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성불하신지 20여년 쯤 지난 어느 날 대중들에게 말씀 하시기를, ‘누가 나를 좌우에서 보필하면서도 좋은 이익을 잃지 않겠느냐’ 하였더니 부처님보다 더 나이가 많은 아약교진여(阿若橋陳如) 등 많은 제자들이 부처님을 시봉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나보다 더 나이가 많아 시자가 필요한데 어찌 나를 시봉할 수 있겠느냐’ 하시면서 사양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어찌하여 그런 요구를 하셨을까요?

제자들이 부처님을 보필 한다는 이유로 수행자의 길을 놓치거나 가야할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을 보좌하면서도 자신이 가야할 길을 잃지 않기를 바라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자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부처님보다 세속의 나이가 많더라도 부처님을 모셔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제자의 도리였을 것입니다.

그것을 현재 우리의 삶에 비유해보면 이렇습니다.

우리 불자(佛子) 모두는 나이가 많고 적은 것을 논하지 말고, 잘살고 못사는 것을 논하지 말고, 잘나고 못난 것을 드러내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진정한 불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불자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일을 자발적으로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상대가 반드시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해야 하며, 후학들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내 자신을 되돌아보면, 나는 어른들의 그늘에서 큰 어려움 없이 오늘의 위치에 서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내가 앞서 가신 선사(先師)스님들의 울타리가 되어드려야 합니다. 그 다짐이 이루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그것은 내가 잘사는 길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삶을 토대로 자라나는 후학들에게 밑거름이 되고, 자양분이 되고, 그늘이 되어서 어렵고 힘든 일들을 이겨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가장(家長)이 잘 살아야만 가정(家庭)이 지켜지고, 자손(子孫)들이 잘 살아야만 그 가문(家門)의 어른들이 빛나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어느 책에선가 「할 수 없다는 것은 하기 싫다는 것이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나는 못해.󰡑󰡐나는 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것은 이미 그 사람에게는 하기 싫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열반경(涅槃經)≫ 범행품(梵行品)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옵니다.

「불자들아, 보살마하살(菩薩摩訶薩)이 보기도 하고 알기도 하는 것이 있으니, 어떤 것을 본다고 하는가. 중생(衆生)들이 삿된 법을 행하면 반드시 지옥(地獄)에 떨어질 줄을 보는 것은 본다고 하느니라. 어떤 것을 안다고 하는가. 중생들이 지옥에서 나와서 인간 세상에 태어나서는 만일 보시바라밀다(布施波羅蜜多)를 행하고 모든 바라밀다를 구족(具足)하면 이 사람이 반드시 바른 해탈(解脫)을 얻는 줄을 아는 것을 안다고 하느니라.」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본다󰡑는 것은 󰡐눈으로 보는 것󰡑만을 보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유식학(唯識學)에서는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의 육식(六識)은 물론 제7 말나식(末那識), 제8 아뢰야식(阿賴耶識), 제9 무구백정식(無垢白淨識)까지 비추어보면 눈으로 보는 것만이 보는 것의 전부는 아니라고 가르칩니다.

즉, 눈으로는 안보지만, 귀로 듣고도 알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눈으로 보지 않고 귀로 듣지 않고도 알 수 있는 이치가 있습니다. 코로 냄새만 맡고도 그것이 참기름인지 들기름인지를 아는 것처럼 혀로 맛을 보고 그것이 무슨 음식인지를 알 수도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는 것은 입으로만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는 유식학의 철학적인 내용도 내포되어 있음을 알아야합니다.

또 여러 대승경전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마음은 춥다고 해서 추운 줄을 알지 못하고, 덥다고 해서 더운 줄을 알지 못하며, 배고프다고 해서 배고픈 줄을 알지 못합니다. 무념무상(無念無想)이요 무심(無心)한 자리에서는 그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사대육신(四大六身)이 배가 고프면 고프다고 하고, 좋으면 좋다고 하고, 싫으면 싫다고 하는 분별심(分別心)을 가장 많이 일으킨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무엇을 본다고 하고 무엇을 안다고 하는 것이겠습니까?

보는 것은 삿되고 용렬한 무리들이 자기 좋을 대로 살면서 탐·진·치(貪·瞋·痴) 삼독(三毒)이라는 번뇌(煩惱)에 찌들고 오욕락(五慾樂)의 노예가 되어서 세상을 자기 좋을 대로 사는 사람은 인과(因果)의 법칙(法則)으로 볼 때 반드시 지옥에 떨어진다는 것을 보고 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화엄경(華嚴經)≫에서도 10업(業)에 대해서 말씀을 할 때, 「살생을 많이 하면 단명하거나 병고에 시달리고, 남의 물건을 많이 훔친 자는 가난하거나 가지고 있으면서도 못 쓴다」고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가지고 있으면서도 못 쓰는 사람은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하나는 남의 물건을 훔쳐서 차명으로 넣어 두고서 못 쓰는 사람이 있고 또 하나는 자기 손에 쥐고서도 벌벌 떨다가 인생을 마감하는 사람입니다.

