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남자여, 세 가지 일을 위하여 사마타(奢摩他)＊를 닦나니 무엇이 세 가지인가? 하나는 방일하지 않기 위함이요, 둘은 큰 지혜를 장엄하기 위함이요, 셋은 자재함을 얻기 위함이니라. 또 세 가지 일을 위하여 비파사나(Vipassana)를 닦나니 하나는 나고 죽는 나쁜 과보를 관찰하려 함이요, 둘은 모든 선근을 증장하려 함이요, 셋은 모든 번뇌를 깨뜨리려 함이니라."

사자후 보살이 다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경(經)에서 말한 바와 같이 비파사나가 능히 번뇌를 깨뜨린다면 어찌하여 다시 사마타(samatha)를 닦나이까?"

"선남자여, 그대가 말한 비파사나(반야지혜)가 번뇌를 깨뜨린다 함은 이치가 그렇지 아니하니라. 왜냐하면 지혜가 있을 때에는 번뇌가 없고 번뇌가 있을 때에는 지혜가 없는데, 어떻게 비파사나가 번뇌를 깨뜨린다 하겠는가.

선남자여, 마치 밝을 적에는 어둠이 없고 어두울 적에는 밝음이 없는 것과 같나니, 어떤 이가 말하기를 밝음이 능히 어둠을 깨뜨린다 하면 옳지 아니하니라.

선남자여, 누구에게 지혜가 있고, 누구에게 번뇌가 있어서 지혜가 번뇌를 깨뜨린다 말하는가. 만일 없다면 깨뜨릴 것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만일 지혜가 번뇌를 깨뜨린다 하면 이르러서 깨뜨리는가, 이르지 않고도 깨뜨리는가. 만일 이르지 않고 깨뜨린다면 범부중생도 능히 깨뜨릴 것이며, 이르러서 깨뜨린다면 첫 생각에 깨뜨릴 것이요, 만일 첫 생각에 깨뜨리지 못한다면 뒷생각으로도 깨뜨리지 못할 것이니라. 만일 처음 이르러서 문득 깨뜨린다면 이는 이르지 못함이거늘 어떻게 지혜가 깨뜨린다 말하겠는가. 만일 이르거나 이르지 못하거나 능히 깨뜨린다고 한다면 이치가 그렇지 아니하니라.

또 비파사나가 번뇌를 혼자서 깨뜨리는가, 벗이 있어서 깨뜨리는가. 혼자서 깨뜨린다면 무슨 연고로 보살이 팔정도(八正道)를 닦겠는가. 만일 벗이 있어서 깨뜨린다면 혼자서는 깨뜨리지 못함을 알지니, 만일 혼자서 깨뜨리지 못하면 벗들도 깨뜨리지 못하리다. 마치 눈먼 소경 한 명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은 여러 명의 눈 먼 소경도 빛을 보지 못하나니, 비파사나도 그와 같으니라. - 중략 -

선남자여, 만일 선정(禪定)을 닦으면 이러한 바른 지혜와 바른 소견을 얻느니라. 이런 뜻으로 나의 경에 말하기를 만일 비구가 선정을 닦으면 오음(五陰)의 생멸하는 모양을 본다 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만일 선정을 닦지 않고는 세간의 일도 알지 못하거늘, 하물며 출세간의 일이리요.

만일 선정의 힘이 없으면 평지에서도 엎어지며 마음으로 다른 법을 반연하고 입으로 다른 말을 이야기하고 귀로 다른 소리를 듣고 마음으로 다른 이치를 이해할 것이며, 다른 글자를 만들려고 하고 손으로 다른 글을 쓰며 다른 길로 다니려고 몸이 딴 갈래에 가려니와, 만일 삼매의 선정을 닦는 이는 크게 이익하며 내지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婪多羅三必三菩提)에 이르느니라.

선남자여, 보살마하살이 두 가지 법을 구족하면 크게 이익하리니 하나는 선정이요, 둘은 지혜니라. 선남자여, 왕골을 벨 적에 급히 서두르면 끊어지는 것과 같나니, 보살마하살이 이 두 가지 법을 닦는 일도 그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굳게 박힌 나무를 뽑을 적에 먼저 손으로 흔들면 뒤에 뽑기가 쉽듯이 보살의 선정과 지혜도 그와 같아서 먼저 선정(사마타)으로 흔들고, 나중에 지혜(비파사나)로 뽑아야 하느니라.

선남자여, 때묻은 옷을 빨 적에 먼저 잿물에 담그고 뒤에 맑은 물로 씻으면 옷이 깨끗하여 지나니, 보살의 선정과 지혜도 그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마치 용맹한 사람이 먼저 갑옷으로 몸을 단속한 뒤에 진중에 나아가면 대적을 파하게 되듯이 보살의 선정과 지혜도 그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마치 공교(工巧)로운 공장(工匠)이 도가니에 금을 담고는 마음대로 저어서 녹이듯이 보살의 선정과 지혜도 그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밝은 거울로 얼굴을 비치듯이 보살의 선정과 지혜도 그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먼저 땅을 고르고 뒤에 씨앗을 심으며, 먼저 스승에게 배우고 뒤에 뜻을 생각하듯이, 보살의 선정과 지혜도 그와 같으니라. 이런 뜻으로 보살마하살이 이 두 가지 법을 닦으면 크게 이익케 한다 하느니라.

≪열반경≫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늘 번뇌와 망상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다루는 방법으로 수행과 정진에 대한 가르침으로 팔만장교의 법을 설하시게 되신 것입니다. 근기에 맞는 가르침을 통해서 성숙해 가는 이치를 선정삼매와 반야지혜로 닦아가는 것을 수행정진이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수행정진을 통해서 깨닫기만 하면, 곧 없어지게 되는 여든 여덟 가지의 번뇌인 견혹(見惑)과 깨달아도 쉽게 없어지지 않는 열 가지의 번뇌인 수혹(修惑)과 여기에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탐심과 진심과 어리석음으로 나타나는 근본적인 번뇌 열 가지를 합해서 백팔번뇌라 하는 것도 수행정진을 통해서 나투어지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옛글에 보면, 어진 이는 모든 것에서 배우는 사람이라 하였으며, 진정한 승리자는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라 하였으며, 참으로 부자는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이라 하였습니다.

스스럼없이 주고 베풀며 살아가는 지혜가 어찌 다른 곳에 있겠는가를 살피면서 살아가는 시간들을 가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