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Dalai Lama) 스님께서 주관하시는 부다가야 보리수 하(下)에서의 칼라차크라 법회에 다녀왔습니다.

'세계 평화와 인류의 행복을 기원하는 법회'에 세계 각지에서 30여만 명의 대중들이 운집되어 성스러운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하는 만남이 끝없는 구도자들의 행렬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그동안 20여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인도, 네팔, 티벳을 다녀왔습니다만 이번 만큼 감격스러운 순례길이 내 일생에 또 있을 수 있을까? 눈시울이 적셔졌습니다.

우리에겐 언제나 내일은 없는 날입니다. 기약할 수도 없는 그런 시간들일 뿐입니다. 그러면서도 또 어느 날 그곳에 갈 수 있을까 생각하면 가슴은 법열로 가득차기 시작합니다. 부처님 닮은 사람들이 있는 곳은 참으로 아름다운 도량이기도 합니다.

부처님께서 태어나신 룸비니 동산이며 사바 중생들을 위해서 출현하신 부다가야, 최초 설법하신 녹야원과 갠지즈 강가의 순례자들의 기도소리, 영축산, 죽림정사, 니련선하 강가, 수자타 마을, 전정각산….

일생에 단 한번이라도 부처님 숨결이 깃든 순례길을 다녀올 수 있는 인연을 맺고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복된 인생이 될 것인지,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불자로써 신심과 원력으로 나아갈 용기와 지혜가 필요합니다.

아직은 성숙된 인연이 없어 한국에 다녀가실 수 없는 달라이 라마이시지만 그래도 왕사(王師)로써 추앙받고 있는 링 린포체(Ling Rinpoche) 스님의 십년만의 방문은 우리들에게 복된 인연의 만남이 될 것이라 기대하며 기다림을 가지게 하고 있습니다.

"보살은 중생을 이롭게 하지만 '나'라는 생각, 중생이라는 생각, 목숨이란 생각이 없다. 보시하는 물건도, 받는 이도, 복도, 업도, 과보도, 자기 몸도 보지 않는다. 이것이 보살의 즐거운 행이다." 하셨습니다.

부처님은 한 중생을 버리고 많은 중생을 택하지도 않고 많은 중생을 버리고 한 중생에게 집착하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깊이 새기면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

"보리심의 수행은 능히 윤회의 괴로움을 깨뜨린다. 발심하여 열심히 노력하기에 빨리 번뇌와 망상을 여읜 열반을 얻는다. 보리심을 처음으로 일으키는 것은 밭에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다." 하셨으니, 이번에 좋은 인연의 만남을 통해서 착한 벗 가까이하여 신심(信心)이라는 생명력으로 영원히 우리들의 불종자(佛種子)를 키워나가게 하였으면 합니다.

불자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자 할 때 배우는 자세를 다섯 가지로 말씀하셨습니다.

첫째, 경(經)을 많이 배우려고 생각하는 사람.

둘째, 공덕(功德)을 많이 행(行)하려는 사람.

셋째, 가르침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

넷째, 남을 위해 경을 설하고자 하는 사람.

다섯째, 윤회를 끊고자 하는 사람.

부처님의 가르침을 닦되 좋은 스승을 못 만나서 인도하는 이가 없으면 세상살이에서 좌절하고 만다 하셨습니다.

그러나 좋은 인연으로 훌륭한 스승을 만났을 때 그 가르침을 따라 스스로 수행하고 책망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이른바 소원을 성취하게 될 것이라 하였습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서로의 행동이 각기 달라서 서로의 단점만을 찾고 의심하고 오해하면서 세상의 괴로움이 상대방으로 인해서 생긴 것이라 믿고 있지만, 결국 세상의 괴로움이 생기는 것은 어리석은 분별 탓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본래 착했기 때문에 지혜가 드러날 수 있는 공부만 할 수 있다면 저절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經)에 우리 범부 중생의 마음을 묘사하기를 '계곡의 물은 쉽게 불고 쉽게 빠지며 소인배(범부 중생)의 마음은 쉽게 바뀌고 쉽게 뒤집어진다. 얕은 시내는 많은 물을 받아들일 수 없어 만조가 되어 사방으로부터 물이 흘러 들어와서는 조수가 빠져나가면 더 이상 도도한 강의 흐름이 머물 수가 없어 얕은 여울로 남게 된다.' 하였습니다.

결국 우리 마음의 크고 작음도 다 나에게서 비롯되고 시작됨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신심과 분발심을 일으켜야 합니다. 그렇지 아니하면 우리는 늘 그 자리에 머물며 보살심만 파괴될 것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불안하고 허전함으로 가득찬 삶이 우리의 인생이라면 그런 가르침 속에 머무르는 불행은 다 어리석음 탓입니다.

그것을 서양의 철학자는 아편이라 단정지어 말했습니다.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서 부드럽고 넉넉한 인생이 좋은 인연의 만남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부다가야 대탑에서의 칼라차크라 법회는 달라이 라마의 건강이 좋지 않아 연기되었지만 누구 한 사람 불평하거나 문제삼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달라이 라마의 건강을 걱정하며 철야정진에 들어간 수만 명의 스님들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부처님 닮은 사람들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인연을 가르쳐 준 선지식이며, 좋은 인연의 만남은 얼마나 큰 복력(福力)인가를 알게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