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들아, 세상에 여섯 가지 만나기 어려운 것이 있거늘

내가 이미 만났으니 어찌 하여 나쁜 감각을 마음에 두겠는가.

무엇을 여섯 가지라 하는가?

첫째는 부처님 세상을 만나기 어렵고,

둘째는 바른 법 듣기 어렵고,

셋째는 두려운 마음을 일으키기 어렵고,

넷째는 좋은 나라에 태어나기 어렵고,

다섯째는 사람의 몸을 얻기 어렵고,

여섯째는 모든 기관이 구족하기 어려우니라.

이 여섯 가지는 얻기 어려운 것인데, 내가 이미 얻었으니

그러므로 나쁜 감각을 일으키지 말아야 할 것이니라.

나무 아미타불

우리가 우리를 지칭할 때 불자라고 합니다. 즉, 부처님의 제자라는 이야기이며, 우리는 부처님의 아들딸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부처님이란 다른 종교처럼 그 대상을 정해 놓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불종자를 키우고 있는 우리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결실을 거두는 것을 깨달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 제게 “불교는 무엇입니까?" 물어 온다면, 저는 스스럼없이 “불교란 인간학입니다."라는 답을 하겠습니다. 여기서 인간이란 가장 사람다운 품성을 지니고 따뜻하고 편안하고 넉넉하고 너그러우며, 이러한 삶의 현장에 있는 분을 인간다운 사람이라고 할 것입니다.

부처님의 팔만장교의 가르침은 결국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지침서라 보아도 결코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 있어서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 것인가? 그것은 바로 수행이라고 하는, 정진이라고 하는 삶 속에서 진실되고 정직한 사람이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라고도 합니다. 이러한 행동, 이러한 행위를 통해 우리들은 모습을 갖추어 나가며, 이를 수행 정진하는 목적은 고통과 괴로움을 없애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그 고통과 괴로움을 이용해서 마음을 성숙시키고자 하는 가르침이라 보시면 될 것입니다.

앞에서 저는 우리가 만나기 어려운 여섯 가지를 이미 만났다는 경전의 내용을 말씀드렸는데, 첫 번째는 부처님 세상 만나기 어렵다 입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정직한 사람이 성실하게 살아가는 그런 만남들이 결여된 세상, 물질은 풍요로운데 정신은 점점 피폐되어가고 있고, 욕구는 자꾸 늘어서 목마른 그런 세상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배려하고 친절하게 배려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부처님 세상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는 바른 법 듣기 어렵다 입니다. 저는 이럴 때마다 생각나는 말씀을 전하고 싶은데, 그것은 바로 여러분들은 복이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잘나서 여러분들이 복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2,500년 한국 불교사의 삼보 사찰인 불지 종가 국지대찰 양산 통도사의 작은 집이라는 것입니다. 양산 통도사에 꽃피고 열매를 맺은 그 결실을 따서 양재동 구룡사에 오롯이 심고 구룡사에 짧은 시간에 꽃피우고 결실을 거둔 그 불종자의 씨를 다시 일산에 심었으니, 결국 여러분들은 본사를 통도사에 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부처님 법 듣기 어려운데, 좋은 도량에서 좋은 도반과 좋은 스승을 만나서 어울림을 가지는 모습이 있습니다.

셋째는 두려운 마음 일으키기 어렵습니다. 요즘은 자기 좋은 대로 생각하고,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생각이 달라지는 그런 이들이 많습니다. 저는 ‘정우' 보다는 구룡사를 더 생각했습니다. 여래사 보다 구룡사를 더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고맙기 때문입니다. 불과 21년 전에 서울 올라와서 20평 천막으로 시작했는데 이 시대 목마름과 갈증이 얼마나 심했으면 못난 정우 옆에 그렇게 많은 불자들이 모이고 이곳 저곳 신도시에 작게나마 상가 건물을 하나씩이라도 분양받아 20여 개가 넘는 도량을 이룩하게 한 중심에 구룡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구룡사·여래사보다 더 생각하는 절이 제게 있는데 그것은 통도사입니다. 그런데 통도사보다 더 생각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조계종입니다. 하지만 조계종보다 더 생각하는 곳이 제게 있습니다. 그것은 불교입니다. 저는 내일 모레 티벳 오지에 약품을 가지고 또 다시 순례의 길에 오릅니다.

불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 나라, 이 백성, 이 사회일 것인데 제 마음은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정우도 아직까지 덜 여문 것 같습니다. 분명 불교까지는 마음이 가는 것 같은데 불교보다 더 생각해야 할 것은 중생들이고 더 생각해야 될 것은 이 사회인데, 이론적으로는 미치지만 내면적인 세계에서는 이와 같은 생각이 다다르지 못하는 허물을 여러분들에게 드러냅니다.

이 세상에서 두려운 마음을 가지려면, 어떤 마음을 가져야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 수 있는가. 대통령도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왕도 정치를 한다고 합니다. 그런 두려운 마음을 가지는 것은 어떤 마음이 있을 때 가능한가? 인과를 믿고 윤회를 부정하지 않는 사람은 두려운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는 지금까지 잘 살아 왔습니다. 최소한 장사를 한다면 본전치기는 했습니다. 본전치기만 했다 하지만 여기서 이익이 났으니 먹고 살았습니다. 우리는 금생에 본전치기만 해도 다음 생에 반드시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확신과 신념이 있어야 합니다.

불교는 좋은 세상은 아니지만 지옥, 아귀, 축생이라는 삼악도가 있고 아수라, 인간, 천인이라는 삼선도가 있습니다. 착한 세상이 3군데고, 악한 세상이 3군데라 하는데 이것을 육도라 합니다. 거기에 태란습화(胎卵濕化), 태로써 알로써 습한 기로 화해서 무형이 유형으로 변화되는 그런 생명체까지, 두 발 가진 것, 네 발 가진 것, 여러 발 가진 것, 발 없는 것, 생각 있는 것, 생각 없는 것, 생각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닌 중생들이 지금 이 세상에는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조금 전에 불교는 인간학이라 말씀드린 것처럼 불교를 믿는 불자는 바로 인과를 믿고 윤회를 부정하지 않는 사람이 불자라는 것입니다.

인과란 무엇입니까. 선인선과, 악인악과. 선하게 살면 좋은 결실을 맺고 나쁘게 살면 나쁜 과보를 받는 것입니다. 윤회하는 것을 부정하지 않고 인과를 믿는다는 것은, 바로 내가 잘 살면 좋은 세상에, 잘못 살면 나락에 떨어지고마는 그 이치를 믿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두려운 마음은 벌벌 떠는 것이 아니라, 공포에 사로잡히고 두려움증에 잡혀 오도가도 못하는 그런 인생이 아니라, 여기서 두려운 마음이란 인과를 믿기 때문에, 윤회를 부정하지 않기 때문에 세상을 함부로 살면 안 된다는 이 마음이 두려운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이 두려운 마음이라는 것은 힘이 없어서, 불안해서 두려운 마음을 내는 것이 아닙니다. 힘이 있어도 두려운 마음 일으키지 않는 것은 횡포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두려운 마음'을 불교적 언어로 이야기하면 자비심을 말하는 것이고, 세속의 언어로 말하면 왕도 정치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입니다.

 

블기 2550년 9월 15일 여래사 법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