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이시여, 중생의 오온(色受想行識)이 공(空)하여 있지 않다면, 누가 가르침을 받고 도(道)를 닦겠나이까."

"선남자여, 온갖 중생이 모두 생각하는 마음, 지혜의 마음, 처음 내는 마음, 정진하는 마음, 믿 는 마음, 선정(禪定)의 마음이 있나니 이런 법(法)들이 비록 잠간(暫間)잠간 일어나 멸하더라도 오히려 비슷하게 서로 계속하여 끊어지지 아니하므로 도를 닦는다 이름하느니라."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법이 모두 잠간잠간 멸하나이다. 이 잠간잠간 멸하는 것도 비슷하게 서 로 계속하오나 어떻게 닦아 익히오리까."

"선남자여, 마치 등불이 비록 잠간잠간 멸하지만은 광명이 있어 어둠을 깨뜨리나니, 생각하는 마음 등(等)의 여러 가지 법도 그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중생의 먹는 것이 비록 잠간잠간 멸하지만은 굶주린 이로 하여금 배가 부르게 하며, 좋은 약도 잠간잠간 멸하지만은 능히 병(病)을 다스리며 해와 달의 광명도 잠간잠간 멸하지만은 초목들로 하여금 자라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그대가 말하기를 잠간잠간 멸하는데, 어떻게 자라게 하겠는가. 하지만은 마음이 끊어 지지 아니하므로 자란다고 이름하느니라.

선남자여, 사람이 글을 읽을 적에 읽는 귀절이나 글자가 한꺼번에 읽는 것이 아니어서 앞에 것 이 중간에 이르지 못하고 중간 것이 뒤에 이르지 못하며, 사람과 글자와 마음이 모두 잠간잠간 멸하지마는 오래 오래 닦으므로 통달하게 되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금은장이가 처음 견습할 적부터 백발이 될 때까지 비록 잠간잠간 멸하여서 앞 에 것이 뒤에 이르지 못하지만은, 오래오래 익힌 연고로 교묘하게 되는 것이며, 그러므로 잘하는 은장이라 하나니 글을 읽어 외우는 것도 그와 같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씨앗을 보고 "네가 싹을 내라."고 땅이 가르치지 않지마는 법의 성품인 연고로 싹이 스스로 나는 것이며, 내지 꽃도 네가 열매를 맺으라고 말하는 것 아니지마는 법의 성품인 연고로 열매가 저절로 생기나니, 중생의 도를 닦음도 이와 같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셈하는 법이 하나가 둘에 이르지 아니하고 둘이 셋에 이르지 아니하며 잠간잠 간 멸하지마는 천과 만에 이르나니, 중생이 도를 닦음도 이와 같느니라.

선남자여, 저 등불이 잠간잠간 멸하거니와 처음 멸하는 불꽃이 뒤엣 불꽃에게 가르치기를 내가 멸하거든 네가 나서서 어둠을 깨트리라." 하지 아니하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송아지가 나면서 문득 젖을 찾는데 지혜는 누가 가르친 적이 없으며, 비록 잠간 잠간 멸하지마는 처음에 주리었으나 나중에는 배가 부르게 되느니라.

이러므로 서로 같지 않음을 많이 알지니, 만일 서로 같다면 마땅히 다른 데서 나지 않을 것이 니라. 중생의 도를 닦음도 이와 같아서 처음에는 증장하지 못하지만은 오래오래 닦음으로 모든 번뇌를 능히 깨트리느니라." ≪열반경≫

한해 한해를 살아가는 것은 한살 한살 먹고 있다는 것이며, 하루하루를 만나고 있는 것은 한 생애를 마감해야 하는 시간이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것일 것입니다.

요즘 시간을 바라다보면 하루하루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지나가고 있습니다만, 어느 날부 터인가 한해한해를 만나고 있는 속도는 참으로 빠르게 지나가고 있는 속도를 느끼게 됩니다.

일년 열두 달의 사시절서(四時節序)도 그렇고, 엊그제 동지기도를 하였는데, 며칠 후면 입춘입 니다.

엊그제 성도재일 정진법회를 회향했는데, 얼마 후면 출가일로부터 열반재일까지의 경건주간의 정진기도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면 불기 2549년 부처님 오신날의 봉축법회를 준비해야할 것이 고요, 이렇게 시간은 세월의 깊이 속에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경전에서 말씀하신 잠간잠간이라는 가르침은 순간순간으로 이어지고 찰나찰나로 만나게되는 시 간의 연속성을 의미합니다. 수행정진을 통해서 얻어지는 보리심과 지혜는 단절된 짧은 시간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으로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진지한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고 믿습니다.

지나간 과거의 시간과 다가올 미래의 시간은 나누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잠간잠간으로 끊임 없이 이어져 있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공부는 평상심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늘 진지하게 다가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놓이지 않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생활불교인으로써 잊 어버리지 말아야할 덕목은 마음을 알고 근본을 살펴, 다함이 없는 법을 깨쳐야 진정한 수행인이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