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동결제에 붙여 -


"선남자야, 온갖 세상 법이라도 여래(如來)에게는 곧 제일의법(第一義法)이니 왜냐하면 부처님 세존은 제일의법을 위하여서 세상법을 말하며, 또 중생들로 하여금 제일의법을 얻게 하나니, 만일 중생으로 하여금 제일의법을 얻게 하지 못할 것 같으면 부처님께서는 마침내 세상법을 말하지 아니 하느니라.

선남자야, 여래가 어떤 때에 세상법을 연설하더라도 중생들은 부처님이 제일의법을 말한다 하고, 어떤 때에 제일의법을 연설하더라도 중생들은 부처님이 세상법을 말한다 하나니 부처님의 깊은 경계는 성문이나 연각들의 알 수 있는 바가 아니니라.

선남자야, 그러므로 그대는 먼저 문난하기를 "보살마하살이 얻는 것이 없다."고 말하지 말아야 하나니, 보살이 항상 제일의제(第一義諦)를 얻는 것이거늘 어찌하여 얻음이 없다고 힐난하겠느냐."

가섭 보살이 다시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제일의제는 도(道)라고도 하고 보리(菩提)라고도 하고 열반(涅槃)이라고도 하오니, 만일 보살이 도나 보리나 열반을 얻었다고 말하면 곧 무상(無常)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법(法)이 항상 하다면 얻을 수 없나이다. 저 허공을 누가 얻을 수 있겠나이까? 세존이시여, 마치 세간(世間)의 물건으로써 본래 없다가 지금 있는 것을 무상하다고 함과 같이 도(道)도 그러하여 도를 만일 얻을 수 있다면 무상(無常)이라 이름할 것입니다. 법이 만일 항상 하다면 얻는 일도 없고 나는 일도 없을 것이오니, 마치 성품(性品)은 얻을 수 없고 나는 일도 없는 것 같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도(道)는 빛도 아니고 빛 아님도 아니며 길지도 짧지도 않고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으며 나는 것도 아니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며 붉은 것도 흰 것도, 푸른 것도, 누른 것도 아니며,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것을 어찌하여 여래(如來)께서는 얻을 수 있다고 말씀하시나이까? 보리와 열반도 그와 같나이다."

"그러하니라. 선남자야, 도(道)에 두 가지가 있으니 항상함과 무상함이니 보리의 모양도 두 가지며, 열반도 그와 같으니라. 외도(外道)의 도(道)는 이름을 무상이라 하고, 내도(內道)의 도는 항상하다 하며 성문연각의 보리(菩提)는 무상이라 하고 보살과 부처님의 보리는 항상하다 하며 밖으로 해탈함은 무상하다 하고 안으로 해탈함은 항상하다 하느니라.

선남자야, 도와 보리와 열반을 모두 항상하다 이름하거니와, 온갖 중생들은 한량없는 번뇌에 덮이어서 지혜의 눈이 없으므로 보지 못하느니라. 중생들이 보기 위하여 계율과 선정과 지혜를 닦으며 닦으므로 도와 보리와 열반을 보나니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이 도와 보리와 열반을 본다고 하지만, 도의 성품과 모양은 진실로 나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니 그러므로 포착하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야, 도(道)라는 것은 모양을 볼 수도 없고, 칭량하여 알 수도 없지만 실제로 작용(作用)이 있나니, 선남자야, 중생의 마음이 빛도 아니고 긴 것도 아니고 짧은 것도 아니고 굵지도 가늘지도 않고 묶인 것도 풀린 것도 아니며, 볼 수 있는 법도 아니지만 그러나 있는 것이니라.

이런 뜻으로 내가 수달장자에게 말하기를 "장자여, 마음은 성(城)의 주인이니 장자가 마음을 수호하지 못하면 몸과 입을 수호하지 못하고 마음을 수호하면 몸과 입을 수호한다." 하였느니라. 몸과 입을 수호하지 못하면 삼악도(三惡道)에 이르게 되고 몸과 입을 수호하면 인간, 천상, 열반(번뇌가 일어나지 않는)을 얻게 되나니, '얻는 것은 진실하다 하고 얻지 못하면 진실치 않다.'고 하느니라.

선남자야, 도와 보리와 열반도 그와 같아서 있기도 하고 항상 하기도 하니 만일 없다면 어떻게 모든 번뇌를 끊으오리오만, 있음으로써 모든 보살들이 분명하게 보느니라. 선남자야, 보는 데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모양으로 보는 것이요, 둘은 분명하게 보는 것이니라. 어떤 것을 모양으로 본다 하는가?

멀리 연기를 보고 불을 보았노라 말하지만 실제로는 불을 보지 못하였으며, 비록 불을 보지 못하였더라도 허망한 것이 아니니라. 공중에 있는 학을 보고 물을 보았노라 말하나니 비록 물을 보지 못하였으나 허망한 것이 아니니라. 마치 꽃과 이파리를 보고 뿌리를 보았노라 말하는 것처럼 비록 뿌리는 보지는 못하였으나 허망한 것이 아니니라. 어떤 사람이 멀리 울타리 너머로 소뿔을 보고 소를 보았노라 하면 비록 소를 본 것은 아니나 허망하지는 아니하니라. - 중략 -

보살마하살이 분명하게 도(道)와 보리(菩提)와 열반(涅槃)을 보는 것도 이와 같아서 비록 이와 같이 보지만, 애초부터 보는 모양이 없느니라.

선남자야, 이런 인연으로 내가 예전에 사리불에게 말하기를 "모든 세간의 중생들이 알지못하고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것을 여래는 모두 알고 보고 깨닫는 것이며, 보살들도 그와 같으니라. 사리불아, 모든 세간에서 알고 보고 깨닫는 것은 나와 보살도 알고 보고 깨닫느니라.

세간 중생들은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면서도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줄도 스스로 알지 못한다. 세간 중생들이 알고 보고 깨닫는 것을 문득 말하기를 "내가 알고 보고 깨닫노라 하느니라. 사리불아, 여래는 온갖 것을 모두 알고 보고 깨닫지만 스스로 내가 알고 보고 깨닫노라 말하지 아니 하나니 보살들도 그와 같으니라. 왜냐하면 만일 여래(如來)가 알고 보고 깨닫는 상을 지으면 이는 부처님이 아니고 범부(凡夫)라 이름할 것이리니, 보살도 그러하니라." 하였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