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의 요체(알맹이)는 범부의 생각을 떨어지게 할 뿐이지, 따로 성인의 알음알이가 있을 수 없다.

(修行之要는 但盡凡情이요, 別無聖解니라.)

중생의 마음을 버릴 것 없이 다만 제 성품을 더럽히지 말라.

(不用捨衆生心이요, 但莫染汚自性이라.)

바른 법을 찾는 것이 곧 바르지 못한 일이다.

(求正法이 是邪라.)

번뇌를 끊는 것은 이승(二乘)이고 번뇌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큰 열반이다.

(斷煩惱는 名二乘이요, 煩惱不生이 名大涅槃이니라.) ≪선가귀감≫

"해탈이 자유라면 열반은 평화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열반경≫에서는 번뇌가 끊어지면 해탈이라 하였고, 번뇌가 일어나지 아니하면 대열반이라 하셨으니 본분사를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대전포교당 봉국사에서 증축한 법당 낙성법회가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이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깨달음을 향해 걷는 우리들에게 지나온 시간만큼 늘 다가올 시간들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적 동진출가자의 길에 들어선 이후 삼십 년 넘게, 그리고 구룡사 주지직에 있은 지 십수년 동안 한번도 불자들 곁을 떠나 혼자서 우란분재일을 맞이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히말라야 산길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척박한 땅, 동토(凍土)의 땅처럼 얼어붙은 히말라야 저 깊은 곳에는 세계 각지에서 수천수만 명의 대중들이 달라이 라마를 모시고 법회중에 있었습니다. 참으로 장하고 거룩한 회상이었습니다.

낮은 곳이 4,000 m 지점이니 높은 곳이야 사람의 한계점을 벗어나는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며칠을 천막생활을 하면서 밤이면 청명한 달 밝은 산길에서 나를 만나고자 뒤돌아보았습니다. 낮의 이동하는 거리는 한 시간에 사람들의 걸음보다 조금은 빠를 것 같은 속도로 10시간 이상씩 움직여 보았습니다. 솔직한 심정은 갔던 길로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아니한 이유가 있었지만 이번 홍수에 댐이 무너져 수백 명의 생명을 앗아간 그 길은 더 이상 갈 수 없어 결국 갔던 길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갔던 길로 되돌아오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금생에 내(我) 인생의 시간도 되돌려 놓을 수 있다면 절반쯤 줄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시작한다면 참 평화로운 히말라야 이 산길을 걷고 있을 것 같아 마음 가득 법열에 가슴이 시리어 왔습니다.

그래도 세속에의 그리움이 아니라 되돌아오기에는 너무 험한 산길을 그리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눈시울이 적셔집니다. 지금이라도 결코 늦은 시간이 아닌 진정한 수행자의 길을 찾고 싶습니다.

달라이 라마께서는 영국에 지성인들을 향한 강연집으로 ≪삶의 네 가지 진리≫라는 책에 '일반적으로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 불교를 수행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불교에서는 인간을 가장 이상적인 존재로 생각한다.' 하셨습니다.

자아와 아집이라는 단단한 그물에 둘러싸인 생명체들이 고통으로 가득찬 경험들로 출렁이는 물결에 떠밀려 목적없이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는 윤회 속의 삶으로 그려져 있는 우리 모습을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처럼 모든 중생의 생명을 존중하신 분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 제자들의 보살행의 자비심은 그 어떤 보답도 바라지 않는 자애로운 어머니의 마음이었습니다. 그것을 이번 히말라야 순례길에서 절실하게 보았던 것입니다.

생각하면 생각해 볼수록 신비하기만 한 우리네 생명입니다. 우리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까? 사람 몸 받기가 참 어렵고 부처님 가르침 만나기 더 어렵고, 불법(佛法)을 행하기 더더욱 어려워지는 환경에서, 사람으로 태어나 허송세월을 보낸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천박한 행동이라고 여겨집니다.

"어떤 사물을 생겨나게 한 업은 바로 그 업이 원인이 되어서 사물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순간에 발생하고, 순간에 머물고, 순간에 분해된다는 그 순간은, 정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찰나지간에 생겨나자마자 그 자체의 소멸을 향해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생사를 거듭하면서 생겨난 것은 모두다 무지(無知)에서 생겨나는 것이며, 무지의 영향을 받는 한은 영원한 행복을 얻을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하는 것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삶에 장애가 생기고 말썽이나 곤란한 일이 항상 생기는 인과법칙은 거역할 수 없을 것이며,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는 우리의 인생은 누가 줄 수 있는 것도, 만들어주는 것도 아닌, 스스로 해야 할 몫입니다. 여한없는 인생이란 결국 열심히 사는 그 사람 몫인 것입니다.

원효 스님의 ≪발심수행장≫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좋은 음식 먹이고 사랑하여 길러도 이 몸은 반드시 허물어질 것이고(喫甘愛養해도 此身定壞하고) 부드러운 비단옷으로 보호한다 해도 목숨은 반드시 끝날 때가 있으리라.(着柔守護하여도 命必有終하리라)'

며칠 후면 여래사 만불전에서 불자들이 동참한 원불을 1천 불 점안하고자 합니다. 금년중에 3천 불은 점안하게 될 것입니다.

일년 내내 늘 기도 정진하는 불자들과 함께하고 있지만 그래도 입시생을 위한 백일기도에 동참하는 불자가 더 간절합니다.

마음 속에 발원하는 모든 일 다 성취될 것입니다.

히말라야 이곳저곳의 사찰과 스님들께 공양올리며 순례하던 중 우란분재일 영가천도 49일 지장기도에 동참한 영가의 위패를 보름날 염불하면서 한 위[一位]씩 사루어드릴 때, 불자의 믿음과 확신의 생명력이 숨쉬고 있음을 느꼈던 일은 아마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