리가 결제를 해서 해제를 하는 사이에 자기의 생사대사를 판단해서 더 이상 할 것이 없이 마감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늘 일년에 한 두 번씩 해오는 소리이기는 하지만, 막상 뜻을 이루는 자가 드므니 또 다시 조사의 말씀을 들어 보기로 합니다.

光黑不二是非一/ 광흑불이시비일
眞妄無二是無同/ 진망무이시무동

“빛과 어둠이 둘이 아니고 또한 하나가 아님이요, 참됨과 거짓에 둘이 없고 또한 같음도 없다”는 말입니다. 매일 매일 행하는 일에서도 아직 한 일 없고, 매일 매일 음식을 먹음에도 아직 아무 것도 먹지 못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행하고 판단하는 것은 우리의 육체며 사랑분별일 뿐, 우리의 본래면목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 빛과 어둠이, 참됨과 거짓이 둘이냐 하나냐 하는 문제는 여러 곳에서 거론되는 문제이고, 그것들이 하나라고도 혹은 둘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결국 우리의 사랑분별에 의한 것이고 소멸될 그림자를 지칭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근기가 각기 다르면 그 해답도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아는 이가 들었을 때는 아주 적절한 구절로써 알아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문제의 해답은 그 해답을 찾고자 하는 열의가 없는 사람에게는 어떤 형태로든 주어지지 않습니다. 매일 매일 일을 해도 누가 일하고 있는 지 모르고, 매일 매일 밥을 먹어도 누가 밥을 먹고 있는지 모를 뿐입니다. 그러기에 부처님께서 영산회상에 연꽃을 들어 보여도 그 뜻을 아는 자는 없었습니다. 오직 가섭존자만이 빙그레 웃었을 뿐입니다. 다자탑 앞에서 설법을 하실 때 부처님께서 자신의 자리를 가섭존자에게 반쯤 내어준 일을 아십니까? 또한 부처님께서는 입멸 후 가섭존자가 들어오실 때를 기다려 관 안에서 두 무릎을 내 보이시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매일 매일 부처님 법문을 듣고 부처님을 모시고 살지만 깨달음에 이르는 자는 적습니다. 그것은 스스로의 자득력이 부족해 그런 것입니다. 언제나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의 지견(智見)을 갖게 끔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泥佛不渡水/ 니불부도수
金佛不渡爐/ 금불부도로
木佛不渡火/ 목불부도화

진흙으로 된 부처님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쇠로 된 부처님은 용광로를 건너지 못하며 나무로 된 부처님은 불을 건너지 못합니다. 참 부처님은 형상에 머물지 아니하며 무형상의 실제인 우리의 마음 안에 머물고 계십니다. 보리라든가 열반이라든가 진여라든가 불성이라든가 하는 것은 모든 우리가 입고 있는 옷에 불과합니다. 그러기에 이러한 생각 역시 번뇌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깨닫고자 하나 깨닫고자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쓸데없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 마음자리라 하는 것은 본래 깨달을 것도 더러울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단지 우리의 사랑분별이 이것을 더럽다 깨끗하다고 말하게 할 뿐이지 우리의 본래면목 속에서는 더럽고 깨끗함이 없다는 말입니다.

앞에서 흙으로 만든 부처와 금으로 만든, 나무로 만든 부처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곧 우리가 수 많은 길을 찾아 헤매이고 있지만, 참된 길이란 부처나 조사들의 설법 속에 있는 것이 아니고, 오직 자기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는 말입니다.

길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누구나 자신의 길을 찾아가야 합니다. 앞서 간자들이 아무리 길의 형편을 일러줘도 본인이 직접 찾아나서지 않으면 그 길의 어려움과 쉬움을 알 수 없습니다. 스스로 나아가는 힘, 이 힘이 있으므로써 우리는 우리의 업을 부수고 삼악도의 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해제일, 우리는 걸망을 메고 또 하나의 길을 찾아 나섭니다. 해제철의 만행의 길, 그 길을 가며 우리는‘길’의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합니다. 걷고 있는 길, 그 길 속에 참다운 길이 있음을 깨닫는 해제기간이었으면 합니다.

- 불기 2532년 하안거 結制法語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