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착하게 살면 천당 가고 올바르게 살면 극락 간다."고 하셨습니다.

착하다는 것은 악하지 않다는 것이요 올바르게 산다는 것은 착한 행동일 것입니다.

오래간만에 요즘 좋은 책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달라이 라마와 도올의 만남≫도 밤을 새우 게 하는 데 충분하였습니다.

'신앙은 이성이다'에 보면 달라이 라마께서 도올 선생과 나눈 대화 중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 다. "신앙은 반드시 이성에 의하여 뒷받침되어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종교에 대한 이성적 탐 구가 종교적 신앙을 해치지는 아니 한다. 다시 말해서 종교적 신앙은 어떠한 이성적 공세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 티벳 말에 이런 말이 있다. '이성에 바탕을 두지 않은 믿음을 가진 사 람은 아무 데로나 흘러갈 수 있는 개울물과 같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요즘 종교간에 천당 가는 길에도 분분한 이견들이 있습니다만 반드시 신앙은 이성적 탐구를 통해서 이해되고 납득할 수 있는, 그래서 살아남아 있는 종교가 진정한 우리의 등불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라 생각됩니다.

도올은 신앙에 관해 이성의 검증을 강조하는 달라이 라마의 이러한 태도는 너무나 반가운 일 이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견해를 공유하는 달라이 라마와 도올의 만남은 참으로 깊은 인연의 고리를 의미하는게 아니가 싶어집니다.

도올은 말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 세계의 많은 신앙인들이 이성적 탐구가 신앙의 체계 를 붕괴시킨다고 생각한다."하였습니다.

얼마 전 신문에, 도올의 질문에 달라이 라마는 '불교는 과학'이라 하였으며, 불교는 과학이라 하신 말씀에 도올은 감격했다고 합니다.

내가 보기에는 불교는 인생인데, 과학이라고 달라이 라마는 말했습니다. 도올이 과학자였다면 불교는 철학이라 하였을까요? 아마 그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불교라는 종교는 바다와 같고 철학이나 과학은 강물과 같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과학이라는 강은 대단히 객관적이며 철학이라는 강은 대단히 주관적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저녁에 도올 선생으로부터 전화가 왔었습니다. 이번에 출판된 책을 보내고자 한다 하였 습니다. 벌써 보고 또 보았는데 말입니다.

이번에 방송될 도울 선생의 교육방송이나 ≪달라이 라마와 도올의 만남≫을 보게 될 불자들 에게 도움이 될까싶어 ≪마하무드라의 노래≫를 적어 보았습니다.

"종교는 비유를 통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다. 이외에는 저 다른 세계를 이야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비유를 통해서 저 다른 세계에서 일어났던 그 상황을 이 세계 안의 비슷한 상황과 연 결시키려고 한다. 그럼으로써 부적절하나마 저 다른 세계에 일어났던 상황에 대한 이유가 가능 하기 때문이다.

말은 언제나 저 다른 세계를 설명하기엔 부적절하다. 그러나 부적절한 말일지라도 이용할 수 있는 데까지는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말을 통한 이 비유의 방법 외에는 저 다른 세계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시(詩)여! 그대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종교는 어렵다.

시(詩)여! 그대의 길은 이미지를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거기 어떤 마찰도 없다.

과학이여, 그대는 쉽게 이해할 것이다. 그대의 길은 이미지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의 경험적 사실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시(詩)여, 그대의 길은 쉽다. 시(詩)여, 그대는 오직 시(詩)일 뿐이다. 시(詩), 그것은 이미지 다. 이미지는 아름답다. 이미지 속에서 시인이여 마음껏 취하라. 그러나 이미지는 진실[眞理]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라.

그렇다면 종교란 무엇인가?

종교는 궁극의 시(詩)다. 그것은 과학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경험적 사실이다. 그러나 과학적 인 용어를 사용할 수는 없다. 과학이란 너무나 객관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철학적인 용어를 사용해서도 안 된다. 철학이란 너무나 주관적이므로 과학과 철학, 이 양자를 모두 사용해야 한다. 이 둘을 다리로써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은 시인(詩人)의 방법이다.

모든 종교는 최후의 시(詩)다. 아니 시(詩)의 본질이다.

그대는 붓다보다 위대했던 시인은 결코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붓다[부처님]는 한 줄의 시도 쓰려고 노력한 일조차 없었다.

나는 여기 그대와 함께 있다. 나는 시인이다. 나는 한 줄의 시도 짓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비유를 통해서 이야기한다. 나는 과학과 철학이 만든 간격에 다리를 놓으려 한다.

나는 그대에게 차별이 없는 전체의 느낌을 주려고 한다. 과학은 절반이다. 철학 역시 절반이 다. 그러므로 이 양자는 그대에게 전체의 느낌을 주지 못한다.

철학 속으로 깊이 들어가면 그럴수록 샹카라[속박]의 말이 실감난다. 이 세계는 환영(幻影)이 다. 이 세계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이 세계를 느끼는 그대의 의식만이 존재하는 것이 다.

그러나 샹카라의 이 말은 너무 주관에 치우친 말이다. 만일 과학 쪽으로 파고 들어가면 그럴 수록 마르크스 쪽으로 가까워질 것이다. 그러므로 두 입장 넘어서 전체를 이야기하자. 시적(詩 的)인 비유를 통해서, 언어로써 공(空)을 설명하지만 공(空)은 결코 언어 따위로 표현되어지지 않는다.

이것이 깨달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