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남자여, 마치 모든 별들이 낮에는 나타나지 않거든 사람들이 말하기를 낮에는 별이 없어진다 하거니와 실로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지마는 나타나지 않는 것은 햇빛이 비치는 연고니라.

여래(부처님)도 그와 같아서 성문(聲聞)이나 연각(緣覺)들이 보지 못함은 세상 사람들이 낮에는 별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캄캄하게 흐렸을 적에 해와 달이 나타나지 못하는 것을 어리석은 사람 들은 해와 달이 없어졌다 함 같으니 해와 달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니라. 여래의 바른 법 이 없어질 때에 삼보가 나타나지 아니함도 그와 같아서 아주 영원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 니, 그러므로 여래는 항상 머물러 있고 번역함이 없는 줄을 알지니라. 왜냐하면 삼보의 참 성품은 모든 때[垢]로 물들일 수 없는 연고니라.

선남자여, 마치 그믐밤에 살별[彗星]이 나타나거든 그 빛이 찬란한 것이 얼마 동안 떴다 가 도로 없어지는 것을 중생들이 보고는 상서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냄 같으니 벽지불들도 그와 같아서 부처님 없는 세상에 나는 것을 중생들이 보고는 모두 말하기를 여래가 참으 로 열반하였다고 근심 걱정을 하거니와 여래의 법신은 열반하는 것이 아니니, 저 해와 달 이 없어지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마치 해가 뜨면 안개가 모두 걷침과 같으니 이 대반열반의 미묘한 경전도 그 와 같아서 세상에 일어나 중생들의 귀에 한번만 지내가도 모든 나쁜 짓과 무간 지옥의 죄 업이 모두 소멸되느니라.

이 대반열반경의 깊고 묘한 경계는 헤아릴 수 없으며 미묘한 성품을 말한 것이니라. 이 런 이치로 선남자, 선여인들은 여래에게 대하여 항상 머물고 변함이 없다는 생각을 낼 지 니, 바른 법은 끊어지지 않으며 승보(僧寶)는 없어지지 않나니 그러므로 마땅히 방편을 닦 으며 이 가르침을 부지런히 배우면 이 사람은 오래지 않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니라. 그러므로 이 경(經)의 이름이 한량없는 공덕(功德)으로 이룬 것이라 하며, 보리 (菩提)는 끝날 수 없는 것이라고도 이름하나니, 다하지 아니하는 까닭이며 그래서 대반열 반경이라고도 하는 것이니 훌륭한 빛이 여름 해와 같으며 몸이 갓이 없으므로 대열반이라 이름하느니라."

≪열반경≫

티벳의 망명정부가 있는 북인도 달람살라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히말라야 설산에 있 는 달람살라에서는 우리들과 인연이 깊은 링 린포체(Ling Rinpoche) 스님이 금강계인 비 구계를 받는 법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삼천 명이 넘는 스님들이 기도 중이었으며 법회 중에 함께 할 수 있는 복된 날이 우리 들의 환희심에 불을 지피는 거룩하고 성스러운 자리가 되게 하였습니다.

오십 년 전, 링 린포체 스님으로부터 비구계를 받으신 달라이 라마 스님은 칠십의 노승 (老僧)이 되어 세계적인 고승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영향을 주고 계시는 스님 이십니다만, 그 날의 모습은 참으로 인간적인 정(情)이 넘치는 분이셨습니다.

자상하시고 따뜻한 마음으로 주위의 모든 중생들을 살피시는 모습은 수행자의 귀감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티벳 불교가 세상에 드러난 후에 이방인 격인 외국 의 스님이 그러한 수계식에 동석할 수 있었다는 것도 과거 숙세의 깊은 인연의 어울림이 아니었나 싶어지기도 합니다.

수계식장에서 목격한 성스러운 광경은 두고두고 기억될 체험이었습니다. 달라이 라마 스님과 삼사칠증(三師七證) 스님들이 서로 엎드려 다짐하고 다짐하는 모습은 확고한 믿음 의 신념이며 거룩한 회상의 장엄이었습니다.

링 린포체에게 비구계를 전승하시는 달라이 라마 스님, 전국에서 대표성을 띠고 함께 동참한 동갑내기(20살) 스님에게 전승해 주시는 교수 아사리의 가르침을 증명하시는 전계 사 스님의 모습은 불단에 모셔져 있는 부처님이셨습니다.

달라이 라마 스님께서 계문(戒文)을 암송하실 때나 교수 아사리 스님이 계문을 설하실 때, 정확한 발음이 전달되지 아니하면 갈마 아사리 스님이 계문을 얹혀 주시는 대목은 법 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모습이었습니다.

링 린포체 스님이 벌써 청년이 되어 비구계를 받게 되었으니 세월의 흐름은 참으로 유 수 같다는 마음이 들게 하였습니다.

전생의 링 린포체 스님으로부터 전승해 받은 금강계문을 오십 년 후에는 금생의 링 린 포체 스님에게 전승하게 되었다는 말씀으로 시작되어지던 때에는 달라이 라마 스님은 눈 가에 이슬이 맺히어져 갔습니다.

스승과 제자, 제자와 스승의 인연이 함께 가는 길의 동반자인 수행자의 회한이 물씬 배 어 나오는 모습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비구계를 받고 난 후 비구계를 받은 스님들만 입을 수 있는 가사를 다시 입기 위해 인례사 스님과 함께 밖으로 나간 후의 짧은 시간에 달라이 라마 스님은 다시 말문을 여셨습니다. 열 명의 계사 스님들에게 물었습니다.

"스님은 금년 나이가 몇입니까?"

"칠십입니다.", "칠십 여섯입니다…."

"나도 칠십인데 우리 중에 누가 먼저 세상을 떠날 것입니까? 허허허―."

그러던 중 다시 계를 받은 스님들이 법당에 들어오게 되었을 때, 달라이 라마 스님은 젊은 스님들을 향해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에 계신 스님들은 칠십이 다 넘었으니 스님들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나게 될 것입 니다. 부처님 법이 오늘에 이르도록 전승해 온 것처럼, 스님들도 이 법이 전승되어질 수 있도록 하여 주기 바랍니다. 자의적인 해석이 아니라,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 아 닌, 오늘 받는 계가 지켜질 수 있는 스님들이 되어 주기 바란다."는 가르침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상응부경≫에 "사람의 생각은 어디든지 갈 수 있지만, 그러나 어 디를 가더라도 자기 자신보다 더 소중한 것은 찾아낼 수 없다. 또한 자기 자신이 소중한 줄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결코 해쳐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일 것입니다.

우리 종단에도 봄의 기운이 감돕니다. 4월 초에 통합종단 이후의 징계자 중 선별해서 잘 살아가는 스님에게는 종단의 일원임을 인정해 주는 법이 만들어진다 하니 늦었지만 그 래도 진정한 원융화합의 종단이 될 것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