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스님
동국대강사
대덕사주지

세상의 삶이 이토록 고통인 이유는 의식이 본래 전도몽상(顚倒夢想) 이기에 그러할 것이다. 또 다른 말로는 본래무명(本來無明)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섯 가지 감각대상인 육경(六境), 여섯 곳의 감각기관인 육근(六根)을 통하여 여섯 가지 형태의 의식(意識)을 지닌 중생은 눈(眼)을 통하여 인식하고 의식이 형성된다.
그 과정에서 감각기관은 무력하다. 눈 자체로 어떤 것도 의식화 할 수 없다. 귀(耳)를 포함한 어떤 감각기관도 마찬가지. 오직 마음으로 의식화 한다.
의식현상은 마나스(manas, 意)가 포착된 데이터를 의식화 하고, 마나스가 작동하지 않으면 모든 경험은 낯설다. 낯익음이라는 의식현상은 마나스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마나스에는 이전의 감각경험과 그를 통하여 만들어졌던 의식(想)이 기억되어 있는데, 이 기억의 집적을 통틀어 알라야(alaya)식(識) 이라고 한다.
일종의 무의식, 심층의식 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업(業)의 모습이다. 업은 마나스를 통하여 표출되는데 업력(業力)이라고 한다. 생선을 싼 종이에 생선냄새가 배고, 푸줏간에서 고기를 먹지 않았는데도 고기냄새가 옷에 배어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를 스밈(asave, 漏)이나 오염(rajana, 染) 이라고 표현할 수 도 있다. 업은 의도한대로 곡해되기도 혹은 전도 되는데 이렇게 본래의 대상과 인식된 대상의 불합치가 괴로움(苦)의 내용이다. 중생을 지칭하는 업(業), 유루(有漏), 염(染)인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세속에서는 시시비비가 있다. 옳고 그름도 탈속의 견지에서 본다면 미망(迷妄)이고 번뇌(煩惱)이며, 업을 양산한다. 이렇게 구축되는 세계가 세간인데 스트레스가 구축된 세계 혹은 스트레스를 양산하는 세상이다.
??이 세상에 왜 왔을까? 언제 이 세상을 떠날까? 어디로 가는 것일까???라고 묻는 것은 자신이든 타인에게든 참으로 어려운 물음이지 않을 수 없다
온 곳을 모르니 갈 곳을 묻지 않는 것이 세상살이에 불문율이지만 묻는 자나 답하는 자 모든 곤혹스러운 물음이다. 세상에 와서 오고가는 그 아득한 과정을 속수무책으로 받아야하는 것은 스트레스보다 더한 두려움이다. 떠나온 곳을 모르는 상황에서 돌아간다는 말은 가 닿을 곳을 안다는 말인가?
돌아간다는 것은 안쓰러움이지만 돌아갈 곳에 대하여 극락이니 천국이니 하는 말도 사실은 크게 어긋나는 말 인줄 알면서도 위안을 찾으려는 듯 구체적인 가 닿을 곳을 추상화한다.
늙고 병들고, 죽는 일이 이승의 일일 테지만 자신의 일임에는 참담하다.
부처님은 죽음을 이기신 분이라는데, 이는 죽음 주체에 대한 전면적 부정을 통하여 죽음을 가로지른 것이 부처님께서 죽음을 극복한 방법이었다.
 ‘내가 없는데 누가 죽는단 말인가?’
질문이자 답변이다. 무아(無我)를 논리적으로 증명하기는 어렵다. 시공(時空)은 현재 존재하고 이 순간 영원한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미래도 있지만 오늘이 있을 뿐이다.
오늘은 어제와 내일에 의문을 품는다.
이 의문을 풀어 줄 이를 찾아 보낸 세월이 20년이다.

선종에서는 스승과 제자 관계를 아버지와 아들 관계보다도 지극하다.
예전의 수행자들이 스승을 찾아 이산, 저산 오고 간 것처럼 지금도 수행하는 일은 스승을 찾는 길이다. 우여곡절 시행착오 속에 나를 이끌어 주고 깨우쳐 줄 스승을 만나는 일을 줄탁동시(?啄同時), 어미닭과 알 속의 병아리가 부리로 껍질을 쪼아 새로운 생명(生命)이 태어나는 장엄한 광경이다.
선가(禪家)의 초조(初祖) 달마대사께서 숭산의 소림에서 제자 혜가를 만나는 그 장엄한 광경은 후학들의 귀감이 된다. 혜가는 믿음을 보여 보라는 달마의 물음에 칼로 자신의 팔을 자르는 연비를 한다. 스승을 찾는 자는 교만함을 버려야한다.
스승과 제자는 절대적 신뢰와 책임감이 선행되어야 한다. 선(禪)은 살리고 죽이는 공부이다. 종문제일서(宗門第一書)로 칭송되는『벽암록』 열여섯 번째 항목 기용(機用)과 사활(死活)의 도구가 되는 것이 공안이다.
스승은 공안으로 자기중심을 잡고 공안을 들어 지도한다. 공안은 양날의 칼이 시퍼런 검(劒)이다. 잘못 쥐면 제 손을 벤다. 공안을 주는 일은 어린아이에게 칼을 쥐어주는 것과 같아서 차라리 주고 싶지 않을 테지만, 그렇게 하면 칼을 쓸 수 없는 처지가 되니 그리할 수도 없다. 칼을 주고받는 일은 서로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믿음이 쌓여야 진행 된다. 칼로 손을 베이는 결과는 그 칼을 쥔 손으로 칼을 장악하지 못하여 생기는 것이다. 칼을 쥔 자는 손아귀 힘을 정확하게 간파하여야 한다.
옛사람들이 ‘도(道)란 본디 말(言語)이 아니나, 말로 말미암아 도가 나타나는 것이다. 도란 깨닫고 나서는 곧 말을 잊어야 한다. 말로써는 사(事)를 설명할 수 없고, 말로서 당면한 문제를 설명할 수 없다??고 하였다.
수행자가 말에 현혹되어 갈 길을 잃으면 죽음에 이르게 되니 살(殺)이 되는 것이다. 말을 넘어서는 것이 ‘공안수행’이며 이를 완성하는 것이다.

<발문>
옛사람들이 ‘도(道)란 본디 말(言語)이 아니나, 말로 말미암아 도가 나타나는 것이며 깨닫고 나서는 곧 말을 잊어야 한다. 말로써는 사(事)를 설명할 수 없고, 말로서 당면한 문제를 설명할 수 없다??고 하였다. 수행자가 말에 현혹되어 갈 길을 잃으면 죽음에 이르게 되니 살(殺)이 되는 것이다. 말을 넘어서는 것이 ‘공안수행’이며 이를 완성하는 것이다.