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섭 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모든 근성을 아시는 힘을 구족하여 선성(善星)이 선근을 끊을 줄을 알으셨다면 무슨 인연으로 그의 출가를 허락하셨나이까?"

"선남자여, 내가 예전에 처음 출가하였을 적에 동생 난타와 사촌동생 아난과 데바닷타와 라후라와 이런 무리들이 모두 나를 따라 출가하여 도를 닦았는데, 내가 선성(善星)의 출가를 허락하지 아니하면 그가 마땅히 왕위(王位)를 이을 것이요, 그래서 그 자재한 권력으로 불법(佛法)을 파괴할 것이니라. 그런 인연으로 내가 그의 출가하여 수도함을 허락하였느니라.

선남자여, 선성 비구가 출가하지 않았더라도 선근(善根)을 끊어서 한량없는 겁에 아무 이익도 없을 것이지만, 지금 출가하여 선근을 끊었으나 능히 계율을 받아 가지었고, 유덕한 장로(長老)와 어른들께 공양하고 공경하였으며 초선정(初禪定)으로 내지 *사선정(四禪定)을 닦았으며 이것은 선한 일이라 이름하며 이런 선한 인(因)으로는 선한 법이 생길 것이요, 선한 법이 생기면 도를 닦을 것이요, 도를 닦으면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니라. 그러므로 내가 선성의 출가를 허락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만일 내가 선성 비구의 출가하여 계(戒)를 받음을 허락하지 않았다면 나를 일컬어 여래는 열 가지 힘을 갖추었다고 하지 아니하리라.

선남자여, 부처님은 중생이 선한 법과 선하지 못한 법을 구족한 것을 관찰하며 이 사람이 비록 법을 구족하였더라도 오래지 않아서 모든 선근을 끊고 선하지 못한 근을 갖출 것이니, 왜냐하면 이러한 중생은 선지식을 친하지 아니하고 바른 법을 듣지 아니하고 잘 생각하지 아니하고 법답게 행하지 아니하나니, 이런 인연으로 선근을 끊고 선하지 못하는 근(根)을 구족하느니라.

선남자여, 여래는 또 이 사람이 현세나 미래세에 젊었을 적에나 장년일 적에나 늙었을 적에 선지식을 친근하고 바른 법인 고집멸도(苦集滅道)를 들을 것이요, 그때에는 선근이 도로 생길 줄을 아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샘이 있는데, 맛이 아름답고 여덟 가지 공덕을 갖추었다. 어떤 사람이 목이 말라서 물이 있는 데로 가려 하면 곁에 있던 지혜 있는 사람은 이 목마른 사람이 샘이 있는 데로 갈 줄을 아나니, 왜냐하면 다른 길이 없는 연고니라. 여래 세존이 중생들을 관찰함도 그와 같으므로 여래를 이름하여 모든 근성을 아는 힘을 구족하였다 하느니라." ≪열반경≫

달라이 라마께서는 '진정한 자비심은 물질을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고 싶거든 먼저 자신의 내면의 변화를 가지라.'고 가르칩니다. 무상지상(無相之相)이 실상(實相)이라는 말씀일 것입니다. 어느 날인가, 이런 삶을 살아가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때 우리는 무척 큰 자괴감이 생기게 되는 것은 아닐는지요? 먼 훗날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늘 자기 자신 속에 있는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얼마 전, 티벳에 다녀왔습니다. 언제나처럼 환희법열의 마음으로 길을 떠났고 육체적으로는 고산지역의 척박한 땅이라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기쁜 마음으로 순례길에 접어들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이야 늘 아쉽고 미진한 점을 접어둘 수밖에 없었지만 보람도 있었습니다.

누군가 짊어져야 할 짐이라면 내 스스럼없이 짊어질 것이라는 생각도 가지면서 스스로 복된 인생이라며 행복해 했었습니다. 그러나 하루 이틀,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가슴이 저린 아픔과 괴로움이 되어 다가오고 있는 가슴앓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만났던 스님들이나 불자들과의 인연이며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유목민들과의 만남들…. 그 만남 속에서도 지울 수 없는 상처가 하나 더 남아 있습니다.

순례길에서 도움을 청하는 가난한 사람들, 하나만 보고 둘은 살피지 못했던 나.

남루한 옷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세속에서는 그것이 상품일 수도 있었는데 도움을 청하는 손길에 티벳 사람들이 이렇게 살고 있는 현실에 부정적인 생각으로 매몰차게 등을 돌려 버리고 말았습니다. 식당에서 국수 한 그릇이라도 말아주는 그런 마음을 왜 가지지 못했던 것일까요?

왜 스스로 발심할 수 없었으면, 상대방이 구걸하는 보시도 할 수 있었을 것인데, 아니면 다른 이들을 가르치기 위한 보시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인데,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가난한 이들의 모습들이 싫었더라도…. 아니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진정한 보시는 자기의 분수를 잊지 않게 하는 지혜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선근과 자비가 근본이 됨을 깨닫게 합니다. 다시는 내 생각만 하고 다른 이의 간절한 말에 등돌린 그런 인생이 부끄럽고 창피합니다. 나로 인해서 그들이 거지가 될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지금 처해 있는 현실의 배고픔과 그 고통과 괴로움을 살펴주는 인정이 배고파 있는 세상입니다.

파키스탄과 인도 북부 히말라야에서 일어난 현실에도 등을 돌리지 말아야겠습니다.

추워지는 겨울의 우리 이웃에도 따뜻한 정을 나누어 가지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