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다녀온 듯, 벌써 한 달입니다. 그리고 며칠 있으면 다시 한 달이 됩니다.
세월의 길이 만큼이나 시간의 톱니바퀴는 쉴 줄 모르고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나온 시간이야 세월이 되겠지만 앞으로의 시간은 알 수가 없습니다.
수미산 가는 길목에서 만나고 헤어졌던 많은 인연들과의 약속을 뒤로 미룰 수 없어 여행용 가방에 하나, 둘, 셋, 넷, 약품을 가득 담아서 다녀와야 되겠습니다.
7월달 중순에 수미산을 순례하고자 했던 스님들은 내년으로 미루었다 합니다. 수미산에 가고 오면서 준비해 갔던 약품들은 요긴하게 쓰여졌지만, 더 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눈빛을 접을 수 없어서, 그 길을 다시 떠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척박한 땅 오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그곳에서 떠나올 수 없는 이유와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깊은 속내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에 가져가는 약품들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지는 모릅니다. 다만 우리의 손길을 통 해서 단 한 사람만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할 뿐입니다.
그곳은 험한 곳입니다. 어쩌면 이해되지 않는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약속이라 해도 어길 수 도 있습니다. 다시 안 가면 그만이고, 그냥 지나쳐 버리면 됩니다. 그러나 순박한 가슴에 기다림의 상처 를 줄 수가 없어서 그곳에 다녀오고자 하는 것입니다.
아마 간다던 날짜보다 십여일 늦어진 날에 그곳에 가게 되었으니, 어쩜 상처가 생겼을 지도 모릅니 다. 그러나 그 상처의 아픔은 치유되면 이내 아물 것이라고 믿습니다. 더 늦기 전에 부처님의 자비의 손 길을 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 길에서 만났던 유목민들은 늦게나마 나를 만나게 되면, 며칠 전에 모신 천진동자불의 미소를 드러 내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알게 모르게 해 왔던 일들 중에 이번 티벳의 방문도 깊은 인연으로 남을 값진 일이라 고 생각합니다.
귀하고 소중한 인연의 만남들을 생각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다녀오겠습니다.
우리의 진정한 삶은 기도정진입니다
만일 말하기를 모든 업은 결정된 것과 결정되지 않음이 있나니 결정된 것은 현세(現世)에 받는 것, 다음 생에 받는 것, 후생(後生)에 받는 것이요, 결정되지 않은 것은 인연이 합하면 받고 합하지 않으면 받지 않는 것이니, 그러므로 범행(梵行)과 해탈(解脫)과 열반(涅槃)을 닦는 일이 있다고 하면, 이 사람 은 참으로 나의 제자요 마구니의 권속이 아닌 줄을 알 것이니라.
선남자여, 온갖 중생은 결정되지 않은 업이 많고 결정된 업은 적으니라. 그런 뜻으로 도(道)를 닦는 일이 있고, 도를 닦으므로 중대한 업은 가볍게 받을 수 있으며 결정되지 않은 업은 다음 생의 업보로 받 을 것이 아니니라.
선남자여, 두 가지 사람이 있으니 하나는 결정되지 않은 과보를 결정된 과보로 만들며, 현생에 받을 과보를 다음 생에 받을 과보로 만들며, 가벼운 과보를 중(重)한 과보로 만들어서, 인간에게 받을 과보를 지옥에서 받는 것이요,
둘은 결정된 과보를 결정되지 않은 과보로 만들며, 다음 생에 받을 것을 현생에 받게 하며, 중한 과보 를 가볍게 만들어서 지옥에서 받을 것을 인간에서 가볍게 받는 것이니라. 이러한 두 사람이 하나는 어 리석고 하나는 지혜로우며, 지혜(智慧) 있는 이는 가볍게 하고 어리석은 이는 중하게 하느니라. - 중략-
사자후 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의 말씀과 같이 모든 업이 모두 결정한 과보를 얻는 것도 아니요, 모든 중생이 반 드시 받는 것도 아니라면, 세존이시여. 어떻게 중생이 현세에서 받을 가벼운 업보를 지옥에서 중하게 받 으며 지옥의 무거운 업보를 현세에서 가볍게 받겠나이까?"
