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남자여, 마치 종자에서 싹이 나지 못할 때에 사대(四大: 地水火風)가 화합하고 사람이 공들여 가꾸면 나게 되는 것과 같나니 이것을 이름하여 나지 못하는 것이 난다 하느니라. 무엇을 나지 못하는 것이 나지 못한다 하는가. 마치 썩은 종자가 연(緣)을 만나지 못한 것 같음이니 이런 것을 이름하여 나지 못하는 것이 나지 못한다 하느니라.

무엇을 나는 것이 나지 못한다 하는가. 마치 싹이 나고도 자라지 못하는 것을 이름하여 나는 것이 나지 못한다 하느니라. 무엇을 나는 것이 난다 하는가. 마치 싹이 나서 자라는 것과 같음이니 만일 나는 것이 나지 못하면 자라는 일이 없나니 이러한 모든 유루법을 이름하여 바깥 법의 나는 것이 난다 하느니라. ≪열반경≫

출가한 지 사십 년에 세속의 나이도 오십대 중반이 되었으니 아무리 오래 산다 한들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보다 더 살 수는 없을 것입니다만 그래도 하루하루를 천 년 만 년 살 것처럼 살아가는 내 삶이 되길 바랍니다.

그러면서도 지나온 날들이 상념으로 다가오고 있는 걸 보면, 그 무엇인가에 심하게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동안 무엇을 하면서 살아왔는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리고 아픕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그 어떤 교만심도 버리지 못할 것이 없고, 그 어떤 사람도 공경하지 못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이 고독(어리석음)하여 의지할 데가 없음을 보고 연민심을 낸다 하였습니다.

출가란 무엇이며 진정한 수행은 어떤 것입니까? 출가란 세상을 등지고 현실의 고통을 피해서 산속 깊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나고 죽음이 없는 영원한 진리를 깨달아 일체중생과 함께 하려는 커다란 내던짐이요, 위대한 포기라 하였습니다.

≪발심수행장≫에도 출가의 정의를 '마음 가운데 애착을 떠난 이를 사문(승려)이라 하고 세속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을 출가'라 하였습니다. 셰익스피어는 소설 속에서 햄릿으로 하여금 말하게 합니다. "수행이란 무엇인가? 깨달음의 완성이다. 그것은 죽음의 가치를 진정한 삶의 가치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이다.

죽는 것은 잠자는 것. 다만 그것 뿐이다. 잠 한번으로 일체의 고뇌를 다 끊어버릴 수 있다면, 죽음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완성이다.

죽는 것은 잠드는 것,

죽음은 해탈이요, 열반이며 삶의 완성이다.

그러나 인간은 바로 그 열반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있다. 그것은 비극이다."

이것은 어떤 보답도 바라지 않는 우리네 어머니의 말씀이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상처받고 고통받으면서도 연민심을 가질 수 있는 너그러움입니다.

"우리가 지상에서 가진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깨닫고 이해할 때 그리고 우리의 시간이 언제 끝날 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우리는 비로소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 사랑할 것이다." - 엘리자베스 커블러로스-

≪증일아함경≫에 "이 세상에는 섬기고 공경해야할 일곱 유형의 사람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

연민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

남을 기쁘게 하는 사람.

남을 보호하고 감싸는 사람.

집착하지 않고 마음을 비운 사람.

부질없는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

바라는 것이 없는 사람이다."

우리네 범부들은 몸과 마음에 괴로움을 만나면 가지가지 나쁜 업을 일으키고, 몸과 마음에 병이라도 생기면 온갖 나쁜 업을 짓게 되어, 갈래 길을 헤매면서 모든 고통과 괴로움을 받게된다고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생각하는 지혜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행인 것은 완성된 채 태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인격과 성품을 다듬어갈 수 있는 여백은 있습니다.

달라이 라마 스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모두를 이기려 들지 말라. 우월감을 가진 사람은 미움을 받는다. 사람 위에 사람 없지만 그 위에 높이 서려는 것은 어리석음의 소치요 운명의 장난이다. 우월함은 시샘의 대상이다. 신중한 사람이라면 아마 아름다움을 허름한 옷으로 가릴 것이다."

요즘 세상은 참으로 이상합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속고 속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부처님의 지혜를 두루 갖추고 있으면서도 어찌하여 어리석고 미혹하여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결국 번뇌 망상으로 드러나는 것은 다툼일 뿐인데, 참으로 어리석고 가슴 아픈 일입니다.

삶을 배운다는 것은 내려놓기를 배우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법구경≫에도 '배움을 좋아하지 않으면 마음이 옹색하게 오므라들어서 협소해진다.'고 하셨습니다. 협소해진 자리에서 집착하지 않는 삶이 지혜 있는 자의 진정한 수행법일 것입니다.

지난 8년의 시간을 뒤돌아보면 부질없는 세월이 아니었습니다. 나를 바라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누가 소중한 인연으로 맺은 스승이며 도반인 줄도 알게 하였습니다. 사바세계는 비밀이 없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한 소설가들이 가상과 현실, 거짓과 진실의 틈새에서 춤을 추고 있습니다.

이젠 불법바다[佛法海]에서 함께 공부하였으면 합니다.

한강이니 낙동강이니 영산강이니 하는 흘러감이 바다의 자리에서 바라다 보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일불제자(一佛弟子)로 돌아가서 서로가 서로의 맑고 깨끗한 영혼을 비추어 주면 되지 거울에 비친 모습에 이래라 저래라 요구하는 것은 이제 그만 접었으면 합니다. 진정한 출가자의 모습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금년 여름 안거에 대중 스님들과 함께 바루 공양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정우는 참으로 기쁘고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