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체 만물은 통하지 아니함이 없다(一切萬物無非通) - 

믿음의 힘에 의지함으로 능히 수행하게 된다. 큰 신심은 곧 불성이요, 불성은 여래니라.

불자들아, 무엇을 열반이라 하고 대열반이라 이름하지 아니 하는가.

부처 성품은 보지 못하고 번뇌만 끊은 것은 열반이라 하고 대열반이라 이름하지 아니 하느니라.

부처 성품을 보지 못하였으므로 항상함도 없고 나도 없으며 즐거움과 깨끗함만 있나니 이런 뜻 으로 번뇌를 끊었으나 대열반이라 이름하지 않느니라.

만일 부처 성품을 보고 번뇌를 끊었으면 대반열반이라 이름하나니 부처 성품을 보았으므로 상락 아정(常樂我淨)이라 하느니라. - 중략-

불자들아, 번뇌를 끊은 것은 열반이라 하지 않고 번뇌가 생기기 않음을 열반이라 하나니, 부처님 여래는 번뇌가 일어나지 않으므로 열반이라 이름하느니라.

가진 지혜가 법에 장애가 없음을 여래라 하느니라.

여래는 범부도 성문도 연각도 보살도 아니니 이름을 부처 성품이라 하느니라.

여래의 몸과 마음과 지혜가 한량없고 갓이 없는 아승지 세계에 가득하여 장애가 되지 아니하므 로 허공이라 하느니라.

이런 뜻으로 여래는 실로 끝까지 열반하지 아니 하나니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이 번뇌가 다하여 일어나지 아니 하는 부처 성품을 닦아서 공덕을 구족하게 얻음을 성취하게 하느니라.

≪열반경≫

나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묻습니다.

"너는 왜 척박한 땅 히말라야 준령이나 티벳 고원의 사막 같은 땅을 좋아 하는가?"

나는 대답하기를 "척박하지만 그곳은 깨끗하기 때문이다.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이 좋다―." 이런 식으로 쉽게 이야기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어제의 환경연대 방문 길에서 그 생각을 접기로 하였습니다.

환경연대의 '새만금 갯벌을 살립시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자연에게 돌려 주어야 한다'는 모임의 비원(悲願)이 그러했습니다. 죽음의 그림자를 치유하기 위한 아픔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일배삼보하는 현장의 모습이기도 하였습니다.

수백 km의 거리를 걷는 것도 어려운데 이 무더운 여름날 현기증이 일어나는 그곳에 수경 스님 과 그 일행들은 가슴이 시리고 저리도록 아픈 모습에서 갯벌을 살려야 된다는 이유가 새만금으로 국한된 것이 아님을 보게 하였습니다.

갯벌과 나, 산과 나, 강과 나, 자연과 나는 한 몸이었습니다. 언론이나 방송에서 사진이나 그림으 로 비쳐진 지구 곳곳의 병든 모습들이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막화된 나라들의 어려움도 보게 됩니다. 엄청난 재앙을 몰고 다니는 생태계의 파괴로 인한 심각성을 몇몇 환경 단체에서만 메시지 를 전달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 일어납니다.

물질의 풍요로움에 물들어 있는 우리에게 누군가 짊어져야 할 짐을 짊어지고 가는 수경 스님 일 행의 모습에서 진정한 삶의 행복이 어디로부터 시작되어지는 것인지를 느끼고 알게 하여 주었습니 다.

차라리 가난한 시절의 배고픔으로 힘들었던 육신의 고단함이, 정신적으로 고달픈 현실과 자연파 괴 현장이 얼마나 우리들을 어렵게 몰아쳐가고 있는지를 알게 하고 있었습니다.

수경 스님 일행의 일배삼보하며 걸어오고 있는 거리는 천배 만배의 힘으로 빗자루가 되어 환경 파괴 현상과 질병, 그리고 불행한 삶의 현장을 살려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내가 바라다보았던 척박한 땅이지만 티벳 고원의 깨끗함을 예찬했던 것이 훗날 얼마나 큰 어리 석음이었는지를 알게 합니다. 우리가 수행정진의 힘으로 번뇌를 끊어 고통과 괴로움으로부터 자유 스러워진 즐거움과 깨끗함이 정신적으로 부자유스러워진 사람들의 즐거움과 깨끗함이 같을 수 없 는 것처럼, 번뇌가 없어졌다 하여 아라한이라 이름하지 아니함도 알았으면 합니다.

아무리 깨끗한 땅이라 하여도 사막이 된 땅을 사막인 것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온 인생의 여정 속에서 어느 날부터 불감증으로 무디어진 사유력이 보게 되는 사물 의 잣대를 마치 도인의 안목인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하나씩 하나씩 엉클어진 실타래를 풀어가고자 하는 노력에 조급한 서두름은 결코 도움되지 아니 하겠지만 그래도 우리 불교인들이 그 일에 앞장 서 있다는 사실은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됩니다.

과거, 우리네 어머니들은 일 년 중에서 아이들 낳은 달이 되면 몸이 무척 무겁다는 말씀들을 하 셨습니다. 그리고 몸을 크게 다쳐, 상한 경험이나 큰 수술을 받았던 사람들의 일관된 이야기들도 자연의 한 부분이며 자전과 공전의 시간과 계절의 만남까지도 나의 몸과 둘이 아님을 보게 하는 부분을 깊이 인식해 본다면 일체 만물은 서로 통해 있음입니다. 그래서 더욱 자연은 지켜져야 한다 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