옛날에 만석지기 영감이 있었답니다. 그 영감은 ‘천석지기 천 가지 걱정, 만석지기 만 가지 걱정󰡑이 있는 줄을 모르고 평생을 꽁보리밥만 먹고 살았답니다. 옛날에는 보리를 빻으려면 돌절구에 찧어야 했습니다. 한 번 갈았다 물을 먹여서 말리면 겉보리가 되는데, 그것을 다시 한 번 더 찧어야 꽁보리밥을 해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영감이 그렇게 꽁보리밥만 먹으면서 생각하기를, 󰡐주인인 내가 꽁보리밥을 먹는데 일꾼들은 당연히 겉보리밥을 먹겠지󰡑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러나 그 집 마나님은 지혜와 덕을 갖춘 이여서 밥을 지을 때 가마솥에 보리 한 줌을 올려놓았다가 일꾼들에게는 하얀 쌀밥을 그것도 고봉으로 주면서 영감에게만 한 웅큼씩 올려놓은 보리밥을 퍼서 주었답니다. 그렇게 꽁보리밥만 먹으면서 구두쇠로 살던 영감이 요즘으로 말하면 식도암에 걸려서 일찍 죽게 되었는데, 재물이 아까워 차마 눈을 감지 못하고 오른손에 금화 천 냥, 왼손에 금화 천 냥을 쥐고 입에도 금화 천 냥을 물고 죽었답니다. 그렇게 삼천 냥을 물고 죽었는데 가족들이 장례를 치르면서 처음에는 노잣돈 삼아 넣어드릴까 생각했다가 막상 염을 할 때가 되자 마음이 바뀌어서 손과 입에 있는 금화를 모두 빼내고 대신 엽전을 넣어 주면서 󰡐아버지 천 냥이요, 이천 냥이요, 삼천 냥이요.󰡑라고 외치면서 저승에 갈 때 노잣돈이라 했답니다. 어찌 보면, 이 모습이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일 수 있습니다.

이 우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삿되고 용렬한 무리들이 번뇌망상을 가지고 삼독심과 오욕락으로 살게 되면 그 사람은 분명히 지옥에 떨어진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왜냐하면 인과(因果)를 믿고 윤회(輪廻)를 부정하지 않는 눈으로 보면 이 모든 것이 다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무엇을 알아야 하는 것입니까? 착하게만 살면 천당 가고, 올바로 살면 모두다 극락 간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아야 합니다. 절에만 다닌다고 극락가고, 교회만 다닌다고 천당 가는 것이 아니라, 착하게 살아야 천당 가고, 올바르게 살아야 극락 간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착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악하지 않게 사는 것입니다. 어둡지 않으면 밝은 것이고, 나쁘지 않으면 좋은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남의 물건을 많이 훔친 이, 삿된 이, 용렬한 이, 기어·악구·양설(綺語·惡口·兩舌) 한 이, 탐진치 삼독을 가진 이, 이런 사람은 악하게 사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이와 같이 착하게 사는 삶, 그 삶이 바르게 사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불자들이여, 보살마하살이 보기도 하고 알기도 하는 것이 있으니 어떤 것을 본다 하는가? 항상(恒常)하고 무상(無常)한 것과, 괴로운 것과, 즐거운 것과, 나와 나 없음과, 깨끗한 것과, 깨끗하지 아니한 것을 본다 하느니라. 어떤 것을 안다고 하는가? 부처님은 결코 끝내 열반에 들지 아니함을 알며, 여래의 몸은 금강과 같아서 무너지지 아니하며, 번뇌망상으로 된 몸이 아니며, 더럽고 부패한 몸이 아닌 줄을 알며, 또 모든 중생이 부처성품이 있는 줄을 아나니, 이것을 안다고 이름 하느니라.」

젊은 시절 나는 대표적인 염세주의(厭世主義) 철학자인 쇼펜하우어의 철학서적을 읽다가 이런 대목을 보았습니다.

‘내가 일생 동안 모았던 전 재산을 사기 당했다고 치자. 나는 조심이라는 것을 배웠다.’

그 말을 새기면서 나는 어릴 적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염세가 낙천입니까? 염세가 이상입니까? 염세가 현실입니까? 염세가 실용입니까? 아닙니다. 그런데 쇼펜하우어가 ‘전 재산을 잃었을 때 나는 조심이라는 것을 배웠다’는 말에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희망에 대해서??라는 글을 읽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강을 거슬러 좌절을 경험한 사람은 자신만의 역사를 갖게 된다. 그리고 인생을 통찰할 수 있는 지혜(智慧)를 얻는 길로 들어섰다. 강을 거슬러 헤엄치는 사람만이 물결의 세기를 알 수 있다.󰡑

우리들은 보리심(菩提心)을 일으킨 불자들입니다. 인과를 믿고 윤회를 부정하지 않기 때문에 불자인 것입니다.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에 의지하고 살생(殺生), 투도(偸盜), 사음(邪淫), 망어(妄語)를 하지 아니하기 때문에 우리는 불자인 것입니다. 그 불자가 불자인 것은 보리심을 여의지 아니함이 전재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보리심을 일으키고 나서 반드시 해야 할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그 첫째는 좋은 벗, 좋은 친구, 좋은 도반과 가까이 해야 합니다. 그 대상이 딸일 수도 있고, 며느리일수도 있고, 친구일수도 있고, 이웃일수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관심과 배려를 가지면 그 모든 이가 좋은 벗, 좋은 친구, 좋은 도반이 되는 것입니다.

둘째는 성내는 마음을 끊어야 합니다. 성내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신경질 내는 것, 짜증내는 것부터 자유로워져야 됩니다. 욕심 많은 사람이 화를 잘 내고, 어리석은 만큼 화를 잘 냅니다. 따라서 보리심을 가진 이는 성내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셋째는 스승의 가르침을 잘 따라야 합니다. 보고도 알고, 듣고도 알고, 생각으로도 아는 것들을 스승의 가르침을 통해서 가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넷째는 연민의 정을 가져야 합니다. 불쌍한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자애로움을 가지며 자비심을 드러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섯째는 부지런히 정진을 해야만 합니다.

이 다섯 가지를 해야만 진정한 불자로서 올바른 신행생활(信行生活)을 한다 할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이러한 생활을 못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그렇게 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그 마음을 가지는 순간, 자신의 인생은 지난날의 생활보다 훨씬 행복한 날들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