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부처님은 모든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그런 말을 말지어다. 내가 가진 위없는 바른 법을 이제 모두 마하 가섭(摩訶 迦葉)에게 부촉하였으니 이 가섭은 너희들의 큰 의지가 되리라. 마치 여래가 모든 중생의 의지할 데가 되듯이, 마하 가섭도 너희들의 의지할 데가 되리라. 마치 저 임금이 통할하는 일이 많지만은 여러 곳으로 순행할 때에는 국가의 온갖 일을 대신에게 부촉하듯이 여래(如來:부처님)도 그러하여 바른 법을 마하 가섭에게 부촉하였느니라.

너희들이 먼저 익히던 무상하고 괴롭다는 생각은 진실하지 아니하니라. 마치 봄철에 여러 사람이 큰 연못에서 목욕하기도 하고 배를 타고 놀기도 하다가 유리 보배를 깊은 물 속에 빠트려서 잃어버리고 여러 사람이 물 속에 들어가서 그 보배를 찾을 적에, 제각기 돌이나 기왓장이나 나무나 자갈을 집어들고 유리 보배를 찾은 줄 여기면서 기쁜 마음으로 가지고 나와서 보고야 참보배가 아닌줄을 아나, 보배는 아직도 연못 속에 있어서 보배의 힘으로 물이 맑아지므로 여러 사람들이 물 속에 있는 유리 보배 보기를 공중에 밝은 달을 우러러 보는 듯 하는데 이때 대중 가운데, 어떤 지혜 있는 사람이 있다가 방편으로서 천천히 물 속에들어가 보배를 찾아냄과 같느니라.

너희들 비구도 그렇게 무상하고 괴롭고 나[我]가 없고 부정하다는 생각을 닦으면서 참된 이치라고 생각하기를 '저 여러 사람이 돌이나 기왓장이나 나무나 자갈을 가지고 참보배라고 생각하듯 하지 말고, 마땅히 좋은 방편을 배우되 가는 곳마다 '나'라는 생각, 항상 하다는 생각, 즐겁다는 생각, 깨끗하다는 생각을 항상 닦을 것이며, 또 먼저 익히던 네 가지 법은 모두 뒤바뀐 것임을 알아야 하며, 진실한 생각을 닦으려 하거든 저 지혜 있는 사람이 보배를 집어내듯이 '나'이고 항상(恒常) 하고 즐겁고 깨끗하다는 생각을 닦을 것이니라.」

≪열반경≫

오대산 월정사에서 24년 전에 화엄학(華嚴學)을 공부할 때 탄허 큰스님으로부터 열반경에 있는 가르침을 들으며 인연을 맺었으니 참 오래도 붙들고 있는 셈이 되었습니다.

'법에 의지하고 사람에게 의지하지 말며, 이치에 의지하고 말에 의지하지 말며, 지혜에 의지하고 알음알이에 의지하지 말며 요의경에 의지하고 불요의경에 의지하지 말라.'는 가르침입니다.

자연 과학자들은 지구의 나이를 오십억 년(五十億年)이라 합니다만 금년에는 유난스럽게 2천년을 기념하고 온통 지구촌이 21세기를 맞이하는 해라하여 축포를 터트리고 위성을 통하여 세계의 이모저모를 보여 준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저물어가는 한 해가 다가오는 한 해의 시간과 만나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몸은 고요하나 마음이 고요하지 못한 이가 있고, 마음은 고요하나 몸이 고요하지 못한 이도 있고 몸과 마음이 고요한 이도 있고, 몸과 마음이 모두 고요하지 못한 이도 있다.' 하였습니다.

몸은 고요하나 마음이 고요하지 못한 것은 고요한 데서 좌선하느라고 사부대중을 멀리 하였지마는 마음 속에는 항상 탐욕과 성내는 일과 어리석음을 쌓아두면 이를 일러 몸은 고요하나 마음이 고요하지 못하다 하였고, 마음은 고요하나 몸이 고요하지 못한 것은 사부대중과 여러 사람과 친근하면서도 마음에는 탐욕과 성내는 일, 어리석음을 여의면 이것을 말하여 마음은 고요하나 몸이 고요하지 못하다 하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이 고요한 이는 불보살님이요, 몸과 마음이 모두 고요하지 못한 이는 모든 범부들이라는 가르침에 깊은 속내를 들여다보는 진실이 필요합니다.

'나'란 것은 곧 부처란 뜻이고 항상 하다는 것은 법신(法身)이라는 뜻이며, 즐겁다는 것은 열반이라는 뜻이고 깨끗하다는 것은 법(法)이라는 뜻인데, 우리는 언제까지나 윤회의 시간에 갇히어서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며칠 후면, 부처님께서 정각(正覺)을 이루신 성도절(成道節)입니다. 혼자만의 삶이나 인생을 논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마치 어둠 속에 쌓인 긴 터널처럼, 그곳에 오래 머무르고 있다보면 불안한 심리작용은 더욱 증폭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불자들이 앞장서서 할 일은 밝은 등불을 비추이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추운 겨울 더 춥게 살고 있는 이웃들을 생각하며 생각을 모아 보살행(菩薩行)을 찾아 나서야 할 것입니다. 세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길은 스스로 마음으로부터 발심되어지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지나간 오늘이며 내일은 다가올 오늘이라 하였습니다. 오직 오늘이 있을 뿐, 내일은 언제나 우리에게 없는 것입니다. 미래라는 내일은 언제나 내일일 뿐 그 내일을 우리는 만날 수 없습니다.

어찌보면 과거도 의미가 없습니다. 자기자신을 이해하는 데 어제와 내일은 도움이야 되겠지만 그래도 진정한 의미의 자유로움은 오늘에 있다는 것입니다.

인생이 조각난 거울 같아서야 되겠습니까?

맑고 깨끗한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성도재일 정진법회가 되기를 발원하면서 또 한 해를 맞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