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전에 지혜 있는 이의 말을 들으니 몸과 말과 뜻으로 지은 업이 깨끗하지 못하면, 그 사람은 지옥에 떨어진다 하였는데, 나의 신세가 그와 같으니 어찌 편안하게 잠을 자겠는가. 그리고 나에게는 법의 약을 말하여 병을 치료하여 줄 만한 훌륭한 의원이 없구려.

좋은 말씀입니다. 대왕이시여!

비록 죄를 지었으나 마음으로 깊이 뉘우치고 부끄러운 생각을 품으셨나이다.

부처님 세존께서 항상 말씀하시기를 두 가지 선한 법이 중생을 구제할 수 있으니, 하나는 자기 부끄러운[桰斬 ]이요, 다른 하나는 남부끄러움[愧]이라.

제 부끄러워하는 이는 스스로 죄를 짓지 아니하고, 남부끄러워하는 이는 다른 이를 시켜 죄를 짓지 아니하며, 제 부끄러워하는 이는 속으로 수치한 줄 알고, 남부끄러워하는 이는 남을 향하여 죄를 털어놓으며, 제 부끄러운 이는 사람에게 부끄럽고 이것을 참괴심이라 하셨나이다.

참괴심이 없는 이는 사람이라 할 수 없고, 짐승이라 이름하며 참괴심(慙愧心)이 있으므로 부모와 스승과 윗사람을 공경하고 참괴가 있으므로 부모·형제·자매가 있다고 말하느니라. 하시더니 대왕께서는 참괴심을 갖추었나이다.

대왕이시여, 부처님께 이런 말씀을 들었나이다.

"지혜로운 이가 둘이니 하나는 나쁜 짓을 짓지 않는 이요, 다른 하나는 지은 뒤에 곧 참회하는 이니라. 어리석은 이도 둘이니 하나는 죄를 짓는 이요, 다른 하나는 죄를 짓고는 감추려는 이니라. 비록 나쁜 짓을 지었지만, 이내 드러내어 참회하며 참회하고는 부끄러워서 다시 짓지 아니하면, 마치 흐린 물에 맑은 구슬을 넣으면 구슬의 위력으로 물이 곧 맑아지며 구름이 걷히면 달이 청명하여지듯이, 죄를 짓고 참회하는 것도 그와 같다." 하셨나이다. 만일 참회하고 참괴한 생각을 갖으시면 죄가 곧 소멸되어 본래와 같이 깨끗해질 것입니다.

만일 어떤 중생이 모든 죄를 짓고는 덮어두고 참회하지 아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며 인과와 업보를 보지 못하면서 지혜 있는 사람에게 묻지도 아니하며 선지식을 친근하지 아니하면, 이런 사람은 모든 훌륭한 의원이나 병구완을 잘하는 이라도 다스릴 수 없듯이, 마치 대풍창병은 세간의 의원들이 손을 댈 수 없는 것처럼, 죄를 감추는 사람도 그와 같나이다.

어떤 것을 죄인이라 합니까. 일천제(一闡提, 믿지 않는 이)를 말합니다. 일천제는 인과를 믿지 않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고 업보를 믿지 않고 지금 세상과 오는 세상을 보지 못하며 선지식을 친근하지 않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으니 이런 사람을 일천제라 하며 모든 부처님도 다스릴 수 없나이다. 왜냐하면 마치 세간의 죽은 송장(시신)은 의원도 살릴 수 없는 것처럼 일천제도 그와 같아서 부처님 세존도 다스릴 수 없으나, 대왕께서는 일천제가 아니거늘 어찌 치료할 수 없다고 말씀하시나이까?

≪열반경≫

≪금강경≫에 나오는 제석천(帝釋天) 왕은 위의를 갖추기는 부처님과 같이 32상 80종호의 대장부의 상(相)이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물론 부처님은 아니었지만, 제석천은 세상을 다스리는 대왕이었으나 목숨이 마치려 할 적에 다섯 가지로 쇠하는 모양이 생기었다고 하였습니다.

첫째는 옷에 때가 묻고, 둘째는 머리 위(화관) 꽃이 시들고, 셋째는 몸에서 냄새가 나고 넷째는 겨드랑이에 땀이 나고 다섯째는 앉은자리가 편안하지 못했다고 하였습니다. 대범천과 제석천은 항상 부처님을 좌우에서 모셨으며, 인간 세상에서의 교시가는 그 때에 부처님께 발원합니다.

"세존이시여, 뒤바뀐 마음이 있는 이는 목숨을 구하고 뒤바뀜이 없는 이는 목숨을 구하지 않는다 하였으니, 저는 목숨을 구함이 아니고 구하는 것은 오직 부처님의 법신과 부처님의 지혜입니다."

"교시가여, (제석천왕) 부처님의 법신과 부처님의 지혜를 구한다면, 오는 세상에 반드시 얻으리라."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죽었다가 살았고, 목숨을 잃었다가 목숨을 얻었으며, 또 부처님께서 수기하시기를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 하시니 이것이 다시 산 것이며, 다시 목숨을 얻음입니다. 세존이시여, 온갖 세간사람, 천상사람이 어찌하면 많아지오며 무슨 인연으로 줄어지나이까?"

"교시가여, 싸우는 인연으로 사람과 하늘이 줄어지고 화합과 공경을 닦으면 느느니라."

"세존이시여. 만일 싸우기 때문에 줄어든다 하오면, 저는 오늘부터 다시는 아수라와 싸우지 않겠나이다."

"교시가여, 부처님 세존이 욕되는 일을 참는 법을 말씀하셨는데, 이것이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일이 되느니라."

수미산 순례길에서 바라본 나는 "나로부터 자유로워지지 않으면 나를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