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어리석음을 아는 사람은 마땅히 좋은 지혜를 얻으려니와, 지혜가 있다고 스스로 일컫는 어리석은 자에 이르러서는 어리석은 사람 중에도 참으로[眞情]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해야 한다.' 《출요경》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여러 경(經)에 보면 "번뇌 중에 가장 큰 번뇌는 어리석음만한 것이 없다." 하셨으며 "세상에 괴로움이 생기는 것은 어리석은 분별 탓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행동이 각기 달라서 서로 남의 허물이나 단점만을 찾는다." 우리는 그 동안 그 무엇인가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사실들을 발견하게 될 때, 바로 우리 안에 깊숙한 곳에 늘 자리잡고 있는 존재하지도 않는 자아(?tman)가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가 자아(自我)를 벗어버리지 않는 한 무지(無智)로 가득찬 우리 자신의 존재 전체를 자아(atman)와 동일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자아로부터 도취된 어리석음은 참 자유로부터 구속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나의 모습은 무아(無我)입니다.

무아(無我)! 처음에 자아(自我)가 나중에 자아를 없앤다는 뜻이 아닌 무아입니다. 본래부터 자아가 존재한 적이 없음을 의미합니다. 그것을 깨닫는 작업이 수행이며 깨달은 것이 무아이며 그곳에서 우리는 붓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입니다. 신통조화를 부리는 도사(道士)가 아니라 어두운 감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진정한 능력은 바로 부정적 감정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마음이 알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씨앗이 좋은 땅을 만나면 뿌리와 줄기가 잘 자라겠지만 자갈밭에 심겨지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하였습니다.

며칠전 어느 신문에 이런 글이 실려 있었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장벽이 허물어져 가는 오늘날 우리가 '진짜'라고 여기던 것이 현실화하고 있다. 다름 아닌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통해 구성된 가상 현실을 통해서다. 가상현실이 시간과 공간으로 제약된 실제의 현실과 급속히 혼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현실과 가상의 만남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원래 철학사에서도 가상은 현실과 대립하기보다는 잠재적인 것이 드러나고 가시화 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씨앗이 마침내 싹을 틔워 나무가 되는 과정쯤으로 이해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가상은 결코 '가짜'가 아니라 나름의 현실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질 들뢰즈는 오히려 '가상은 실재와 대립하는 허구가 아니라 충분한 실재성을 독자적으로 가진 현실이라고 강조한다.
가상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만큼이나 현실이라는 것을 의심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가상현실은 가상과 현실 사이의 거리를 없애 현실을 싸이버 공간 속으로 확장한다. 현실의 확장은 당연히 인간이 활동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이같은 활동과 경험을 통해 자아는 확정될 수밖에 없다. 하이데거 식으로 말하면 인간의 삶은 끊임없이 자신이 아닌 어떤 것으로 나타내려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제 가상현실(假想現實) 속에서 이뤄지게 됐을 뿐이다.

이렇게 본다면 가상현실이 자아의 해체나 분열을 야기할 것이라는 염려는 지나치다. 그 염려에는 하나의 통념, 즉 자아는 고정, 불변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다. 그러나 자아는 유동적이고 다면적인 상황 속에서 스스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인간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그것은 오히려 고정되고 불변하는 답답한 자아로 남기를 거부하는데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동질적인 하나의 자아란 있을 수 없다. 자아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갱신해 가고자 한다. 그러기에 자아는 항상 불안하다. 그렇지만 그 내부에는 다양성 속에서 갈등을 해소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갈 가능성을 항상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가상 현실은 이런 가능성을 현실세계 못지 않게 효율적이고도 민주적으로, 그리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실현해 줄 수 있다.

여기에 자유와 개성은 필수적이다. 가상현실이라는 새로운 세계는 자유롭고 개성 있는 삶의 추구에 새로운 가능성과 환경을 마련해주고 있다할 것이다. -중략-'

이 글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우리가 느끼고 이해하는 자연과 사이버 공간이 둘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접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디에 살건 그것이 무슨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진실한 삶은 늘 우리 마음자리안에 있습니다.

'내가 만약 어떤 이의 마음속에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 수 있다면 그에게 나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은 것이다. 인생 그 자체는 하나의 실제일 뿐 환희나 고통, 행복이나 불행을 의지하지 않습니다. 증오하는 것은 사랑하는 것과 같습니다. 적은 친구와 같습니다. 홀로 사는 삶을 사십시오, 바로 자신의 삶을, 그리하면 우리는 진정한 인류의 친구일 수 있습니다.' -칼릴 지브란-

부처님 말씀에 거짓과 거짓말은 다르다 하셨습니다. 거짓이 가상세계라면 거짓말은 아닐 것입니다 가상세계가 거짓의 세계라면 방편일 것입니다.

류시화 시인은 이렇게 노래하였습니다.

고요한 숲

곤충의 눈이

나를 바라본다.

곤충의 눈 속에 내가 있다.

나를 바라보는 곤충의 눈을 통해

내가 나 자신을 바라본다.

그토록 크면서 그토록 작은 나.

인간은 위대해지지 않고서도 자유로울 수 있지만,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 결코 위대해 질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새천년, 새천년에는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세상천지가 흔들거리더니 어느새 잊혀진 듯 서서히 혼돈의 세계에 합류되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찾아야 할 진실한 삶은 바로 나의 존재 안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근심걱정은 내 안에 살고 있는 치졸함과 두려움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모든 종교는 진리라 하였습니다. 생명의 실상인 종교에 귀의한 사람들이 기도하는 신앙은 달라도 기원하는 바램은 같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동일한 근원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종교는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게 하는 교각일 뿐이지 그 다리에 집을 짓는다던 지 그 다리가 집이 되어서는 않된다." 하였습니다.

신앙의 이름으로 상처를 주는 것은 결국 상처를 입는 것은 신앙이라는 인도의 성자 간디는 말씀을 올립니다.

이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들이 명심하고 각성해야 할 덕목은 자기 종교가 중요하듯이 다른 가르침에도 귀를 기우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이에게서 가장 좋은 점을 찾아내어 그에게 말하여야 주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그것이 필요합니다.

그 동안 미력한 힘이나마 이바지 하고자 하는 일념으로 12년을 하루같이 월간 구룡은 자기 모습을 지니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월간구룡과 구룡사의 영역을 벗어날 수 없는 한계점을 보았습니다. 2월호를 마지막 모습으로 다시 시작하는 ≪월간 붓다≫는 새롭게 태어나고자 합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좀더 숙고할 필요성이 있어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그러면서 다듬어가겠습니다. 편집실에서 준비한 자료를 보면서 ≪월간 붓다≫의 수고로움에 칭찬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집니다. 상대방에 대한 칭찬은 이해라 생각됩니다.
서로가 서로를 칭찬함으로써 그들은 세상을 더욱 겸손하게 만들 것입니다. 이제 ≪월간 붓다≫의 3월호를 기다리면서 시성(詩聖)이라 부르는 두보(杜甫)의 시(詩)를 천년이 지난 지금 옮기어 봅니다.

절에서 놀고나서




또 절에서 묵는다.




그늘진 골짜기엔 바람이 일고




달빛 비치는 숲은 맑은 그림자 흩뜨린다.




하늘 문에는 별이 다가들고




구름 속에 누우니 옷이 차갑다.




잠에서 깨려 할 적 들려오는 새벽 종소리




사람을 깊이 성찰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