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남자여, 범부중생의 색신(色身)은 번뇌로 생긴 것이매, 지혜 있는 이가 말하기를 색(色)이 무상(無常)하고 괴롭고 공(空)하고 나가 없다[無我] 하지마는 여래(如來)의 색신은 번뇌를 여의었느니라. 그러므로 항상하고 변역함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열반경≫

우연한 기회에 텔레비전으로 영화 한 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철도원'이라는 일본 영화 속의 배경은 눈보라치는 북해도 어느 간이역에서 혼자 근무하는 역장이자 역무원의 일생을 그린 영화였습니다.

누가 있든 없든, 자기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하는 일본인의 특유한 몸짓이 애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가정과 직장, 가족과 업무, 이웃과 환경 모두가 다 정감어린 영상으로 참 아름다웠습니다.

우리 나라 강원도 어느 간이역에서의 눈보라치는 겨울이 연상되었습니다.

혼자서 지켜야 하는 간이역, 마음 속으로는 언제나 가족과 함께하면서도 함께할 수 없었던 시간들, 그러다가 가족을 먼저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을 삭히며 살던 어느 날, 도시에서 내려온 듯한 어린이와의 만남, 인형을 찾으러 온 초등학생, 그 다음날이든가 여고생의 방문과 저녁식사 시간의 대화, 그 세 사람 모두가 젖먹이 때 죽은 딸의 환생이었으니, 불교적으로야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老역무원은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준비된 마음으로 먼저 떠난 가족이 있는 곳으로 눈보라치는 간이역에서 마지막 삶을 마감하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이웃과 친구, 후배 철도원들이 운구하여 기차에 모시고 떠나가면서 나누는 대화는 많은 생각과 남아있는 인생을 뒤돌아보게 하였습니다.

젊은 기관사가 말하기를 "디젤기관차 기적소리를 듣노라면 눈물이 납니다." 하니,

노기관사가 그 말을 듣고 말하기를 "기적소리에 눈물이 난다면 진정한 철도원이 아니지-." 그 시대에 디젤기관차 이전의 기차는 석탄차였습니다. 젊은 기관사는 석탄으로 움직이는 기차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니 알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연민의 정까지 느끼게 하는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철도원'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아마 그분들의 삶 자체가 꾸밈없이 주어진 일을 주어진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맞이하며 살았다는 것입니다.

칸트는 말했습니다. "너의 행동은 누구에게나 보편적 행동인가?"

인간은 이성적(理性的) 동물이라 하였습니다.

요즘 많은 불자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우담발라화가 피었다고요….

3천년만에 한번씩 핀다는 우담발라화, 지구의 나이를 50억년이라 합니다.

오늘 조간신문에서는 2억 5천만년 전의 소금 덩어리에서 가사(假死) 상태에 있던 미생물체를 살려냈다고 하였습니다.

부처님 진신사리는 어떻하고요, 통도사에 모셔져온 부처님 친착 금란가사의 보존상태도 불가사의합니다. 우리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여러 현상들을 좁은 인간의 안목으로는 가름하고 판단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통도사의 세존비각과 밀양 무안교당의 사명대사비에서 땀 흘리는 모습을 목격한 일이며, 자장암 금와보살 출현 등, 우리 주변에 불가사의한 일은 너무 많습니다.

경전에서 전해 내려오는 우담발라화나, 우리가 볼 수 없으면서도 언제나 용(龍)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장자는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인간의 시비는 끝이 없다."

그러나 나는 불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겠습니다. 나는 청계사 부처님도 친견하고 관악산 연주대 부처님도 친견하러 갈 것이라고요.

"부처님을 생각하므로 기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각하므로 기쁘고, 보살행을 생각하므로 기쁘다. 청정한 바라밀을 생각하므로 기쁘고, 보살의 자리가 뛰어남을 생각하므로 기쁘고, 신심은 그 무엇으로도 깨뜨릴 수 없음을 생각하므로 기쁘다." 하셨습니다.

어떤 사물도 생겨나게 한 바로 그 원인이 그 사물을 파괴하는 원인이기도 한 것은 그것의 발생 원인 속에는 그것의 소멸 원인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물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오해하거나 혼동하고 있는 것은 무지(無知)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입니다.

세상에 물질적인 모든 것은 다 순간으로 정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은 끊임없이 생겨나자마자 그 자체가 분해되어 소멸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현상계의 가르침인 것입니다.

인도(印度)의 아상가 스님은 "우리가 사는 환경과 그 속에 사는 개인들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하였습니다.

불가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지중한 인연이라 합니다. 현상으로 나투어 우리들에게 신심과 원력이 일어나게 하는 불가사의한 힘이 느껴질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도와 정진이라 생각됩니다.

"우리가 지상에서 가진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깨닫고 이해할 때, 그리고 우리의 시간이 언제 끝날 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우리는 비로소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 사랑할 것이다." -밀리지베스 퀴블러로스-

이곳저곳에서 상서로운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아마 불보살님의 지혜광명의 불빛이 우리 나라에 나투어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런 기회에 우리 모두도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우담발라화 꽃을 피웠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