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남자여, 어떤 왕이 대신에게 분부하되 "너는 코끼리를 한 마리 가져다가 소경들에게 보이라." 하였다.

대신은 임금의 분부를 받고 여러 소경을 모아 놓고 코끼리를 보이었으나, 소경들은 제각기 손으 로 만져보았다.

대신은 돌아가서 임금에게 여쭙기를 "신(臣)이 코끼리를 보였나이다."

그때 왕은 여러 소경들을 불러 각각 묻기를 "너희들은 코끼리를 보았느냐?"

소경들은 제각기 보았다고 대답하였다.

왕은 코끼리가 "무엇과 같더냐?"고 물었다.

상아를 만져본 사람은 코끼리 모양이 무와 같더라 하고, 귀를 만져본 사람은 코끼리가 키와 같 더라 하고, 머리를 만진 사람은 코끼리가 돌과 같더라 하고, 코를 만진 사람은 절구공과 같더라 하 고, 다리를 만진 사람은 코끼리가 나무 절구와 같더라 하고, 등을 만진 사람은 코끼리가 평상과 같 더라 하고, 배를 만진 사람은 코끼리가 독과 같더라 하고, 꼬리를 만진 사람은 코끼리가 동아줄과 같더라고 여쭈었다.

선남자여, 저 소경들이 코끼리의 전체를 말하지 못하였으나 말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만일 그 여러 모양이 모두 코끼리가 아니라면 그것을 떠나서는 따로 코끼리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임금은 여래·응공·정변지에 비유하고 대신은 경(經)에 비유하고, 코끼리는 부처 성 품에 비유하고 소경들은 모든 무명중생에게 비유하였으니, 모든 중생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혹은 색이 부처님 성품이라 말하니, 왜냐하면 색이 비록 멸(滅)하지만은 차례차례 서로 계속하므 로 위[上]가 없는 여래(如來)의 32상(三十二相)을 얻으며 여래의 색이 항상하니 여래의 색은 항상 끊어지지 않는 까닭으로 색을 말하여 부처 성품이라 하느니라.

마치 진금(眞金)이 모양은 변천하지만 빛은 달라지지 않음과 같나니, 혹은 팔찌도 만들고 동물 도 만들고 쟁반을 만들어도 빛이 달라지지 않음과 같이 중생의 부처 성품도 그와 같아서 바탕은 비록 무상(無常)하나 빛은 항상한 것이니 그러므로 색[물질]을 말하여 부처 성품이라 하느니라. …… 수상행식(受相行識)이 부처님 성품이라 하였나니 수상행식의 인연으로 여래의 평등한 마음 을 얻느니라. 중생의 의식이 무상(無常)하지만은 식(識)이 차례차례 서로 계속하여 끊어지지 아니 하므로 여래의 진실하고 항상하는 마음을 얻느니라. 마치 불의 뜨거운 성품과 같아서 불은 무상하 지만은 더운 것은 무상하지 아니하니 중생의 부처 성품도 그와 같으므로 수상행식을 말하여 부처 성품이라 하느니라. ― 중략 ―

선남자여, 대자대비(大慈大悲)를 부처 성품이라 이름하나니 왜냐하면 대자대비가 항상 보살을 따르는 것이 마치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 듯하며 모든 중생은 반드시 대자대비를 얻을 것이므로 모 든 중생이 모든 부처 성품이 있다고 하느니라.

대희대사(大喜大捨)를 부처 성품이라 이름하나니 왜냐하면 보살마하살이 만일 25유(二十五有)* 를 버리지 못하면 아뇩다라 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하며, 모든 중생들이 반드시 얻을 것이므로 모든 중생이 모두 부처 성품이 있다고 말하느니라.

대희대사는 곧 부처 성품이요, 부처 성품은 곧 여래니라. 부처 성품은 큰 신심이라 이름하나니 왜냐하면 신심이 있으므로 보살마하살이 능히 보시바라밀다와 내지 반야바라밀다를 구족하며 모 든 중생들이 반드시 결정코 큰 신심을 얻을 것이므로 모든 중생이 모두 부처 성품이 있다고 말하 느니라. 큰 신심은 곧 부처 성품이요, 부처 성품은 곧 여래(如來)니라.

≪열반경≫

4백여년 전 중국의 주굉 스님은 ≪죽창수필≫에서 "스님이 된 것은 자신의 일인데 시방(十方)의 시주에게 폐를 끼치고 있으니 참으로 보답할 길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요즘 나의 처지가 그러합니다. 많고 많은 사찰들이 있건만 구룡사 자락의 만불전 불사를 위한 '부처님 금란가사 친견법회'의 인연과 '백고좌법회' 등의 인연으로 맺어진 그 인연으로 결코 짧지 아니한 시간의 인연의 고리를 가지면서 몇 년의 아픔을 감싸안아 주었습니다.

믿음도 지나치면 인식능력 자체가 오염될 수도 있고, 물질의 풍요로움에 타락할 수도 있는 현실 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지켜주신 많은 분들께 오백 생을 짊어져도 못다 질 보살핌의 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침묵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침묵보다 더 어려운 것은 말하되 말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많은 대중들로부터 관심과 존경이 다가올 때 겸손하 기가 더 어려운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에 보면 "나의 이익은 다른 사람들의 이익과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나 의 행복은 다른 사람들의 행복에 의존하고 있다.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을 볼 때보다, 행복한 사 람들을 볼 때 나도 행복함을 느끼고 있음을 본다."고 하셨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는 고통과 괴로움의 본질을 깨달아야 합니다.

번뇌와 망상, 무지(無知)에서 비롯된 허상의 그림자를 바라볼 수 있는 지혜를 가질 수 있는 공 부가 필요합니다.

며칠 전 히말라야산을 바라보면서 깨달음을 얻은 것은 저기 저 산은 언제나 히말라야산으로 있 으련만, 구름에 가려진 히말라야를 보기 위하여 일 주일 동안을 기다리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우리 가 도착하는 날 오후 한 줄기 비가 쏟아지더니 다시 히말라야는 우리 곁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눈먼 소경에게 코끼리의 각 신체 부분을 보이신 참뜻은 코끼리의 부분부분을 말한다 하더라도 눈뜬자가 바라보는 코끼리를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