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처님 오신날 -

"세존이시여, 어떠한 보시는 보시이며, 어떠한 보시는 보시 바라밀다*라 이름하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선남자여, 어찌하여 이것은 보시요, 바라밀다가 아니라 하는가.

달라는 이가 있음을 보고야 주는 것은 보시요 바라밀다가 아니거니와, 달라는 이가 없는데 마음을 내어 스스로 주는 것은 보시 바라밀다라 하느니라.

만일 다른 이에게 주고는 도로 후회하는 마음을 내면 이것은 보시요, 주고는 후회하지 아니하면 보시 바라밀다라 하느니라. 만일 과보를 희망하여 주는 것은 이름이 보시요 바라밀다가 아니며 주고도 갚음을 바라지 않는 것은 보시 바라밀다라 하느니라.

만일 명예나 이양이나 천상락을 위한다면, 교만을 위함이며 친한 벗을 위함이며 오는 세상의 과보를 위하는 것이므로 장사하는 법과 같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사람이 나무를 심어서 서늘한 그늘을 위하여 꽃과 과실과 재목을 위함과 같나니, 만일 이런 보시를 행한다면 그것은 보시라 이름하나니 보시 바라밀다는 아니니라.

보살 마하살이 이러한 번뇌가 일어나지 않는 수행을 하는 이는 보시하는 이, 받는 이, 주고받는 재물을 보지 아니하며 시절을, 복밭과 복밭 아님을, 인(因)도 연(緣)도 과보도 보지 아니하며 짓는 이도 받는 이도, 많고 적음도, 깨끗함도 부정함도 보지 아니하며, 받는 이와 자기와 재물을 가벼이 여기지 아니하며 보는 이나 보지 않는 이나, 자기와 남도 헤아리지 아니하고 다만 항상 머무르는 법을 위하므로 보시를 수행하고 모든 중생을 이익하기 위하여 보시를 행하며 온갖 중생의 번뇌를 끊기 위하여 보시를 행하며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받는 이와 주는 이가 서로 재물을 보지 않게 하기 위하여 보시 바라밀다를 행하느니라." ≪열반경≫

몇칠 전, 나에게 한 권의 책을 주고 갔던 그 스님이 다녀갔습니다. 점심공양시간에 불자들과 함께 어울려서 국밥 한 그릇 말아놓고 먹고 있으려니, 와서 하시는 말씀이 천일기도를 하고자 한다 하였습니다. 그래서 한 백일기도를 먼저 해 보고 힘이 생기거든 또 백일기도를 하다보면 할 수 있을 거라 말씀드리고 백일기도를 하는 동안 뒷바라지를 해 드리겠다고 하였습니다.

불보살님의 지혜광명은 광대무변합니다. 신심있는 기도를 하다보면 복덕과 지혜가 갖추어져 좋은 인연들이 모일 것입니다.

그러나 사바세계는 자기 좋은 대로 자기 생각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견문(見聞)도 부족한 사람들이 스스로 자랑만 한다면 어찌 지혜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 가르침에 깊이 들어간 사람은 좋은 스승과 좋은 도반과 선지식을 찾아 가까이 해야 지혜있는 수행자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 시작은 작은 물방울이 되어 떨어지지만 냇물에 모이고 강물이 되면, 어느덧 바다와 이어져 있음을 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함께해야 할 불법바다의 자유로움과 평화로움은 정진을 통해서만 가능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제나처럼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불자들이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가르침은 부처님께 귀의하는 사람은 늘 마음 속에서 염불(念佛)을 떠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법에 귀의하면 좋은 이익과 안락과 행복을 얻는다 하였습니다. 불법승(佛法僧) 삼보전에 귀의하여 불자라 하였으니 늘 마음속에 승가(僧伽)의 일원임을 잊지 아니할 때 어찌 세상을 함부로 살 수 있겠습니까.

언제나 모든 이의 이익과 안락과 행복을 위한 삶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부처님 말씀에 "착한 벗 가까이 하면 신심(信心)을 얻는다." 하신 말씀을 이번 부처님 오신날 이웃과 함께 나누었으면 합니다.

작년 가을에 여래사 불사를 마치고 곧바로 지은 지 십 년이 넘은 구룡사를 전반적으로 개·보수에 들어가 아직도 어수선하게 지내고 있지만 그런 중에도 한 층씩 새옷으로 갈아입고 기계실에서부터 냉·난방 시설 교체하고 적멸전과 새로이 극락전 불사 마치고 점안 법회도 하였습니다. 불자들의 기뻐하는 모습에서 한시름 놓아보기도 합니다만, 여전히 지하 2층은 춥고, 그곳에서 두 달씩이나 부처님 오신날을 봉축하기 위한 팔모등이며 연등을 만들고 계시는 불자님들에게 언제나처럼 감사하는 마음 전합니다. 아마 전국 사찰 모든 불자들의 한결같은 그 마음도 부처님 마음입니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고 나면 또 윤달에 영산제(靈山祭)를 지내고자 하는 사찰에서는 기도에 들어갈 것입니다.

구룡사와 여래사, 그리고 다른 포교당에서도 지장기도에 들어가고자 합니다.

언제나 그렇게 만나고 있지만 시간은 자꾸 가고 있습니다. 어느 시간도 멈추어 있거나 잡을 수 있는 시간은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스치고 지나칠 뿐입니다. 그런 시간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고 정지된 듯한 인생마저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부처님 오신 참뜻은 시간이라는 굴레에 갇히는 무지(無知)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할 덕목을 찾는 날이어야 할 것입니다.

* 바라밀다(波羅蜜多): 미혹의 언덕에서 깨달음의 저 언덕에 이른다는 뜻으로 보살이 그것에 의지해 닦는 행위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