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간 지새운 날들의 가슴앓이를 그래도 몇 자 적어 보기로 하였습니다.

선덕(禪德)이 대중에게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이 만약 자기가 서있는 자리에서 미리 해야할 일을 분명히 해두지 않으면 금방 3·40 년이 지나가 버릴 것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마땅히 마음이 떨리고 머리끝이 쭈뼛이 서는 아픔을 느껴야할 것인 데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젊음을 다 바쳐 무익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전의 잘못을 크게 뉘우친들 이미 늙고 병들었으니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젊어서 노력하지 않으면 늙어 한탄한들 회한의 눈물만 흘릴 뿐이다."

언제부터인가 지난 시간들을 들여다 봅니다. 접을 수도 없는 시간들을, 부챗살 접듯 접었으면 합니다.

멋들어진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후회 없는 인생을 그려보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인생은 사바세계에서는 없음을 봅니다. 돌이킬 수도 없는 시간을 그리워하는 인생이 아니라, 훗날 오늘의 이 시간도 그리워할 그 시간의 그림자 속에서 오늘의 소중함을 간직 하려 합니다.

공자님 말씀에도 "남들이 나를 몰라준다고 애태우지 마라. 내가 남을 모르고 있음을 부끄러워 하라." 하셨다고 합니다.

나는 매일 세 번을 반성한다.

1. 남을 위하여 일을 하는데 소홀함이 없었는가?

2. 벗(이웃)과 사귀는데, 믿음을 잃지 않았는가?

3. 배운 바를 익히지 않고 지나쳤는가?

많은 사람들 중에는 오늘의 선행(善行)에 대한 인과적 보상심리가 작용되고 있습니다.

"착하게 살면 피해보고, 좋은 일을 하면 손해본다."는 말들을 믿고 있습니다.

과거 언젠가는 나쁜 업(業)이 있었기에 지금 손해나 피해를 보고 있지만, 지금 좋은 일을 하면 미래에는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길 것입니다.

이것은 불교의 상식입니다. 삶의 진정한 의미이기도한 것입니다. 세상에 콩 심어 콩 거두고, 팥 심어 팥 거두는 세상인 것입니다. 팥심고 콩거두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가장 인간적인 삶은 어떤 생활에서도 이런 당연한 결과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보살은 남의 재물이나 물건을 탐하지 않고 원하거나 구하지도 않는다." 하였습니다.

"보살은 모두에게 항상 자비스러운 마음, 이익되는 마음, 가엾이 여기는 마음, 기쁜 마음, 평화스러운 마음, 따뜻하고 너그러운 마음, 서로를 포용하는 마음을 낸다." 하였습니다.

"그 누구도 미워하거나 원망하며 해치는 마음을 버리고 항상 인자한 마음으로 도와주고 늘 덕(德)이 되는 일을 생각한다." 하였습니다.

석가여래 부처님은 각 개인의 견해나 권리를 매우 존중하셨습니다. 아무리 심오한 가르침일지라도 그 가르침이 어떤 사람에게 적절하지 못하다면 그것을 설명할 이유가 없다 하셨습니다. 이 런 의미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은 약과 같습니다.

약의 가치는 병(病)을 치료하는데 있는 것이지 그 약의 가격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귀하고 비싼 약이 있다 해도 그것이 병든 이에게 적절하지 않다면 그 약은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화엄경≫에 "누구든지 선지식의 가르침을 순종하면 모든 의심과 두려움이 없어지고 편안히 있어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리라. 마땅히 알라. 이런 사람들은 광대한 이익을 얻으리니, 보리수 아래 앉으사 위없는 깨달음을 이루리라" 하셨습니다.

당당한 큰 도[大道]여!

밝고 밝아 분명하네

사람 사람마다 본래 구족하여

저마다 둥글게 이루어 졌네.

다만 일념의 어긋남으로 인해

일만 가지 모습을 드러낸다네.

≪금강경≫ <야부송(冶夫頌)>

이제는 자유로워지고 싶습니다.

전날처럼 부챗살 접는 인생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1년, 5년, 10년, 20년 후에, 아니 어제를 오늘이 그리워하고 내일이 오늘이나 그리워하는 인생은 되지 않도록 오늘이 자유로 워지기를 서원합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 하였습니다. 지혜있는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지혜 있는 사람은 지옥에서 받을 중대한 업을 이 세상에서 가볍게 받는다 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이 세상에서 받을 가벼운 업을 지옥에서 무겁게 받는다고 하셨습니다.

내관사유(內觀思惟)의 선정삼매(禪定三昧)를 닦으면 이러한 바른 지혜와 소견을 의지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날 날밤으로 새우잠 자던 가슴앓이를 이제는 벗어 놓으려합니다.

번뇌망상으로 일어나는 수행자의 부질없는 삶의 방황에서 그 불을 끄고자 합니다.

타던 불이 꺼지니 끊던 물이 잠잠한 이치를 실천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수행자의 참자유는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그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