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 3, 4 등급이 그랬습니다.

4등급은 시민권자로 옛날처럼 통과되어 비행기에 탑승했고, 3등급은 영주권자, 2등급은 유색 인종, 1등급은 아랍쪽 사람들인 듯 싶었습니다. 철저한 통과절차가 있었습니다. 그곳에 종교인이라 부르는 우리 일행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통과절차만 끝나면 세상에서 가장 편리한 세상으로 들어와 있는 걸 실감할 것입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미국(美國)입니다. 그러나 나에겐 그렇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질의 풍요에 취해 있습니다. 행복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너무 이해타산적인 것이 보입니다. 미국은 너무 삭막해 보이는 분주함 뿐입니다. 여유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가장 소중한 것은 자유입니다. 그저 느낄 수 없는 통 속에 갇혀 있는 모습이 뛰는 벼룩, 언제든지 본능적으로 튀어오르는 벼룩을 가느다란 링거 호스 속에 넣어 기어갈 수밖에 없는 그런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편안하게 살려면 사회현실에 적응하며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어 보였습니다. 척박한 땅이고 물질적으로는 가난한 히말라야나 티벳 고원의 삶이 더 풍요로워 보이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이루신 연기설이 더 실감나는 땅에서 우리 속담이 값져 보이는 까닭은, 맞은 자와 때린 자의 잠자는 모습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않 될 것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생각은 단순할수록 좋고, 지혜는 감추어져 있음이 좋고, 행동은 분명한 것이 좋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반드시 인자한 선근의 힘으로 살아가는 진실행, 자비행이 필요합니다.

인도의 간디 옹은 한 신문기자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이내 미소지으며 말하기를 "나는 인도 풍습에 따라 일찍 결혼을 했었지요. 그러나 이제 우리 두 사람은 친구가 되어 두 손을 잡고 인생의 마지막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내게 아내만큼 변치 않는 친구는 없지요." 하더랍니다.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가슴가슴 속에 살아 있는 가르침이라 생각 되어집니다.

불교가 역사적으로 사상이나 이념의 벽을 뛰어넘어 종교적 갈등이나 불교의 우월성을 내세우지 않은 유일한 종교요, 종교전쟁을 일으키지 않은 점을 깊게 인식하면서 후대인들도 상속해 가야 할 불교의 미덕일 것입니다. 

"우리는 오직 미래에만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이미 도착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이미 목적지에 도착했고 더 이상 여행할 필요가 없으며 우리가 이미 여기에 있음을 깨달을 때, 우리는 평화와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은 이미 충분하다. 우리는 단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곧바로 그것들과 만날 수가 있다.

마음의 평화와 사랑과 행복과 지혜, 그리고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를 찾는 한 여인에게 그는 미소지으며 말했습니다.

"이 가게에서는 열매를 팔지 않습니다. 오직 씨앗만 팔지요."

≪능엄경≫에 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종자가 되어 윤회하고 있다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