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께서 문수 보살에게 말씀하시었다.

"자세히 들으라, 선남자여. 내가 성불한 지 20년쯤 지나서 왕사성에 있었더니 그때에 내가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기를 "여러 비구들이여, 이 대중 가운데서 누가 능히 나를 위하여 가르침을 받아 지니고 좌우에서 필요한 일을 공급하여 주며 그러고도 자기의 좋은 이익을 잃지 않겠느냐?" 하였더니, 교진여가 대중 속에 있다가 와서 나에게 말하였다.

"제가 능히 부처님 가르침을 받아지니며 좌우에서 시봉하면서 자기의 이익할 일을 잃지 않겠다."하기에 나는 이렇게 말하였노라. "교진여여, 너는 이미 늙어서 심부름할 사람이 필요할 터인데 어떻게 나의 시중을 들겠느냐?"

이때에 사리불이 또 말하였다. "제가 능히 부처님의 온갖 말씀을 받아지니오며 필요하신 대로 시중을 들겠사오며, 그러고도 스스로의 이익한 일을 하는 것도 잃지 않겠나이다."

나는 말하였노라. "사리불이여, 너는 이미 늙어서 심부름할 사람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어떻게 나의 시중을 들고자 하느냐?" 이리하여 오백 아라한들도 모두 이렇게 말하였으나 나는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열반경≫

이때 신통제일인 목련이 대중 가운데에서 생각하기를 부처님께서 오백 제자들의 시중하려는 것을 받지 아니하시니 부처님 뜻에 누구를 시중들게 하시렴인가. 문득 선정삼매(禪定三昧)에 들어 관하니 여래(如來)의 마음이 아난에게 있음을 보고 장로 사리불 등 교진여와 함께 아난에게 가서 두 번 세 번 권하였습니다. 아난은 말하기를 "여러 큰스님들이여, 나는 큰 이익을 구함도 아니오며 진실로 부처님을 좌우에서 시중드는 일을 감당할 수 없나이다."

목련존자는 아난에게 "아난이여, 그대는 아직 모르는구나. 우리 모두가 시중이 되려 하였으나 부처님께서 허락하지 아니하였음을…. 그래서 부처님의 뜻을 살펴뵈오니 그대로 하여금 시자를 삼으시려 하시는데 어찌하여 그대는 받들지 않으려 하는가?" 아난이 이 말을 듣고는 합장하고 꿇어앉아 말했습니다.

"큰스님들이시여, 부처님께서 저의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시면 스님네의 말씀에 복종하여 부처님을 좌우에서 모시겠나이다. 하나는 여래께서 설사 낡은 옷이라도 저에게 주시면 받지 아니함을 허락하시고, 둘은 부처님께서 단월(시주자)의 별청을 받게 될 적에 따라가지 아니함을 허락하시고, 셋은 나의 출입이 일정한 시간이 없음을 허락하심이외다. 이 세 가지를 부처님께서 허락하시면 스님네의 뜻을 순종하여 따르겠나이다."

나는 그때에 아난을 이렇게 칭찬하여 "아난 비구는 지혜가 구족하여 미리 혐의찍힐 것을 보았도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너는 의식을 위하여 여래(如來)의 시중을 드느냐 하겠으므로 먼저 낡은 옷도 받지 않고, 시주의 별청에도 따라가지 않겠다 하느니라.

교진여여, 아난 비구는 지혜를 구족하였으니 들고나는 시간이 한정되면 사부대중을 이익하는 일을 널리 지을 수 없으므로 출입하는 시간이 제한되지 않기를 구하는 것이니라. 내가 아난을 위하여 그 세 가지 일을 허락하였고 그 소원을 따르리라."

부처님께서는 "누가 능히 나를 위하여 가르침을 받아지니고 좌우에서 보좌하여 필요한 일을 공급하여 주며 그러고도 자기의 이익을 잃지 않겠느냐." 하십니다.

'그러고도 자기의 이익을 잃지 않겠느냐.'

사람들은 출가한 우리들을 수행자라 이름지어 부릅니다. 불자들은 우리 승가가 수행자이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한꺼번에 모든 걸 알려고 하거나 집착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욕심은 없을 것입니다만 부처님 말씀처럼 그렇게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고도 자기의 이익을 잃어버리지 않겠느냐' 하신 참뜻을 찾아가야 합니다.

이른 봄날, 겨울 가뭄 끝에 깃발을 타고 강원도 일대를 휩쓸고간 그 자리에 여전히 자연의 섭리는 새싹을 돋구고 있었습니다. 마치 영혼 깊숙이 숨어 있다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살포시 드러내는 마음처럼, 자연은 절대로 죽이지 아니하는 사랑으로 생명이 잉태되고 있습니다.

자연의 섭리가 그렇듯이 부처님 말씀 또한 우리들만의 전유물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수행자라 이름지어진 우리들의 조건없는 삶이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는 환경으로 이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대지도론(大智度論)에 보면 불법은 마치 큰 바다와 같아 오직 믿는 자만이 들어갈 수 있다 하였습니다. 믿음이란 사회적 언어로 표현하자면 순수함입니다. 그 순수함으로 자연의 순수함과 만나게 되는 자리가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방황하면서 말하는 허전한 독백이 있습니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가족끼리 이웃끼리 서로간에 거리가 생기고 대화가 통하지 않는 오늘의 숙제가 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살아가면서 희생과 봉사와 헌신의 늪에서 인생을 마감하게 되었다는 허탈한 자괴심들입니다. 인생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해답은 여기에 있습니다.

나의 인생은 내가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구도 봉사와 헌신과 희생을 강요하거나 강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누가 능히 나를 위하여…. 그러고도 자기의 이익을 잃지 않겠느냐."

자기의 이익, 우리들의 진정한 이익은 무엇입니까? 물질입니까? 무엇???

우리들의 가슴 속에 담긴 순박한 농촌의 농부의 수고로움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볼 일입니다.

세심한 농부의 보살핌이 자연의 섭리에 역행하지 아니함을 보고 느낄 때 진정으로 살아생전에 흐트러지지 않는 공부를 하게 될 것입니다.

"누가 자기의 이익을 잃지 않겠느냐." 하신 참뜻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