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남자여, 사랑에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선한 사랑이요, 다른 하나는 선하지 못한 사랑이니라. 선하지 못한 사랑은 어리석은 범부의 구하는 것이요, 선한 사랑은 보살의 구하는 것이니라.

선한 법을 사랑하는데 두 가지가 있으니, 선하지 못한 것과 선한 것이니라.

성문·연각(聲聞緣覺)을 구함은 선하지 못함이라 하고, 대승(大乘)을 구함은 선함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여, 범부의 사랑은 집(集)이라 이름하고 참된 이치라 이름하지 아니하며 보살의 사랑은 참된 이치라 이름하고 집(集 고통이 생기는 원인)이라 이름하지 아니하나니, 왜냐하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태어나는 것이요, 사랑을 위하여 태어나는 것이 아닌 까닭이니라.' ≪열반경≫

불길 같은 고통과 괴로움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그 마음(중생심)을 버리지 않는다면 영원히 깨달음을 스스로는 얻을 수 없을 것인데도 세상은 점점 어려운 늪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보살의 마음은 자비심이 근본입니다. 자비심이란 본바탕이 착한 사람의 지혜로운 행동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가르침이 인간학(人間學)입니다.

이번에 벌어진 뉴욕의 100층이 넘는 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의 붕괴사건은 아랍계의 소행으로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대다수의 세계인들은 분노를 넘어선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자비심을 일으키면 한량없는 선행(善行)을 할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경(經)에 "어떤 사람이 무엇이 모든 선근의 근본이냐 물으면 자비심이라 대답하라." 하셨습니다.

자비심은 진실해서 허망하지 않고 선근은 진실한 생각에서 나옵니다. 진실한 생각은 자비심이며 자비심은 곧 부처님 마음인 것입니다.

≪죽창수필≫에서도 '도를 깨닫기는 어렵지만 선행은 쉽다.' 하였습니다. '악한 일을 하지 않고 선행을 행하는 일은 하려고만 하면 이보다 더 쉬운 일이 없으련만 이것마저 팽개치고 착하지 않은 짓을 자행하고 있으니 그것이 무슨 마음인지 알지 못하겠다.' 하십니다.

불교를 상식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인과(因果)의 가르침이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콩 심으면

콩 거두고 팥 심으면 팥을 거두게 된다.'는 진정한 의미를 우리네 삶에서 찾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요즘 선행(善行)에 대한 인과적 보상심리가 자꾸 변질되어져 가는 것을 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아마 '착하게 살면 피해보고 좋은 일 하면 손해본다.'는 개념쯤으로 인식되는 것은 아닐까 싶어집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번 테러사건을 보면서 분분한 말들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도 수없는 글들이 뜨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번 일이 인과적으로 보면 '과거 언젠가 나쁜 업이 있었기에 지금 이런 어처구니없는 피해를 보고 있다. 지금이라도 좋은 일 하면 미래에는 반드시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이다.'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희생과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무력을 사용해서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기에는 너무 큰 혼란이 올 것입니다. 좀 더 이성적(理性的)인 방법이 필요합니다.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은 될지 모르나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아닐 것입니다.

불교적으로 보면, 불보살님을 숭배하여 자비심으로 아량을 베푸는 일 등 유익한 일을 할 지라도 한순간의 미움이나 분노는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리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달라이 라마께서도 '미움보다 더 나쁜 것은 없으며 인내보다 더 꿋꿋한 것은 없다. 그래서 나는 수많은 방법을 동원하여 인내에 관한 명상에 힘쓴다.' 하셨습니다.

미움이나 분노는 보리심, 즉 이타적인 염원과 선한 마음을 갈고 닦으려는 노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기 때문입니다. 분노와 미움은 가장 큰 장애물이라 하신 참 가르침에 우리 모두는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었으면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인 것입니다. 사람들과 사람들이 대화하게 되고, 책임 있는 사람들의 만남이 이루어져 대화하게 될 때 국가와 국가 간에도 그동안 일어났던 많은 사건들이 앞으로라도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로 양보하며 한 발짝씩 앞으로 다가서며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서로간에 대화를 통해서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한데, 자꾸만 홀로 남아 있고자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인내하며 대화하는 길만이 서로가 살 수 있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테러나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이 동원되어서야 어찌 이 시대를 함께 산다고 할 수 있으랴 싶습니다.

마음은 육신의 주인이고 육신은 마음의 스승이라 하였습니다. 미움이라는 고통스러운 생각을 품고 있는 한 우리들은 자유로워질 수 없습니다. 미움을 품고 있는 사람은 죽음의 위험을 안고 있어서 그를 언제든지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분노를 일으키고 있는 한 누구도 행복해 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때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집니다. 선량한 사람이 고생을 하고 마음 나쁜 사람들이 온갖 이익을 다 가지면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일 때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성급하게 결론 내린 근시안적인 생각입니다. 천천히 생각해보면 고통을 안겨주는 사람은 절대로 행복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자기 마음은 더욱더 풍요로워진다는 사실입니다.

이번에 종단에서도 교육원장, 포교원장 스님이 선출되고 영축총림 방장 스님의 인준도 결국 화합하는 종단의 넉넉한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