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여래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심을 봉축하는 법회가 전국 사찰마다 봉행되었습니다.

부처님은 아니 계신 곳 없으시고, 나보다 더 사랑하시는 부처님이십니다. 두 달 이상을 많은 불자들이 동참하는 가운데 준비해 왔던 연등이며 팔모등이며 하룻밤을 밝힘으로 무명중생들에게 지혜광명의 참뜻을 일깨우고 전기설치를 하여 달았던 등들은 월드컵 경기가 끝날 때까지 불을 밝히리라 여겨집니다.

우리 포교당에서는 금년에도 부처님 오신날을 봉축하기 위한 발심정진참회기도를 21일간 하였습니다. 초발심으로 돌아가서 참으로 오랜만에 불자들과 귀한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사회활동이다, 종단 일이다, 그리고 일산 여래사 만불전 불사다, 몇 년을 참 분주하게 보냈습니다. 이번 정진법회의 법주가 되어 새벽기도며 사시기도때 108대참은 나와 더불어 많은 불자들의 신심과 원력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육체적으로야 얼마나 고단했겠습니까? 새벽기도를 위한 몸부림으로 이십여일을 철야 정진하듯, 날밤을 세워야 했던 일이며, 그러나 고달픈 시간들은 아니였습니다. 환희법열의 날들이었습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시간들을 불자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었으면 합니다.

금년 초부터 시작했던 ≪능엄경≫ 공부는 구룡사·여래사 불자들에게 요익한 생활불교의 실천덕목을 가름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능엄경≫에 나오는 가르침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견견지시(見見之時)에는 견비시견(見非是見)이다.", "보는 것을 볼 적에는 보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의 생활의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응용해볼 가치가 있는 가르침입니다. "쓸 것을 쓰는 것은 쓰는 게 아니다."라는 말씀인데 예를 들면 "잘걸 자는 것은 자는 것이 아니며 먹을 걸 먹는 것은 먹는 게 아니라." 한다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요?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부처님 가르침을 실생활에 접목한다면 응당히 해야 할 일들은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출가자나 재가자는 가야할 길 잊어버리지 말아야 하는 삶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동안 살아왔던 날들을 뒤돌아보면 많은 사람들이 앞만 보고 정신 없이 살아왔었노라 할 것입

니다. 지난 세월은 의미 있게 다가올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 허망한 생각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교단에서 가르치는 것처럼 우리도 신앙의 대상이 있는 것처럼 불교의 근본정신을 신앙심으로 정리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불교는 "우리도 부처님 같이 되고자." 하는 정진의 수행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그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것처럼 공부를 해왔습니다. 또한 일시적인 위안이나 이득을 얻고자 늘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불교인들은 금생뿐만 아니라 다음생 그리고 그 다음생에도 관심을 가지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것을 우리는 체험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조각가가 돌을 새기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이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무얼 하십니까?"

"석상을 만들 거지요."

"내가 보기에는 단지 돌을 깎고만 있는 것 같습니다."

조각가는 말했습니다.

"석상(부처님)은 이미 내부에 숨겨져 있습니다. 아니 갖추어져 있지요. 그것을 만들 것은 없습니다. 다만 불필요한 돌덩어리를 떼어놓지 않으면 안될 뿐입니다.

그러면 석상은 저절로 모습을 나타낼 것입니다. 그것은 발견되는 것이지요. 덮개가 벗겨져 드러나는 것이지요." 하더랍니다.

불필요한 부분만 털어 내면 저절로 드러나는 갖추어져 있는 모습을 우리는 불성이라 합니다.

그렇지만 농부의 수고로움 같은 노력을 통해서 얻어지는 과덕(果德)이 열매를 거두어 씨앗이 되는 도리일까요. 씨앗이 자라서 열매를 맺는 이치일까요?

≪방편심론(方便心論)≫에도 '씨앗이 좋은 땅 만나면 뿌리와 줄기가 잘 자라지만 자갈밭에 심겨지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하신 참뜻도 살피면서 살고자 하는 것입니다.

어제는 통도사에 가서 방장 스님께 이번 부처님 오신날, 헤아릴 수 없이 한마당 축제처럼 성숙되어 가는 불교 문화적인 봉축법회가 이웃과 어울림을 가졌던 점을 자랑할 때, 스님께서는 통도사도 도량이 발 붙일 곳 없이 많이 왔다고 도리어 자랑해 주셨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출가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춘명 노사(春明老師) 님의 열반에 드신 원적의 숨결을 대하고 새벽녘에 돌아와, 대중들과 한잔의 차를 마실 수 있는 틈도 없이 이십년전부터 원을 세웠던 티벳 고원 깊은 곳 수미산을 향해 가고 옴이 없는 길목에 접어들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