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해를 접어들고 살아온 반백 년을 헤아려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얼마나 남았는지도 알 수 없는 길이의 강가에서 여전히 노를 저어가고 있습니다.

인생은 잠깐이라는데, 그것도 모르고 타성에 젖어 안주해 버리는 인생은 아닌지 생각해 보는 1월달이었으면 합니다.

자! 우리 천년만년 살 것처럼 힘차게 기상을 펴 보았으면 합니다.

일타 스님께서는 열반에 드시기 얼마 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세상에서 부처님법 전하려면 영어를 잘해야 하고 세계의 중심에 서양사람들 몫이 큰 걸 보면 내생(來生)에는 미국에 가서 태어나서 다시 출가코자 하신다."고요.

그런 미국에 다녀왔습니다. 미국 서부 포틀랜드 보광사 불자들과의 인연 매듭을 이번에서야 풀고 왔습니다. 오렌지 카운티 선연사 불자들과의 만남도 있었습니다.

세상에 아니 계신 곳 없으신 부처님을 의지하여 살아가는 불자들 모습은 간절한 목마름이었습니다. 신심과 원력의 힘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일타 스님 법문집 ≪보살의 마음 중생의 마음≫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성자시여, 저는 선재(善財)입니다. 저는 일심으로 보살행을 구합니다.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도를 닦습니까? 어떻게 모든 중생을 교화하며 어떻게 모든 부처님을 친견하며 어떻게 모든 불법을 듣고 지니며 어떻게 모든 불법에 들어갈 수 있겠나이까.

또 어떻게 모든 세계에 들어가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온갖 세월에 머물면서 보살도를 닦으며 어떻게 모든 여래의 신통력을 알며 어떻게 모든 여래의 보살핌을 받으며 어떻게 모든 여래의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까.'

≪화엄경≫ <입법계품>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선연사와 보광사에서 신심을 키우고 있는 불자들의 모습에서 선재동자의 구법정진(求法精進)을 보았습니다.

불교의 인생관이나 우주관은 일심(一心)에서 시작되고 일심으로 돌아옵니다. 말법시대의 불자들이 진정한 삶의 가치를 배우고자 한다면 우선 가지고 있는 것부터 내려놓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집착하고 있었던 것들은 본래 집착할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갖추어져 있는 참나를 보게 될 것입니다.

부처님 말씀에 "약의 가치는 병(炳)을 치료하는데 있지 그 약의 값어치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하셨습니다. 아무리 귀하고 비싼 약이라 하여도 그 약이 환자에게 적절하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우리가 살고 있는 물질만능주의 세상에서 돈의 가치도 그러하리라 생각됩니다. 잘못 쓰여지면 독약이 될 것이고 요긴하게 쓰여진다면 세상도 구할 수 있는 명약이 되어질 것이라 믿어집니다.

그런 세상에서 함께할 수 있는 도량이 우리들에게 있다면 얼마나 따뜻하고 편안한 도량이 되겠습니까. 그곳이 바로 부처님 품안 따뜻한 가정입니다. 그래서 더욱, 이 시대를 함께할 수 있는 도량이 필요합니다. 뜻있는 불자들과 거룩한 도량을 일구어 내고자 합니다.

어제는 히말라야로 쉐둡 스님과 툽텐 스님이 정든 구룡사를 떠나갔습니다. 몇 년씩 함께 살아온 좋은 도반들이었는데, 이젠 그 곳에서 한 스님은 사미들을 위한 학교를, 한 스님은 나이든 스님들이 함께 살 곳을 마련하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돌아갔습니다. 내일은 네팔쪽 히말라야로 사비타가 돌아갈 것입니다. 척박한 땅 오지에 어린이집을 짓겠다 하였습니다. 아니 계신 곳 없으신 불보살님께서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시는 자비도량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화엄경≫에 '어떤 중생이 애욕에 얽매여 나에게 오면 나는 그에게 법을 말하여 탐욕이 사라지고 보살의 집착 없는 삼매를 얻게 하리라.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나를 보아도 탐욕이 사라지고 보살의 환희삼매를 얻게 하리라.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나와 이야기하여도 탐욕이 사라지고 보살의 걸림 없는 음성삼매를 얻게 하리라.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내 자리에 올라와도 탐욕이 사라지고 보살의 해탈광명 삼매를 얻게 하리라.' 하셨습니다.

사바세계를 바라다보면 어제·오늘·내일은 허상의 그림자일 뿐입니다. 언제나 오늘입니다.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 참 주인공입니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불자들이여!

불자들이여, 마땅히 부처님께 공양하라. 그리고 일심으로 공경하고 예배하고 받들어라. 부처님께서 설하신 진리는 한 말씀 속에는 무한한 진리가 갖추어져 있다.

「그 진리의 빛은 아무리 깊은 곳일지라도 모두에게 비추리라」.

진리는 진실한 것이라 하였습니다. 번뇌가 사라지고 망상이 일어나지 않는 열반을 불교에서 말하는 최고의 선이다 하신 가르침을 금년에도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불자이길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