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남자여, 보살마하살이 열 가지 법을 구족하면 세상으로 더불어 다투지 아니하며, 세상 법에 더럽히 지 아니하니라. 무엇이 이 열 가지인가?

하나는 신심(信心)이요,

둘은 계율(戒律)이요,

셋은 선지식(善知識)을 친근함이요,

넷은 안으로[內觀思唯] 잘 생각함이요,

다섯은 정진(精進)을 구족함이요,

여섯은 바른 생각[正念]을 구족함이요,

일곱은 바른 말[正語]을 구족함이요,

여덟은 바른 말[正言]을 구족함이요,

아홉은 바른 법[正法]을 좋아함이요,

열은 중생(衆生)을 불쌍히 여김이니라.

선남자여, 보살이 이러한 열 가지 법을 구족하면 세상으로 더불어 다투지 아니하며, 세상에 더럽히지 아니함이 우담발라 꽃과 같으니라.

≪열반경≫

금년 여름은 유난히 비가 많이 와서 금년 가을 농사가 큰 걱정이라고 합니다. 곡식을 익힐 일조권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반면 유럽에서는 날씨가 가물어 농사를 망쳤다고 하니, 걱정이 한없는 걱정 을 낳고 있습니다.

그런 중에 내 작은 공간에서는 십 수년을 키워 오던 난초에서 꽃망울대가 솟아 나와 향기로움이 방 안 가득 퍼져오고 있습니다.

협소한 방인지라 동양란을 피우지 못하더라도 그 단아한 자태만으로도 흡족한 마음을 가지게 하였습 니다. 그런 난초가 꽃을 피운 것입니다.

식물도 생각한다 하였던가요. 조금의 관심과 배려를 하였다고 기쁜 마음을 드러내듯 꽃망울을

터트린 것입니다. 상대의 작은 친절에 고마움을 드러내준 것입니다. 생물의 분상에서는 함께 살 아가야 한다는 가르침을 보여 주고 있는데, 세상의 중심인 인간만이 조화로움을 깨고 서로 다투 고 더럽혀지는 일들을 상속해 가며 지속하는 것일까요?

1998년 종단 사태 이후 참고 참고 견디며 본분사를 잊어버리지 않으려는 노력과 함께 기다림 으로 지내 오기 5년, 과거처럼 이 시대가 요구하고 목말라 하는 대중에게 '백고좌 법회' 같은 영 산회상은 열 수 없었지만 그래도 불자들의 그늘에서 복된 삶을 살아왔습니다. 구룡사와 인연 맺 어진 포교당에서 그래도 근근히 숨을 쉬며 살았습니다.

처음으로 금년 부처님 오신날 종단에서 준비한 동대문운동장 행사 제등행렬에 동참하였습니 다. 그곳에서 구룡사, 여래사 불자들은 "한없는 눈물을 흘렸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늘, 그늘이 되어 주고 울타리가 되어 지켜내 주었습니다.

그러나 5년 동안의 그 시간보다도 더 힘든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사바세계는 허상일 뿐이고 나의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니, 이제 고통은 끝내야겠습니다. 울지 말고 이제는 눈을 떠야 할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숨기기에는 나의 인생이 불행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달에 한번씩 쓰는 ≪월간 붓 다≫에 금년 들어 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난달에는 반쪽의 글을 쓰는 것으로 마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젠 사실을 밝히고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으로 마감하고자 합니다. 출가한 이후 어린 시절부 터 수없이 반복되는 종단의 분규와 분란의 다툼은 98년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불교의 근본은 본성(本性)의 깨달음이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의 본질은 인간학입니다. 인간학 이란 무엇입니까?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사무량심(四無量心)으로 사는 것입니다. 넉 넉한 마음으로 배려하고 온화한 마음으로 너그럽게 포용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이번에 청구한 심판결정은 적법한 판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그 일로 인해서 법규위 원장 스님이 괴로움을 당하신다면, 나는 내가 종단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때보다도 더 큰 이 고 통과 이 괴로움은 나 하나의 아픔으로 끝내는 것이 훨씬 편안할 것 같습니다.

98년 종단 사태 이후, 1백여 명의 스님들이 징계를 받았을 때 그 징계의 부당성을 사회법으로 해결하고자 할 때도, 반드시 종단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지금까지 기다려 온 것입니다.

그리고 시절 인연이 되어서 종정 예하의 교시와 원로회의 의장 스님의 유시가 있었습니다.

"사면하라! "

많은 스님들 중에는 종단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수행자의 길을 갈 수 있게 되었을 때, 내가 자유로워진 것처럼 기뻤습니다.

많은 대중들은 남은 스님들의 처지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종단 사태의 가해자이 고 피해자인 것입니다.

누구도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평생 을 참회해도 참회할 수 없는 아픔입니다.

나는 두 번에 걸쳐 헌법재판소 기능을 가진 법규위원회에 심판청구를 하였습니다.

99년도에는 초심과 재심의 재판기관에 호계위원 16인 중에는 4년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데도 징계나 사표를 제출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종회에서 선출한 것이니 징계는 원천적으 로 무효라는 심판을 청구하였고, 4년이 지난 작년 가을에 반송되어 왔습니다. 그 이유는 종단으 로부터 중징계가 결정되었으니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금년 6월 9일날, 세월의 흐름 속에 종단은 안정되어가고 새로운 총무원장 스님이 선출되어 많 은 스님들이 사면되었습니다. 이젠 남은 스님은 몇 명 되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재판기관에서 나온 자료와 호계원장 스님이 원로의원 스님들께 보낸 첨부된 자료, 그리고 해종행위법으로 징계된 자에 대한 특별법으로 재심사한다는 특별법이 제정되는 과정의 제안자 설명이 담긴 속기록과 법무법인 '세종'에서 호계위원장에게 보낸 법률자문 답변서 등을 보면서 법규위원회에 심판청구를 하면 정확한 결정문이 나오게 될 것이라는 확신으로 두 번째 심판청구를 하게 된 것입니다.

첫 번째 심판청구를 다시 해야 되었지만, 몇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종단도 안정이 되어가고 많은 스님들이 사면된 마당에 헌법재판소의 기능을 가진 법규위원회에 종헌·종법·종령에 근 거한 심판을 청구함이 현실적으로 종단에 할 수 있는 마지막 출가자의 본분이라 생각한 것입니 다.

구체적인 심판청구의 내용은 정리해서 ≪월간 붓다≫나 종단신문에 게재하고 문건은 전국에 있는 사찰과 단체 등에 보내서 종단의 법통이 계승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이젠 더 이상 다투거나 세상 법에 더럽혀지는 일이 없는 삶을 살아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