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수행자)은 자신의 욕심 때문에 그 어떤 중생도 괴롭히는 일이 없다. 차라리 자신의 목숨을 버릴지언정 결코 중생을 괴롭히거나 남을 원망하거나 증오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사랑은 인간의 내부에 갇혀 있다. 그것은 해방되는 것을 필요로 하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사랑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사랑을 드러내는가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참된 자아에서 벗어나 끝없는 방황, 일상적인 활동 속에 자신의 삶을 탕진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우리를 자기 본성으로 이끌어가는 방법은 수행 정진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늘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불안과 사회적 동물로 변화된 자기 모습에서 만나야 하는 허탈감, 그리고 그 엄청난 속도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매임, 서로의 이익을 위한 경쟁심리가 빚어낸 갈등, 그 무엇인가에 집착해 있다는 불안심리, 삶의 불안정한 흔들림으로 나타나는 두려움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마음이 번뇌에 물들지 않고 생각이 흔들리지 않으며 선과 악의 개념을 초월하여 깨어 있는 사람에게는 그 어떤 두려움도 없으리라." 하신 ≪법구경≫ 말씀도 우리들의 삶에 윤활유가 될 것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결코 짧지 않은 세월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누구인가를 만나고 그러면서 또다시 헤어지는 일들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살아 있는 모습으로 기억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내 곁에 언제나 살아 숨쉬고 있는 두 수행자를 떠올린다면 사바를 떠나신 중광 스님과 인도로 돌아가신 링 린포체 스님입니다. 한 스님은 사바의 껍질을 벗어버리고 참자유인으로 살았던 중광 스님이며, 한 스님은 전생의 옷을 벗어 놓은 지 20여년…. 17세 소년으로 십 년만에 한국을 방문한 링 린포체 스님입니다. 20여일 머무는 동안 많은 불자들과의 만남은, 세속의 나이는 어리지만 부처님 말씀처럼 수행자는 아무리 어려도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가르침을 보여 주었다고 생각됩니다. 십 년 전 그때는 중광 스님이 구룡사에 몇 년 머무르시고 계실 때입니다. 링 린포체 스님이 동자승으로 구룡사 주지실에 도착하였고, 중광 스님은 링 린포체를 향해 삼배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중광 스님이 먼저 오셨고 주지실에서 링 린포체 스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링 린포체는 삼배를 올렸습니다. 다만 서로가 맞절을 하는 게 아니라 교대로 하루씩 절을 하고 맞이하는 그런 모습이 지금도 눈에 삼삼합니다.

언제나 한결같은 생각은 중광 스님의 일생과 예술세계는 매화꽃 같은 인생이었고, 링 린포체의 모습은 활짝 피어 가는 연꽃과 같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광 스님은 링 린포체가 한국에 머물고 있는 동안 사바의 그림자를 벗어버리고 떠나가셨고고, 한 스님은 중광 스님이 통도사에서 다비하는 날 아침, 인도로 돌아가신 것입니다. 아마 우리는 어느 날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일체사 일체일이 모두가 부처 뿐이다. 그런데 꼭 부처라고만 부르지 않고 혹은 마음이라 하고 혹은 진리라 하고 혹은 법이라 하고 혹은 해탈이라 하고 혹은 열반이라 하고 혹은 화엄이라 한다."

어쩌면 부적절한 표현이 될지 모르나 그래도 표현하자면 언어를 동원하지 않고는 깨달음의 세계에 가깝게 접근할 방법이 없어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말'이라 하였습니다.

구룡사 3일, 통도사 1일, 여래사 3일, 링 린포체와의 만남의 시간에 매일 수천 명의 불자들이 법회에 동참하였습니다. 그리고 해인사, 송광사를 참배하고 방장 스님을 찾아뵙고 서울에서는 석주 노스님과 가산 문화원의 지관 큰스님도 만나 뵈었습니다.

우리 나라의 큰스님들을 대하는 모습이 마치 ≪화엄경≫에 나오는 선재동자 같았습니다. 어른을 뵙는 진지한 모습이며 구법정신은 생명력 있는 수행자였습니다. 통도사에서는 휠체어에 앉아 계신 방장 스님께 법당에서 부처님께 삼배 올리듯이 온몸을 던져 절하는 모습이며 칠보사에서 석주 큰스님께 삼배를 올릴 때 노스님께서(94세입니다.) 같이 삼배를 하시던 모습은 우리들에게 숨겨진 그 알량한 자존심과 교만심을 녹여 주셨습니다. 참으로 그동안 살아온 내 모습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노스님과 소년과의 만남은 수행자의 덕목으로 일깨워 주신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평온은 사랑과 연민을 키워나가는 데에서 나오는 것이다. 다른 이를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자기 마음은 더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다른 이에게 친근하고 따뜻한 감정을 가지게 되면 저절로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이다."

이번 달 ≪월간 붓다≫에 많은 이야기가 이어져 특집으로 링 린포체를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아마 그것은 티벳 불교의 살아 있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참 열심히 살아가는 한 수행자의 복된 모습이기도 하였습니다.

"항상 인생이 꿈과 같음을 알아라, 집착과 미움을 줄여라. 모든 중생을 따뜻하게 대하라.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든지 너는 사랑과 자비로 임하라. 우리가 그것을 꿈으로 여긴다면 그들이 무슨 짓을 하든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꿈 속에 있는 동안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하는 것이 비결이다. 바로 이것이 삶의 핵심이다. 이것이야말로 참된 부처이다."

내가 아는 중광 스님은 언제나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았고 함부로 상대를 비난하거나 흉보는 것을 한번도 뵌 적이 없었던 매화꽃 같은 인생이었습니다.

링 린포체 스님은 인도로 떠나던 날 아침, 여래사 만불전 불사에 불자들이 드렸던 보시금에서 천만 원을 주고 가셨습니다.어린 소년이 아닌 한 젊은 수행자의 복짓는 모습에서 지혜의 덕목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