부처님이 대답하시었다.
"온갖 중생에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지혜 있는 이요, 하나는 어리석은 이니라.
만일 몸과 계율과 마음과 지혜를 닦으면 지혜 있다 이름할 것이요, 몸도 계율도 마음도 지혜도 닦지 않으면 어리석다 이름하느니라." - 중략 -
"세존이시여, 이 사람이 무슨 연고로 현세에서 받을 가벼운 업보를 지옥에서 받게 되나이까?"
"선남자여, 모든 중생들이 다섯 가지 일을 갖추었으면 현세에 받을 가벼운 업보를 지옥에서 받게 되 느니라. 무엇이 다섯인가. 하나는 어리석은 탓이요, 둘은 선근(善根)이 적은 탓이요, 셋은 악한 업이 중 한 탓이요, 넷은 참회(懺悔)하지 아니한 탓이요, 다섯은 근본 선업을 닦지 못한 탓이니라. 또 다섯 가지 일이 있으니, 하나는 나쁜 업을 닦아 익힌 탓이요, 둘은 계율의 재산이 없는 탓이요, 셋은 모든 선근을 멀리 여읜 탓이요, 넷은 몸의 계행(戒行)과 마음의 지혜를 닦지 아니한 탓이요, 다섯은 나쁜 법(동무)을 친근한 탓이니라. 선남자여, 이런 연고로 현세에서 받을 가벼운 업보를 지옥에서 중하게 받느니라."
"세존이시여, 어떤 사람이 지옥에서 받을 과보를 변하여 이 세상에서 가볍게 받나이까?"
"선남자여, 만일 몸과 계율과 마음과 지혜를 닦아 익히되, 먼저 말한 바와 같이 하며, 모든 법이 허공 과 같은 줄을 관찰하면서 지혜도 보지 않고 지혜로운 이도 보지 않고, 어리석음도 보지 않고, 닦음도 보 지 않고 닦는 이도 보지 않으면, 그런 이는 지혜 있는 사람이라 하리니, 이런 사람은 능히 몸과 계율과 마음과 지혜를 닦을 것이며, 이런 사람은 지혜에서 받을 업보를 현세에서 가볍게 받느니라.
이런 사람은 설사 중대한 나쁜 업[惡業]을 지었더라도 생각하고 관찰하여 가볍게 하며, 생각하기를 나의 업이 비록 무겁더라도 선한 업만은 못한 터이니, 마치 목화가 백 근이라도 순금(純金) 한 량을 대 적하지 못하며, 항하수에 소금 한 되를 넣더라도 짠맛이 없어서 마시는 이가 알지 못하며, 억만장자(부 자)가 비록 남의 빛을 천 냥, 만 냥을 졌더라도 그를 속박하여 괴롬을 받게 하지 못할 것이며, 큰 코끼 리가 쇠사슬을 끊고 자재하게 달아나듯이, 지혜 있는 사람도 그와 같아서 항상 생각하기를, 나의 선근은 크고 나쁜 업은 미약하니, 내가 능히 발로참회(發露懺悔)하여 나쁜 업을 없애도 지혜를 닦으면 지혜의 힘은 커지고 무명(無明)의 힘은 적어지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선지식(善知識)을 친근하여 바른 지견을 닦으며 십이부경(十二部經)을 배우고 읽고 외우고 쓰고 해설하며 경전을 배우고 읽고 외우고 쓰고 해 설하는 이를 보면, 공경하는 마음을 내고 겸하여 의복과 음식과 방과 가구와 약과 꽃과 향으로 공양하 고 찬탄하고 존중하며, 이르는 곳마다 그의 선한 일을 칭찬하고 잘못을 말하지 아니하며, 삼보께 공양하 고 방등대승(方等大乘)의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을 공경하며 여래(如來)는 항상하여 변역하지 아니하 고 모든 중생에게 모두 부처 성품이 있는 줄을 믿으면, 이런 사람은 능히 지옥의 중한 업보를 현세에서 가볍게 받느니라. 선남자여, 이런 이치로 온갖 업이 모두 결정된 과보가 있는 것이 아니며, 모든 중생이 결정코 받는 것도 아니라 하느니라." ≪열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