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의 괴로움을 지식(止息)코자 하는 사람은 보리심을 일으키는 데 있어서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보리심을 일으키는 자체가 첫 지식이 되는 것이니, 이 첫 지식으로 말미암아 드디어는 최고의 지식까지도 얻게 된다.

재물을 얻는 이로움이 공덕을 얻는 이로움만 못하고, 공덕을 얻는 이로움이 지혜를 얻는 이로움만 못하고, 지혜를 얻는 이로움이 보리심을 얻는 이로움만 못하다. 방일하고 전념치 않아 보리심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동물과 다를 바 없다." ≪丈夫論≫

불자가 지녀야 할 덕목을 열거하자면 수없이 많은 내용의 가르침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보리심(菩提心)은 무상도심(無上道心)인데, 무상도심은 깨달음을 구해 불도(佛道)를 닦는 마음입니다.

또한 깨달음으로 향하는 마음, 깨달음을 얻으려는 마음, 깨우침을 얻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대승불교에서는 깨달음을 구해 세상 사람들을 구제하려는 마음을, 우선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구제하려고 원(願)을 세우는 마음으로 이것을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이라 하는 것입니다.

또 깨달음을 체득하기 위해서 그것을 향해 나아가고, 모든 중생들을 고통에서 구하고자 하는 서원입니다.

오늘은 너무 기쁘고 기뻐 환희법열이 가득찬 날이었습니다. 부처님 오신날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오늘, 일산 여래사 만불전에서 불사(佛事)를 시작한 지 3년만에 삼존불을 모시는 점안에 앞서 복장을 모시고 많은 불자들과 함께 성스러운 의식을 봉행한 것입니다.

아직도 공사중이라 환경은 열악하지만, 신심있는 불자들의 공동체였습니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벅찬 마음입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늘 잊어버리지 않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이런 만남을 통해 성숙한 삶을 살 수 있었다는 것, 참으로 복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신심(信心)이 절로 납니다.

한 달 후면 서울생활도 15년이 됩니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았던 날들입니다.

소년 시절 같으면 그 추억들을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고 말할 수 있을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더 소중한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많은 일거리일 것입니다.

부처님 오신날 쯤이면 여래사 불자들은 만불전 법당에서 봉축 법회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다려집니다. 그렇지만 어찌 한두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불사이겠습니까.

항상 우리가 경계해야 할 일은 생명력을 상실케 하는 안일함에 있습니다.

쉽게 살기로 말하면 얼마든지 쉽게 살 수 있는 길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시대에 선근(善根) 있는 불자들입니다. 그렇다면 세상을 사는 것도 가장 선한 방법으로 살 수 있습니다. 그것은 보리심을 잊어버리지 않는 생활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게으른 생각만 가지지 않으면 보리심을 잊어버리지는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이는 "시험 삼아서라도 독약은 먹어서는 안 된다." 하였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느끼는 것도 헤아려 보면 얼마나 많습니까. 장난삼아 사는 인생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독약 마시는 그런 인생을 살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혜롭게 사는 사람이 결국 보리심을 놓치지 않는 사람임을 부처님 오신날에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열반경≫에 보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입니다.

믿는 데 두 가지가 있으니, 항상 절에 가는 사람과 가지 않는 사람입니다.

절에 가는 데 두 가지가 있으니, 예배하는 사람과 예배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예배하는 데 두 가지가 있으니, 법을 듣는 사람과 법을 듣지 않는 사람입니다.

법을 듣는 데 두 가지가 있으니, 지성으로 듣는 사람과 건성으로 듣는 사람입니다.

지성으로 법을 듣는 데 두 가지가 있으니, 뜻을 생각하는 사람과 생각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뜻을 생각하는 데 두 가지가 있으니, 말한 대로 행하는 사람과 행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말한 대로 행하는 데 두 가지가 있으니, 자기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과 모든 중생의 이익과 안락함을 위하여 대승으로 회향하는 사람입니다.

모든 중생의 이익과 안락함을 위해서 사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높고 수승한 사람이라 하셨으니, 그 사람이 보리심을 잊어버리지 않는 보살마하살인 것입니다,

거리거리마다 장엄등이 밝혀지고 부처님 오신날을 봉축하는 물결은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 '등잔 밑이 어둡다'고, 밝으면 밝을수록 등잔 밑은 더욱 더 어두워져 보일 것입니다. 쉽게 스치고 지나쳐버린 일들은 없었는지 더 살펴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어렵다 생각하면 예나 지금이나 힘든 건 마찬가지겠지요. 그러나 들여다보면 점점 더 힘들어지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힘든 건 다 우리의 허물입니다.

어찌 힘든 자리가 따로 정해져 있겠습니까. 다 나 하기에 따라 생기는 그림자같은 것, 어찌 실체가 따로 있을 수 있겠습니까. 서로 격려하고 다독거리며 살 수 있는 환경이 우리 주변에 많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