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남자여, 지혜 있는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느니라. "나는 마땅히 번뇌를 멀리 여의고 다시는 이러한 나쁜 일을 짓지 않아야 할 것이니, 왜냐하면 내가 지금 지옥, 아귀, 축생, 인간, 천상의 업보를 벗어나지 못한 까닭이며 내가 만일 '도[修行]'를 닦으면 그 힘으로 인하여 여러 가지 괴로움을 파괴하리라."

이 사람이 이렇게 관찰하고는 탐욕과 성내는 일과 어리석음이 미약하여질 것이며 탐욕과 성내는 일과 어리석음이 가벼워짐을 보고는 마음이 기쁘며, 다시 생각하기를 내가 지금 이렇게 되는 것이 모두 도를 닦은 인연의 힘이니, 나로 하여금 착하지 아니한 법을 여의고 선한 법을 친근하게 할 것이며, 그리하여 현재에 바른 도를 보게 될 것이니 마땅히 부지런히 닦아야 하리라 하며, 이 사람이 이렇게 부지런히 도를 닦은 힘으로 한량없는 나쁜 번뇌를 여의며 지옥, 아귀, 축생, 인간, 천상의 과보를 여읠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계경(契經)에서 말하기를 '마땅히 모든 유루(有漏)의 번뇌와 유루의 인(因)을 관찰할지니, 왜냐하면 지혜 있는 사람이라도 만일 유루만 보고 유루의 인을 보지 아니하면 모든 번뇌를 끊지 못하리라. 왜냐하면, 지혜 있는 이는 관찰하기를 번뇌가 이 인(因)으로부터 생기나니 내가 이제 원인을 끊으면 번뇌가 생기지 못하리라.'』 ≪열반경≫

1년 반만에 처음으로 종단의 어른이신 탄성 원로의장 스님의 다비식에 다녀왔습니다.

은사 스님이 50세도 안 되신 나이에 세연(世緣)을 마치셔서 은사 스님처럼 믿고 따르고 의지했던 스님이 여러 분 계셨지만, 광덕 스님, 일타 스님, 운경 스님이 근간에 가셨고 탄성 스님께서도 열반에 드셨습니다.

늘 은사 스님께서 살아 생전에 우리에게 대해주셨듯 항상 살펴주셨던 스님들께는 그 놈의 종단 일로 마지막 가시는 길에 갈 수 없었습니다. 이번마저 못 간다면 도리가 아니라 생각되어 다녀왔습니다. 다녀온 마음은 편안합니다. 한 사람이 한 생애를 통해 사람 구실을 할 수 있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분들의 은혜와 보살핌이 있어야 하는가를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나 역시 지금의 정우가 되기까지 지금도 어른 스님네의 보살핌이 있었으며 앞으로도 그 크신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또한 살펴야 할 나의 인연을 키워가는 공부도 해야 할 것입니다.

방편심론(方便心論)에 보면 '씨앗이 좋은 땅을 만나면 뿌리와 줄기가 잘 자라지만 자갈밭에 심겨지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번에 큰 용기내어 다녀온 속리산 법주사에서 참 많은 스님들을 만나 뵈었습니다. 나누어 생각하면 은사 스님 같은 어른 스님, 도반 스님, 후배 스님 안에 모든 스님들이 포함될 것입니다.

오늘 가족법회에는 중앙승가대학의 종범 스님께서 법문을 하셨는데 중생은 0에서 시작되고 부처님은 360도의 자리에서 우리와 함께 하시지만 0과 같은 자리에 있으나 분명 360의 자리에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가르침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며 머무르고 있는 자리는 얻기는 쉬우나 지키기가 어려운 것임을 알게 하였습니다.

남과 북의 문제도 그렇습니다. 분단 55년의 장벽을, 그것도 이념과 사상으로 무장된 장막을 한시간만에 가서 불과 2∼3일만에 두 정상의 합의로 칠천만 겨레의 한과 눈물과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기쁨과 웃음과 희망과 기다림을 세계인들은 찬사와 함께 박수로 보내고 있습니다.

11월달쯤 한국을 방문하실 거라는 티벳의 달라이 라마(Dalai Lama) 스님께서도 어느 신문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남과 북의 조국 문제는 무력을 써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부정적인 결과만 남기게 된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다. 사람들은 대화는 하지 않고 자꾸 홀로 남아 있으려 한다. 서로 한 발짝 앞으로 다가서야 한다. 대화를 할 때는 첫째는 인내, 둘째는 결단, 셋째는 넓게 바라보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이 분단된 지 54년이 흘렀다. 인내력은 충분히 길렀을 시간이다.

불교는 자비를 가르친다. 자비를 통해 내적인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무지(無知)를 없애기 위해서는 지혜의 수행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연에 얽매이지 말고 궁극적인 본질을 보자. 집착을 없애기 위해서는 내가 항상 만족하고 있다는 수행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불만이나 욕심을 감소시키는 것이 만족의 수행이다."

그동안 우리들이 해 왔던 일들 중에 이런 일들은 없었는지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할 수 있는 일도 하지 않고 할 수 없는 일은 하려고 한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만을 열심히 한다.'

≪증일아함경≫의 가르침입니다.

며칠 전 통도사에 다녀왔습니다.

영축총림 방장이신 월하 대종사는 나의 노스님이십니다. 연세도 많으시지만 종단의 그 일과 통도사 일로 마음고생이 참 많으셨습니다. 그래서 더욱 보여드리고 싶었고 자랑도 하고 싶고 칭찬도 받고 싶었지만 그냥 말씀만 드렸습니다. 7월 2일(음. 6. 1.)날 여래사 만불전에서 법당 본존불 점안 법회한다는 말씀과, 만 3년에 걸친 불사를 큰 어려움 없이 마치게 되었다는 보고만 드리고 돌아왔습니다. 내일쯤엔 석주 노스님께도 찾아뵙고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열반에 드신 탄성 스님께는 여래사 기공식에 오셔서 칭찬해 주셨던 그 칭찬을 스님 생전에 다시 받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