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비심은 물질을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달라이 라마-

부처님께서 왕사성 죽림정사에 계실 때 지혜제일인 사리불 존자는 마하 구차라 존자에게 물었습니다.

"존자이시여, 무엇을 착하지 않다 하고 무엇을 착하지 않은 선근(善根)의 뿌리라 합니까?"

"신구의(身口意) 삼업으로 나쁜 행을 하면 착하지 않다고 말하며,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착하지 못한 것의 근원(根源)이라 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선이라 하고 무엇을 선(善)의 심소(心所)인 선의 근원이라 하나이까?"

"몸과 말과 뜻이 훌륭한 것을 선(善)이라 하며, 탐욕스럽지 않고 성내지 않으며 어리석지 않음을 선 (善)의 근원(根源)이라 합니다." ≪중아함경≫

부처님께서는 세상에는 지혜로운 이와 어리석은 이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지혜로움에는 둘이 있으니 나쁜 짓을 하지 않음이요, 지은 뒤에 곧 참회하는 이다 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리석음에도 둘이 있으니 죄를 짓는 이며, 죄를 짓고는 감추려는 이라고 하셨습니다.

죄업을 짓는다는 것은 어리석음의 표상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이 세상에서 받을 가벼운 업(業)을 지 옥에서 무겁게 받을 것이며 지혜 있는 사람은 지혜의 힘으로써 지옥에서 받을 중대한 업도 이 세상에서 가볍게 받기도 한다 하셨으니, 그 말씀의 참다운 뜻을 새길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비록 나쁜 업을 지었더라도 이내 드러내어 참회하며, 참회하고는 부끄러워서 다시 짓지 아니 하면 마치 흐린 물에 밝은 구슬(마니보주)을 넣는 것과 같이 그 위력으로 물이 곧 맑아지며 구름이 걷 히면 맑은 달이 청명한 하늘에 나타나듯이 죄업을 짓고도 참회하는 것도 그와 같이 지혜 있는 이의 행 할 바라 하신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선정삼매(禪定三昧)를 닦는다면 이러한 바른 지혜와 바른 소견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수행정진을 통한 내관사유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반야심경≫에 보면 관세음 보살님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오온[色受想行識]이 공(空)함을 비추 어보고 고해(苦海)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선정삼매를 통해 반야지혜가 드러남으로써 오온(五蘊)의 생멸하는 모양을 본다는 것입니다.

"선정을 닦지 않고는 세간의 일도 알지 못하거늘 하물며 출세간의 일이리요." 하신 것입니다.

"세상을 바꾸고 싶거든 먼저 자신의 내면의 변화를 가지도록 노력하라. 그러면 가족이 변화할 것이 다. 거기서 범위를 점점 더 넓혀가면 세상도 바꿀 수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모두가 서로에게 영향력을 미치게 되어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는 아무 것도 가져가지 못한다. 다만 우리 인생의 업 적과 영적인 지식의 씨앗만 안고 갈 뿐이다."

또 한 해를 보내면서 지나온 시간들을 뒤돌아볼 수밖에 없는 세월 앞에 엎드려 불보살님 전에 서원 하고 있습니다.

삼십여년 전 라디오 방송에서 단편극을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세상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거지가 독 백처럼 하던 말이 생각납니다. "나에겐 착한 사람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적선하는 것조 차 부끄러워서 외면하고 그냥 가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욕을 하더라도 한 푼이라도 동냥그릇에 던져주 고 가는 사람이 필요하고 그가 나의 고객일 뿐이다."

우리들 주변에는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어야 하는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현실과 이상이 같을 수는 없지만, 늘 살피면서 살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현실의 아픔을 이상 적으로 풀어가고자 하는 지혜가 더욱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금년에 우리들이 해 왔던 것 중에 세상에 알림으로해서 자랑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에 그러한 기운의 싹을 틔울 수 있 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욱더 간절하여질 뿐입니다.

어젯밤 공중파 방송에서 중국영화 한 편이 소개되었습니다. 가난한 산골 오지에서 초등학생이 도회지 로 돈을 벌겠다고 떠나간 사실을 알게 된 임시교사가 그 아이를 찾아 떠나는 그림과, 방송국 앞에서 막 연하게 사장님을 만나고자 하는, 그래서 결국 방송에 출연하게 되고 그러면서도 가난한 환경과 인간적 인 모습들은 아마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우리네 어릴 적 고향과 가난한 시절의 가슴앓이를 보게 하였다고 생각됩니다.

잊혀졌던 어린 시절의 가난함을 찾게 해 준 영화였습니다. 도시로부터 후원받은 여러 가지 선물들 중 에 흑판에 한 자씩 한문으로 써 내려가는 초등학생들의 색분필로 나타내는 글들은 우리를 충분히 울리 고도 남았습니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세상은 부유하다고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부유한 사람이 마음을 낸다면 훨씬 많 은 것을 가난한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환경이나 여건은 마련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네 가난했던 시절을 뒤돌아보면 지금은 부자 아닌 사람 없고, 물질의 풍요로움이 결코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 앞에서 따뜻한 마음으로 어려운 이웃과 함께 진정으로 나누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