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남자여, 도(道)라는 것은 모양을 볼 수도 없고 측량하여 알 수도 없지마는 실제로 작용이 있나니, 선남자여, 중생의 마음이 빛도 아니고 긴 것도 아니고 짧은 것도 아니고 굵지도 않고 가늘지도 않고 묶 인 것도 아니고 풀린 것도 아니며 볼 수 있는 법도 아니지마는 그러나 있는 것이니라.

이런 뜻으로 내가 수달다 장자에게 말하기를, 장자여, 내 마음은 성(城)의 주인이니 장자가 마음을 수호하지 못하면 몸과 입을 수호하지 못하고 마음을 수호하면 몸과 입을 수호하느니라 하였으며, 몸과 입을 수호하지 못하면 중생들로 하여금 세 나쁜(지옥·아귀·축생) 갈래에 이르게 하고 몸과 입을 수 호하면 중생들로 하여금 인간, 천상이나 열반을 얻게 하리니 얻는 것은 진실하다 하고 얻지 못하면 진 실치 않다고 하느니라.

선남자여, 도와 보리와 열반도 그와 같아서 있기도 하고 항상 하기도 하니, 만일 없다면 어떻게 모든 번뇌를 끊으리요마는 있음으로써 모든 보살들이 분명하게 보느니라.

선남자여, 보는 데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모양으로 보는 것이요. 둘은 분명하게 보는 것이니라.

어떤 것을 모양으로 본다 하느냐. 멀리 연기를 보고 불을 보았노라 말하지마는 실제로는 불을 보지 못하였으며, 비록 불을 보지 못하였더라도 허망한 것은 아니니라. 공중에 있는 학(鶴)을 보고 물을 보았 노라 말하나니, 비록 물을 보지 못하였으나 허망한 것이 아니니라. 마치 꽃과 잎을 보고 뿌리를 보았노 라 말하는 것처럼, 비록 뿌리를 보지는 못하였으나 허망한 것은 아니니라.

어떤 사람이 멀리 울타리 너머로 소뿔을 보고 소를 보았노라 하면, 비록 소를 본 것은 아니나 허망하 지는 아니하니라. 여인이 임신한 것을 보고 탐욕을 보았노라 말하면, 비록 탐욕을 본 것은 아니나 허망 하지는 아니하니라. 나무에 잎이 난 것을 보고 물을 보았노라 말하면 비록 물을 본 것은 아니나 허망하 지는 아니하니라. 구름을 보고 비를 보았노라 말하면 비록 비를 본 것은 아니나 허망하지는 아니하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나 입으로 하는 짓을 보고 마음을 보았노라 하면 비록 마음을 본 것은 아니나 허망하 지는 아니하니라. 이런 것을 이름하여 모양으로 본다 하느니라.

어떤 것을 분명하게 본다 하느냐. 눈으로 빛을 보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사람의 눈이 깨끗하여 항상 하지 아니하였으면 손바닥에 '아마록' 열매를 보는 것과 같나니 보살 마하살이 분명하게 도와 보리와 열반을 보는 것도 이와 같아서 비록 이와 같이 보지마는 처음(애초)부터 보는 모양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이런 인연으로 내가 예전에 사리불에게 말하기를 모든 세간의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하늘이 나 마군이나 범천이나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것을 여래(如來)는 모두 알고 보고 깨닫는 것이며 보살들도 그와 같느니라.

사리불아, 모든 세간에서 알고 보고 깨닫는 것은 나와 보살도 알고 보고 깨닫느니라. 세간 중생들이 알 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것은,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줄도 스스로 알지 못하거니와 세 간 중생들이 알고 보고 깨닫는 것은, 문득 말하기를 내가 알고 보고 깨닫노라 하느니라.

사리불아, 여래는 온갖 것을 모두 알고 보고 깨닫지마는 스스로 말하기를 내가 알고 보고 깨닫노라 말하지 아니하나니 보살들도 그와 같느니라. 왜냐하면 상(相)을 지으면 이는 부처님이 아니고 범부로 이름하리니 보살도 그러하니라 하였느니라.' ≪열반경≫

부처님 당시에 어떤 왕이 묻기를 "그대는 아라한과를 얻었느냐, 아나함과를 얻었느냐?" 하기에 "얻지 못하였다."고 하였더니 "만일 얻지 못하였다면 탐욕과 번뇌가 가득할 터인데 어찌하여 방자하게 보고 있느냐?" 하였다.

"대왕이시여, 내가 지금 탐욕의 결박을 끊지는 못하였으나 마음에는 진실로 애착이 없노라." 하니, "어리석은 사람아, 세상에 있는 신선들이 기운을 삼키고 과실만을 먹으면서도 견물생심(見物生心)으로 탐심을 일으키는데 너는 한창 나이가 젊었고 탐욕을 끊지도 못하였다 하면서 어찌하여 애착이 없겠는 가?" 하기에 "대왕이여, 이성을 보고 애착하지 아니함은 기운을 삼키고 과실을 먹는 데 달린 것이 아니 요 무상(無常)하고 부정(不淨)한 줄로 생각하는 데 있나이다" 하니, "남을 업신여기고 비방한다면 어찌 수행자라 하겠느냐?"

"대왕이여, 만일 질투하는 마음이 있으면 비방도 하겠지만 질투하는 마음이 없는데 어찌 비방한다 하 나이까."

류시화 시인(詩人)의 ≪지구별 여행자≫라는 책을 보니, 인도 여행 중에 있었던 일들을 우리 인생살 이에 접목해서 생각하게 하고 길손이 되게 하는 것이 시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님을 일깨우게 하 였습니다.

"서둘러서 되는 건 아무 것도 없다고, 내가 방금 전에 말했지. 서두르다간 오히려 잃기 십상이야."

"대단히 감사하단 말이지, 서두르다간 오히려 잃기 마련이라고 내가 분명히 말했지. 그것을 절대로 잊지 말라구?"

또 한 해를 접어야 하고 또 한 해를 펼쳐야 하는 자리에 서서, 바라보는 시간은 그 자리가 그 자리인 것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서두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작년 달력과 금년 달력과 내년 달력의 사진과 날짜를 한 장씩 넘겨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