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일간 신문에 기사와 함께 실린 사진 한 장은 참으로 이 시대 참보살의 모습이었다. 황우 석 교수와 틸먼 총장이 회견장에서 질병 퇴치를 위한 배아복제 연구에 대한 지지와 함께 파 안대소(破顔大笑) 하는 한 장의 사진은 힘과 용기와 지혜를 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옛 글에 보면 머리가 천재인 사람이 어찌해 볼 수 없는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이요, 노력하는 사 람이 어찌해 볼 수 없는 사람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즐기는 사람이요, 일을 즐기는 사람이 어찌 해 볼 수 없는 사람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즐거워하는 사람이라 하였다.

황우석 박사와 셜리 틸먼의 모습은 보살의 화현으로 성스러움이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줄기세포 복제의 예찬론자는 아니다. 다만 종교적으로 충분히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모색해 가 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찰스 다윈은 ≪종(種)의 기원≫에서 생물은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을 통해 진화한 다는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서양의 기독교 학파에서는 진화론을 비판하고 창조설을 내세우고 있 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대략 150억년 전에 우주가 형성되었고, 40∼50억년 전에 지구가 생성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2억년 전쯤에 포유류 동물이 생기고 6천 5백만년 전에 공룡이 죽고, 400만 년 전에 처음으로 원시 인류의 흔적이 나타났으며, 1백만년 전에야 현재의 인간이 출현했다는 진 화론이 정설화 되어 있다.

오늘 아침 신문에도 인류 진화의 빠진 고리를 찾았다는 기사가 있었다. 1,300만년 전 유인원 화 석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인근에서 발굴되었다는 내용이다. 약 2,200만년에서 550만년 전쯤으로 추정되는 이 화석의 주인공 피에롤라피테쿠스 카탈라우니쿠스(Pierolapithecus catalaunicus)는 유 인원의 공통 조상이라고 미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지(誌)에 발표된 논문에서 주장하였다고 한다.

≪능엄경(楞嚴經)≫에서는 "맑고 깨끗한 마음이 어둡고 침침한 허공과 부딪히어 흔들리고 요동 치다 바람이 생기고 바람의 마찰력에 불이 생겨 녹은 것은 물이 되고 굳은 것은 흙이 되었다고 하 였다.

바라문 승려 5백인이 부처님께 찾아와 묻기를 "천하의 모든 작용은 있습니까? 없습니까? 즉 만든 자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부처님: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바라문: 언제는 있다고 하고 언제는 없다고 합니까?

부처님: 살아있는 자는 있다고 하고 죽은 자는 없다고 하기 때문에 혹 있기도 하고 혹 없기도 하다고 하느니라.

바라문: 그렇다면 세존이시여, 그 중에 만물의 영장인 사람은 어떻게 해서 생겨났습니까?

부처님: 사람은 곡식에 의해서 생겨나고 또 살아가느니라.

바라문: 곡식은 어디서 생겼습니까?

부처님: 곡식은 네 가지 큰 것, 지수화풍(地水火風)에서 생겼느니라.

바라문: 그렇다면 지수화풍은 어디서 생겼습니까?

부처님: 지수화풍은 허공에서 생겼느니라.

바라문: 허공은 어디서 생겼습니까?

부처님: 허공은 존재와 가지고 있는 바가 없는 데에서 생겼느니라.

바라문: 그것은 어디서 생겼습니까?

부처님: 이것들은 자연에서 생겼느니라.

바라문: 자연은 어디서 생겼습니까?

부처님: 자연은 열반에서 생겼느니라.

바라문: 열반은 어디서 생겼습니까?

부처님: 어리석구나. 바라문들이여, 열반이라고 하는 것은 생겨나거나 사라지는 일이 없는 법 (法)이니라.

바라문: 부처님이시여, 만약 열반의 진정한 맛을 표현하지 못하신다면, 어떻게 열반이 영원하고 즐겁고 진정한 자아(自我)의 경지를 누리는 것이며, 청정한 것인 줄 알겠습니까?

이에 부처님께서는 도리어 바라문 승려들에게 반문하여 묻기를 "바라문이여, 내 이제 그대들에 게 묻겠다. 중생의 삶[生死關係]은 괴로움이냐, 즐거움이냐?"

바라문: 부처님이시여, 중생의 삶은 심히 괴롭습니다.

부처님: 왜 괴롭다고 하는가?

바라문: 중생들이 죽을 때 괴로워하는 것을 저는 보았기 때문입니다. 너무 괴로워 어쩔 줄 모르 는 것을 보고 죽음은 괴로움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부처님: 너는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죽음이 괴로움인줄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대들이 이 제 죽지 않고도 죽음이 괴로움인 줄 알 듯, 내가 시방세계 모든 부처님이 나고 죽음이 없는 열반의 경지를 체득하여 영원히 즐겁고 청정하고 자아를 매각하지 않음을 보고 열반이 항상 즐거움인 줄 아느니라.

≪선가구감(禪家龜鑑)≫에서도 "공부가 한 고비 넘긴다면 금생에 깨치지는 못하더라도, 마지막 눈감을 때 악업(惡業)에 끌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였다. 살면서 생각해보니, 마음이 번거로우면 세 상이 번거롭고 마음이 밝고 깨끗하면 세상 또한 밝고 깨끗해진다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죽음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육신이 바뀔 뿐이고, 업식(業識)에 의해서 윤회하고 있는 것이지만―. 현실적 으로 적시해보면 이 몸을 가지고는 한없이 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노병사(老病死)가 없 는 세상에서 살수도 없는 처지가 우리네 입장이다. 그렇다고 황우석 박사 연구팀의 성과물로 한없 이 살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고통과 괴로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찾아 내야 한다.

미국에서는 줄기세포 연구에서 뒤떨어진 것을 감추고 정치적으로 종교계까지 앞세워 반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맞춤아기 출산이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했다. "결장암은 자식에게 유전될 확률이 매 우 높아서" 이를 허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는 체외수정을 통해 형성된 배아에 암(癌)유전자 가 있는지 사전에 진단해 볼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건강한 여성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미토콘드리아에서 결함이 있는 어머니의 난자에서 추출한 핵을 이식해 남편의 정 자와 인공수정 하는 방식을 실험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황우석 박사 팀에서 필요한 줄기세포 배양방식은 생명체의 씨앗 격 인 여성의 난자의 핵을 제거한 상태에서 환자가 필요로 하는 줄기세포를 복제하게 되는 것이라 하 였다. 질병으로부터 건강한 삶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배아복제는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 는 보살행임을 우리는 믿고 찬탄해야 할 일이지, 창조설과 진화설 사이에서 황우석 박사팀의 줄기 세포 배양연구가 희생양이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